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활짝 핀 일요일 아침, 난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자전거를 차에 실었다.
전날 이러저러한 이유로 벚꽃 구경을 가지 못한 게 한이 맺힌 거다.
그런데 집을 나서자마자 빗방울이 뚝뚝뚝뚝... ㅠㅠ
내 눈에서도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집으로 다시 돌아와 침대에 누워 잡생각을 하며 한 시간 정도 기다리니 비는 거의 멈춘 듯했다.
그렇게 나가서 벚꽃30리길을 타고 낙동강변을 타고 김해 쪽으로 갔다가 양산으로 해서 다시 돌아오는데 뭔 일인지 냉장고 안 유통기한을 간당간당 넘길 상황이 되는 멍게 몇 덩이가 기억났다.
대체 자전거 타면서 멍게 생각이 나는 건 뭐냐고!
(오늘은 80km만 탔다. 몇 달 못 탔더니 허벅지에 경련이... ㅎ)
이런 멍게 같으니...
돌아오자마자 난 냉장고에서 멍게를 꺼내 멍게초무침을 만들어 버렸다.
내일 점심에 먹을 거다.
양파와 당근을 잘게 쌀고 청양고추도 두 개 얇게...
멍게는 식초, 소금, 설탕 녹여 절였다.
역시 눈대중이 최고다.
파는 초장을 쓰려다 그냥 만들어 쓰기로 하고 식초, 고추장, 간 마늘, 설탕(이건 거의 안 쓰는 아이템이다)을 섞어 대충 비벼 설탕이 녹을 때까지 기다려 줬다.
역시 모든 건 눈대중이다.
요리하는 데 그 정도 감각은 다들 있는 거니까.
절인 멍게에서 물을 짜낸 후 물로 한번 더 씻어 또 짜 줬다.
멍게에 밴 간이 맛을 버릴 갓 같아서...
이제 몽땅 투척하고 비비면 끝!
어머나! 세상에 이렇게 간단한 요리가 어디 있나 모르겠다.
누가 죽나 보자는 식으로 마구 비벼 줬는데 영 성에 안 차서 깨소금을 왕창 뿌려 버렸다.
내일 먹을 건데 팅팅 불어버리면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