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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부엌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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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May 16. 2023

오늘은 회사에서 집밥을 얻어먹었어요

오늘의 점심식사

이사님 : 내일 집 반찬-나물 몇 가지 하고 고등어조림 해 갈 테니 밥만 준비하세요

나 : 넵. 그럼 된장찌개만 끓이겠습니다.

이사님 : 상추는?

나 : 상추는 다 먹었습니다

이사님 : 상추도 가지고 갈게요.


어제 퇴근시간이 다 되어 카톡을 나누고 오늘은 회사에서 집밥을 먹게 됐다.

우리는 매일 점심을 해서 먹는데 대부분 내 손을 타지 않은 요리로 점심식사를 하게 되니 오랜만에 손발이 한가했다.

단지 꺼내 펼쳐 놓기만 하면 되는 상차림이다.

* 시락국은 지난주에 남은 걸 얼려뒀던 거다.



일단 이것만 봐도 상당한 양이다.

아무리 내가 요리 좀 한다지만 역시 주부의 손길을 따라갈 순 없는 모양이다.

정갈하게 포장되어 온 갖가지 나물과 손이 많이 가는 계란말이까지 완벽한 상차림이 아닐 수 없다.



어떤 방향에 놓고 촬영해도 맛있어 보이는데 진짜 맛은 어떨까?

말하나 마나 맛은 기똥찬데 사진으로밖에 표현할 수가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고추장도 직접 만든 집고추장이다.

역시 궁합이 딱 맞아떨어지는 한 상이 아닐 수 없다.



푹 조린 고등어조림은 짜지 않고 김치 맛이 뱄다.

엄마손맛이다.



미리 잡곡을 물에 불려 11시 30분 정도에 밥이 되도록 시간을 맞춰 놨었다.

역시 찰지게 잘 지어졌다.



이건 루파고 표 시락국.

내 시락국은 부산사람들에게 이미 인정받은 요리다.



자율적으로 모금하는 돼지저금통은 엔젤들의 손길에 반쯤 차고 있다.

두어 달 전에 도입한 식판 시스템이지만 경우에 따라~



목표가 비빔밥이니 밥 조금, 나물 가득 넣고 고추장에 참기름 부어 내 몫을 준비했다.

토핑을 예쁘게 잘했으면 전주비빔밥에 견주어도? ㅎ



오늘은 식판을 쓰지 않고 각 그릇에 고등어조림과 시락국을 따로 퍼서 먹었다.

평소 양조절을 하던 직원들도 오늘따라 과식이다.

우리 회사엔 입사 후 10kg 증량이 필수적이다.

이런 식단을 두고 다이어트니 뭐니 해가며 음식을 피할 방법이 없으니까 말이다.



비벼도 먹고 쌈도 싸서 먹고 여러 방식으로 맛을 봤는데 엄마에겐 미안하지만 회사에서 엄마밥, 집밥 같은 점심식사를 한 거다.

내가 한 요리 말고 남이 해주는 요리를 먹는 것도 나름의 일탈이었던 것 같다.

가끔 이런 기회가 찾아오길 은근히 바라는 루파고의 마음~




이사님 사모님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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