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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pr 29. 2023

이번엔 고성군 서쪽으로 자전거 타러 왔다가 우중 캠핑을

월요일에 근로자의 날이 낀 황금연휴란다.

난 근로자 맞나?

아무튼 난 또 출근하겠지만 주말 라이딩을 놓칠 순 없는 법.

그런데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내내 비소식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주말 날씨 예보를 미리 보지 않는 탓에 꼭 이렇게 직원들 통해서 알게 된다.

아마도 주말마다 뻔질나게 싸돌아다니면서도 미리 준비 같은 건 아예 하지도 않는 나를 배려한 걸 거다.

토요일에 비가 온다니 난 곧장 우중 캠핑을 떠올렸다.

타프에 빗방울이 감성을 두드리는 소리에 가슴이 뛰었다.

이번에도 부산에서 가까운 고성을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 비 내리는 풍경을 가장 멋들어지게 느낄 수 있는 곳이 어디 있을지...

난 금요일 퇴근 후 두 달 넘게 손보지 않아 지저분해진 머리를 정리하고 짐을 챙겨 떠났다.

혹시나 싶어 위성지도를 보면 괜찮아 보이는 사이트에 가봤지만 영 맘에 내키지 않았다.

어쩌다 보니 밤 11시 30분이 넘어서야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장소를 찾았도 비를 맞으며 타프를 쳤다.

혼자 작은 녀석이라 온전히 비를 피할 수 있게 만들긴 어려웠지만 다행히 바람이 세지 않아 비를 피하기엔 충분했다.

나름 추억이 깃든 싸구려 폴딩 텐트를 타프 아래 밀어 넣고 테이블과 캠핑용품을 꺼내 대충 세팅을 마쳤다.

이번에도 라면이다.

대충 떠난 거라 준비한 게 없어서 겨우 라면뿐이었다.

맥주 한잔 하며 빗소리를 느끼며 감성을 충전했다.

글이 마구 쓰고 싶었지만 어쩐 일인지 요즘은 소설이 잘 써지지 않는다.

머릿속은 온통 일과 관련된 생각뿐이라 소설 같은 게 들어갈 틈이 없는 거다.



타프와 빗방울이 만나는 소리를 감상하며 몇 시간을 버티다 지쳐 잠이 들었다.


고성 마트에 가서 목살과 오겹살을 사 왔는데 아침부터 낮술 모드다.

여기 나 말고 아무도 없다는 게 아쉽다.

혼자 다니는 걸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가끔은 외로움을 타는 내가 신기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덕분에 미뤘던 세차가 됐다.

이 얼마나 반가운 봄비던가?



밤 사이 강한 비 때문에 선착장에 나가 볼 생각은 못 했었는데 이제야 풍경을 살폈다.

관광객이라곤 나 외엔 없다.

적막함 속에 온갖 새소리만 가득하다.

가끔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숭어들이 관심을 끈다.

루어대라도 챙겨서 다녀야겠다.

제주도에서 민물낚시 가방을 가져왔지만 이상하게 꺼낼 일이 없다.

루어 끼워 민장대 낚시라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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