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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Mar 22. 2023

재개발로 사라질 명소, 영화 <친구>의 배경이었던 그곳

범일동으로 가자

부산 범일동 맛집 탐방에 나섰다가 꼭 보여줄 곳이 있다며 우릴 끌고 나선 부산사람.

얼마나 대단한 곳이기에 술까지 마시고 나온 사람들을 질질 끌고 가는 것인지...

아무튼 뭔가 있겠지 싶은 생각에 뒤따라 걸었다.

설총의 후예라는 부산사람은 길을 건너고, 지하터널을 지나고, 어두운 골목을 뚫으며 전혀 생소한 곳으로 우릴 이끌었다.



한참을 이리저리 걸었더니 이런 풍경이 나타났다.

뒤에 보이는 건물은 30년도 훌쩍 넘었다는 부산 유일의 현대백화점이란다.

얼마나 오래된 곳인지 알 수는 없지만 오랜 세월 엄청난 양의 물이 흘러갔을 하천이 부산시의 과거와 현재를 오묘하게 섞어내고 있었다.

묘한 분위기를 가진 곳이었다. 



조금 더 걸어가니 영화 <친구>의 촬영장소라며 익숙한 표정의 그들이 걸려 있었다.

늦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이미 폐점한 정체를 알 수 없는 상점들이 세월을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때와 먼지에 덮인 채로 있었다.



영화 <친구>에서 철길 위 육교를 달리는 씬이 있는데 바로 이 장소라고 한다.



육교를 건너며 서울과 부산을 잇는 경부선 철도를 철망 사이로 감상했다.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를 철망 사이에 대고 촬영하니 전경을 촬영할 수 있었지만 철망 사이로 보이는 모습도 깨나 고즈넉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었다.

부산의 이상한 밤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아직도 이 철도 위로 KTX와 SRT는 물론 모든 열차가 운행된다고 한다.

부산은 지금 이 경부선 노선을 지중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들었다.



다시 육교를 내려가는데 수십 년의 세월을 관통하는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건축 연도를 알 수 없는 오래된 건물과 멀리 신축 아파트가 어울릴 듯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풍경 때문인 듯하다.



현재 범일동 일대는 재개발로 난잡하다.

곧 허물어질 듯 보이는 오래된 건물이 재개발로 인해 인위적인 허물어짐을 당할 때가 다가오는 중인 거다.

시한부 영화촬영 명소라는데 이렇게라도 다녀올 수 있었으니 행운인 셈이다.

머지않아 이 풍경은 영원히 사라지고 없을 거다.

시한부 명소, 그 마지막 기회를 볼 마지막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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