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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부엌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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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May 12. 2023

제주도산 생톳으로 생톳밥

작년에 준비한 일 년치 톳을 주변 사람들에게 헤프게 풀었더니 일 년도 못 버티고 소진되고 말았다.

가끔 생각나는 톳밥을 먹을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마트의 무시무시한 톳 가격이 나를 슬프게 했다.

올해는 윤달이 껴서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봄.

난 이제나 저제나 제주도 집에 다녀오나 고민하다가 드디어 짧은 일정으로나마 다녀올 수 있었다.

톳 상태를 보니 여차하면 톳 철을 놓칠 뻔했다.

깨나 억세진 상태였다.



다듬는 일도 만만치 않다.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불순물을 제거하고 딸려온 뿌리를 잘라주는 게 은근 중노동이다.

엄마는 생으로 먹을 양을 챙겨 주셨고, 평소처럼 나머지는 말려서 보내주실 거다.

생으로는 이렇게 많지만 말리면 얼마 되지 않는다.

어쨌든 이 만큼이면 일 년 내내 실컷 먹을 수 있다.



흐르는 물에 씻은 후 소금에 십 분 정도 불려 맑은 물에 비벼 한 번 더 씻었다.

제주도 바다가 아무리 깨끗해 보여도 톳에 붙은 불순물이 있다.

게다가 열심히 다듬었다 해도 남겨진 뿌리 등이 남아 있다.

이제 요리에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하니 매의 눈으로 꼼꼼하게 살핀다.



그렇게 씻은 톳을 도마 위에 놓고 자르는데 워낙 싱싱해서 그런지 톳이 끊어지며 사방팔방 튀어 다닌다.

내공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다.

톳에서 풍겨지는 바다향이 짙다.



드디어 소원 풀었다.

생톳밥이다.

난 부드럽고 좋은데 말린 톳밥이 식감이 더 좋다는 사람도 있었으니...

아무튼 이제 생톳은 두부와 버무릴 정도의 양만 남았다.

이제부턴 다시 말린 톳으로 톳밥을 해서 먹어야 한다.

어쨌든 일 년치 톳은 확보됐고 마음이 든든하다.


그나저나 이번엔 철을 놓쳐 미역을 수확하지 못했으니 제주 미역은 글렀고 천상 기장 미역을 사다 먹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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