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낚시는 잠시 구경만 하고 소주 한잔 얻어먹고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수면 위를 물들이는 풍경을 감상하다 해를 따라 둑방 위로 넘어갔다.
역마살이 꼈다는 소리를 들어왔을 정도로 나돌아 다니는 걸 즐기는 내게 이런 풍경이야 지칠 정도로 익숙해야 하겠지만 신기하게도 이런 풍경은 매일 봐도 질리지 않는다.
역시 일출은 감상 시간이 짧다.
멀리 산맥 위로 두둥실 떠오른 태양은 주변을 벌겋게 익히기 시작했다.
다시 둑방을 타고 넘어와 낚싯대 한 대를 드리워 놓고 붕어가 물어주기를 기다렸다.
난 낚시꾼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꽂힌 사람이 아니라 한두 대 정도면 충분하다.
많이 잡혀준다 하더라도 붕어는 손질과 요리가 까다로워서 내게는 딱히 반가운 어종이 아니기도 하다.
아무래도 난 민물낚시보다 바다낚시가 체질에 더 맞는 편이다.
친구는 여전히 같은 장소에서 낚시를 시작했다.
세상은 그저 고요하기만 했다.
수면은 잔잔하고 얕은 물가엔 작은 물고기들이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는 게 보였다.
수풀 사이로 붕어인지 잉어인지 메기인지 가물치인지 모를 녀석들이 지나다니며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냈다.
내 낚시를 물어주든 말든 난 릴랙스체어에 앉아 한껏 여유 있게 대자연을 누린다.
민물낚시는 고요함 속에 매력이 있다.
거친 파도소리 하나 없고 종종 정적을 가볍게 깨는 자연의 소리들도 평화롭다.
밤에는 밤의 매력이 있고 낮에는 낮의 매력이 있지만 난 새벽녘과 해가 뜬 지 얼마 되지 않아 선선한 이맘때쯤의 아침 무렵이 좋더라.
먹이 활동을 하기 위해 수면을 치고 사라지는 물고기들이 만들어낸 잔잔한 파고는 있었다가 없고 없다가도 있다.
여름으로 접어들며 점점 모기 등 날벌레들이 많아지면 피곤해지는 민물낚시지만 낚시라는 레저행위가 아니더라도 이런 감출 수 없는 강렬한 매력이 낚시꾼들을 불러 모으는 모양이다.
많이 잡을 땐 수십 마리도 잡아가는 편인데 공치는 날도 많다고 한다.
물론 빈 낚시 드리우고 세월을 낚으며 왕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강태공의 마음이야 알 수 없지만 자연 속에 나를 던져두고 운 좋으면 붕어도 잡아가는 민물낚시의 매력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