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에 그렇게 좋다는데~
제주도에서 황칠나무 순이 올라왔다.
그저 말로만 듣던 환상 속 존재나 마찬가지!
이걸 위해 무려 7년이나 키운 황칠나무.
첫 순인 거다.
상자를 열었을 땐 고추순인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너무 영롱한 나머지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돌려 보며 살폈다.
조금은 뻣뻣한 느낌이 들었지만 데치고 볼 일이다.
상자 가득히 담겼던 황칠나무 순을 끓는 물에 몽땅 투하시켰다.
잘 데쳐야 할 텐데 너무 조심스럽다.
평소엔 뭘 데쳐도 딱히 정성스럽게 하진 않는 편이었는데 워낙 귀한 녀석이라 끝까지 지켜보며 데쳐야 했다.
양이 적지 않아 실패하는 순간 매 맞을 각이다.
점심식사 시간에 먹어야 하겠기에 일부를 꺼내 찬물에 식혔다.
맘 같아선 삼다수에 씻고 싶었다는...
미리 준비한 양념들.
제주도 집에서 농약 한 번 주지 않고 키운 청양고추다.
국보급 매운맛이라 세 개면 초죽음이다.
다진 마늘과 옛날된장, 후추 조금, 청양고추, 간장 찔끔 넣고 들기름 두르고 거기다 최종병기인 제주도 집에서 공수한 동백기름을 담뿍 넣었다.
마구 비비며 맛을 본다는 명분으로 자꾸 입으로 가져간다.
식감이 기똥찬 게~
쌉싸름한 황칠나무 순이 정말 기가 막힌다.
본 맛을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양념만 하겠다곤 했지만 좀 더 약하게 했어야 싶기도 했다.
설명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겠지만 나의 이 시리즈를 봤다면 알 거다.
우리 회사는 코로나 이후로 줄곧 밥을 해서 먹고 있다.
식판은 최근 도입했다.
오늘 점심의 식단을 설명하자면...
황칠나무순에 눈이 멀어 사진은 촬영하지 않았지만 제주도 집에서 농약 한 번 주지 않고 키운 콩으로 만든 낫또에 청양고춧가루, 들기름, 동백기름, 참깨, 간장을 넣고 버무린 게 있다.
역시 제주도에서 직접 잡은 뿔소라를 넣은 시락국.
자리돔젓갈로 담근 배추김치와 기타 등등이 있다.
요즘 반찬 가짓수가 너무 많아져 식판이 넘쳐날 정도가 됐다.
우리는 이 사내 식당을 루파고식당이라고 부른다.
나 루파고는 사내 요리사니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