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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부엌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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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May 08. 2023

게 튀김

이걸 요리라고 할 수 있나 모르겠지만...

수도권에서는 자주 볼 수는 없지만 충청권, 전라권에서는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게 튀김이나 볶음.

제주도에서도 즐겨 먹는 음식인지 모르겠지만 전라권에서 이주한 사람들의 요릿법이 섞여 게 튀김 요리를 가끔 만나기도 한다.

갯벌에 조개 캐러 나갔다가 돌을 들출 때마다 녀석들이 우르르 몰려다니기에 튀겨 먹을 요량으로 수십 마리를 잡아왔다.



아직 힘이 남아나는 녀석들...

잔인할 수밖에 없는 행위를 해야만 한다.

끓는 물에 산낙지를 집어넣는 것과 다를 것 없는...



끓는 기름 속에서 열 개의 다리를 바들바들 떨며 타 죽어가는 게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또 이렇게까지 해가며 이걸 해 먹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다리가 툭툭 끊어져버린 게들은 생명체에서 음식으로 변했다.

어쩌면 채식주의자들의 마음이 이런 데서 동요된 게 아닐까 싶다.



이렇게 되고 보니 음식으로 보이긴 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내가 비위가 약한 것인지 회를 많이 뜬 날은 회에 손이 잘 안 가기도 하는데 게 튀김도 몇 개 못 먹고 젓가락을 내려놓고 말았다.

맛?

의외로 바삭하고 고소하다.

하지만 즐겨 먹기엔 너무 잔인하단 생각이 든다.

소라를 잡아 회로 먹고, 군소를 잡아 배를 가르고, 보말을 끓는 물에 통째로 삶는 등의 행위와 전혀 다를 바 없음에도 다르게 느껴지는 건 뭘까?

튀긴 행위 외엔 소금조차 쓰지 않았는데 과연 이걸 요리라고 해야 하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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