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파고 May 06. 2023

친구의 충남 홍성 고향집 동행기

아주 시골스러운 시골

내가 대단한 곳들을 섭렵한 건 아니지만 그간 다녀온 그 어떤 호텔보다 맛있는 행사 음식을 바로 이곳 충남 홍성에서 경험했다.

홍성은 지리적으로 태안과 접한 바닷가이며 안면도와는 남북으로 길게 늘어진 만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보통 섬이 매립공사로 인해 육지가 된 경우는 흔하지만 안면도는 그와 반대의 경우다.

안면도가 원래는 육지였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조선 인조 때 한양으로 운송하는 진상품과 곡물 등의 해상 운송 문제로 육지를 끊어 안면도를 섬으로 만든 거다.

보통은 섬이라는 섬 아닌 섬들에 비하면 역사적으로 정반대의 길을 간 곳이다.

난 서해대교가 개통된 날부터 태안 일대를 줄기차게 돌아다녔다.

지금이야 서울에서 두세 시간이면 갈 수 있는 충남 해안 관광지가 됐지만 서해대교가 개통되기 전의 충남 지역은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낙후된 곳이었다고 한다.

내 몇 안 되는 절친인 녀석의 고향이 바로 홍성인데 십수 년 전 녀석의 결혼식 때 홍성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수도권에 사는 녀석은 동향 출신의 여자를 만나 고향 마을회관에서 결혼식을 치렀는데 마을에선 직접 만든 음식을 풍성하게도 차렸다.

미처 그 사진이 남아있지 않는 게 안타까울 정도인데 나중에야 그 음식들이 그렇게 맛있었던 이유를 알게 됐다.

한우 유명한 지역이 한두 군데가 아니지만 충남 홍성 역시 한우로 유명한 곳들 중 한 곳이다.

게다가 바다를 접해 해산물이 풍부하고 갯벌과 간척지가 넓어 쌀도 품질이 좋다.

그뿐인가?

홍성엔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풍천도 많고 큰 저수지도 많아 대물 붕어가 잘 잡혀서 붕어 낚시꾼도 자주 찾는 곳이다.

그래서 그랬던 거란 걸 인정할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갑자기 녀석이 보고 싶어 전화를 했더니 마침 고향집에 와서 민물낚시 중이라는 거다.

나는 내친김에 시동을 걸고 친구가 있는 곳을 향했다.

예전에도 한번 가본 적이 있었던 녀석의 낚시터를 머릿속에 그리며...



밤새 낚시를 마치고 아침엔 녀석의 고향집으로 향했다.

어머니의 시골밥을 얻어먹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십 년 전 어머니는 아들과 살겠다며 도심으로 오셨다가 시골이 좋으시다며 시골집으로 되돌아가셨다.

익숙한 고향 시골길을 거침없이 달려가는 녀석의 차를 따라 삼십여 분을 달렸을까, 마을길로 접어들더니 시골집스럽지 않은 건물 앞에 멈췄다.

시골집이라더니 내가 상상하던 그런 집은 아니었다.

하지만 판단과 달리 동네 양계장이라고 했다.

양계장이라 하기엔 뭔가 이상하다 싶어 물었더니 처음엔 조그맣게 청계를 키웠는데 동네 사람들에게 팔기 시작했고 양이 부족해 조금씩 불리다 보니 꽤 규모가 커졌다고.

계란은 청계가 갓 낳은 청계란이다.

물론 몇 판 사 왔는데 그것도 일찍 와서 남은 거라고 한다.



친구 고향집에 도착해 밤새 잡은 붕어를 꺼냈다.



주변은 온통 모내기가 한창이었다.

시간이 느려진 것만 같은 평온함이 사방에 흐르고 있었다.

이게 바로 시골의 매력이다.

손에 쥔 것 없음에도 왠지 모를 풍요로움이 가득하다.



집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사진을 찍어대는 내가 이상하게 보였을 것 같다.

우리 집도 제주도지만 홍성의 시골은 제주에선 느낄 수 없는 색다름이 있다.






드디어 어머니의 시골밥상이 차려졌다.

방금 뜯어온 상추에 된장만 있어도 충분할 것 같았지만 꾸밈없이 차린 투박한 요리들을 보니 침이 고였다.

계란말이, 두부찌개 그리고 방금 사 온 청계란 프라이까지...

또 가고 싶다.

친구네 시골 고향집으로...


매거진의 이전글 이번엔 고성군 서쪽으로 자전거 타러 왔다가 우중 캠핑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