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브런치 계정의 정체성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
조회수 100만을 찍었을 때였다.
난 주로 소설을 쓰는 편이고, 짧은 생각이지만 나름의 에세이도 많이 쓰고 있었다.
더불어 오랜 취미생활 중 하나인 식도락의 후기를 쓰기도 했고, 역시 취미상활 중 하나인 자전거 여행기 등을 쓰기도 했다.
웃기지만 요리도 좋아하고 여행도 좋아하고 사진도 좋아해서 이것저것 잡다한 것들을 죄다 기록하기 시작했다.
마침 몇 년 전 브런치에서 작가카드라는 걸 만들면서 내 브런치가 맛집 관련 브런치로 분류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됐는데 이 계정에 대한 애정이 식고 말았다.
아무리 내 글들이 허접하기로서니 기껏 맛집 정보나 제공하는 계정이라니...
그래서 브런치 관리자에게 분류 수정요청 메일도 보내고 내 글에도 호소문을 써 봤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아무리 고민하고 쓴다 하더라도 내 에세이 같은 건 어쩐지 잡글 정도로 분류되었던 모양이다.
알량한 자존심이라지만 그것도 상한 나머지 한동안 브런치에 글 쓰는 걸 접었었다.
하지만 버릇 같은 글쓰기를 버릴 순 없고 그저 마음을 내려놓고 그냥 글쓰기 툴 정도로 생각하고 다시 그 잡글들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제 오후에 계정을 보니 조회수가 200만을 향하고 있었다.
오만 가지 생각이 들었다.
역시 맛집 계정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나 싶었던 거다.
그리고 방금 보니 200만을 넘겼다.
간간이 여행기나 제주도 정보, 요리 등으로 타고 들어오는 경우도 있지만 에세이 같은 건 역시 택도 없었다. ㅋㅋ
이젠 정체성이나 자존심 따윈 다 내려놓은 상황이지만 아쉬움이 없진 않다.
그래서 그동안 다음 메인화면에 노출되었던 것들을 캡처한 걸 찾아보니 엄청나게 많았다.
몇 년을 두고 쓴 글들이 이렇게 많이 노출되었는데 역시 죄다 맛집 정보다.
간혹 여행기와 요리 관련 글들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가끔 광고 블로거 아니냐는 식으로 딴지를 거는 사람들도 있긴 했지만 단 한 곳도 내 돈 안 내고 먹은 적 없고 원래 아는 식당이어서 후기 쓰겠다며 주인에게 티 낸 적도 없다.
아무튼 민생에 도움이 되는 짓은 했으니 복은 받을 수 있지 않겠나 싶다.
300만 조회수를 기록했을 땐 어떤 느낌일까?
일요일인데 아침부터 이런 글이나 쓰고 있다니...
미세먼지가 심하지만 자전거 싣고 벚꽃 라이딩이나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