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실에 처박아 놨던 찬밥과 자연산 섭죽으로 몸보신하기
서해에서는 담치라고 불리는 국내 토종 해산물, 편하게 그냥 홍합이라고 하자.
동해에서는 섭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그리고 평소 우리가 먹는 홍합은 토종 홍합이 아니라고 한다.
외국 선박들에 붙어서 들어와 토착화된 거라고~~
2주 전에 주문한 담치(섭)가 도착했다.
섭죽을 만들어 먹겠다는 일념으로 무려 보름을 기다린 셈이다.
한창 다이빙할 땐 쌀자루로 지고 나오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 비싼 돈 주고 사 먹는 신세가 됐다.
홍합 류는 조류가 센 물속에서 번식한다.
처음 담치밭을 발견했을 땐 물속에서도 입이 쩍 벌어지는 광경이었다.
어마어마하게 큰 수중여를 가득 메운 담치들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조류가 세기 때문에 조금 때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이고 가급적 물이 멈춘 간조, 만조 때 작업한다.
(합법적으로 했으니 오해는 마시라!)
100% 자연산이다.
담치(섭)를 양식한다는 소린 들어본 적이 없다.
일단 담치(섭)를 쇠수세미로 최대한 깨끗이 닦아 솥에 넣고 팔팔 끓인다.
섭죽에 들어갈 물은 일명 홍합탕을 쓰는 거다.
입을 쩍 벌린 담치(섭)를 꺼내 살을 발라낸다.
살이 토실토실하다.
누구는 그냥 1인당 하나씩 주자는 의견이 있었을 정도로 그냥 먹어도 좋겠다는 생각인데 그러고 보니 예전에 흔히 먹을 땐 한 입 가득 넣고 우물거리며 먹었던 기억이 난다.
맛 하나는 어디 비견할 데가 없다.
발라낸 녀석들의 뿌리에 칼을 찔러 넣어 떼어낸다.
잘 익어서 그런지 툭툭 잘 빠진다.
미리 끓이기 시작했던 죽에 먹기 좋게 자른 담치(섭) 살을 투척했다.
섭죽을 끓이기 위해 따로 밥을 한 건 아니다.
그날 먹지 못한 밥을 냉동실에 얼려 두었는데 너무 많아져 이렇게 소비하는 편이다.
최근 도입한 식판 위에 한가득 담아 한 숟가락 떠먹는다.
담치(섭)의 식감이 기똥차다.
또 해 먹자는 사람들...
이거 은근히 귀찮은 작업인데 전 직원들의 행복을 위해 또 이 한 몸 불살라 보리라.
코로나 때부터 회사에서 밥을 해 먹던 게 이젠 당연한 일이 되어 매일 밥을 해서 먹지만 이렇게 작정하고 사진 찍어 후기까지 올리는 건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특이한 음식을 만들 땐 또 이 취미생활을 이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