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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May 15. 2023

30년 맛집, 94탄-3대째 이어진 진주 육회비빔밥

대한민국에 냉면은 진주냉면과 평양냉면 두 가지밖에 없다고 한다.

나 역시 처음 들은 이야긴데 냉면의 유래를 알면 쉽다고 한다.

참고로 전주의 비빔밥과 달리 진주는 원래부터 육회비빔밥이다.


부산에서 진주까지 육회비빔밥을 먹으러 갔다고 하면 믿지 않겠지만 믿을 필요는 없다.

생각을 발단은 부산서부버스터미널에서 자전거를 버스에 싣고 진주로 갈 생각이었는데 그렇게 되면 점심식사 시간이 애매해질 것 같았다.

터미널에 거의 도착할 무렵 생각을 고쳐 먹고 밀양 삼랑진으로 향했다.

삼랑진은 낙동강 옆에 위치하고 있어 진주까지 다녀오기에 최적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왕복 240km의 거리지만 진주 제일식당 육회비빔밥을 향한 집념 하나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거리니까...

하지만 돌아오는 게 문제, 진주에서 부산까지 온다고 해도 160km인데 거기에 80km를 추가한 셈이다.



아무튼 삼랑진에서 출발해 진주중앙시장까지 114km 거리였다.

쫄쫄이 복장을 보는 것조차 어색한 일반인들의 시선을 요리조리 피하며 진주의 한우비빔밥의 최고봉 중 하나라는 제일식당을 찾아갔다.

식당은 시장골목 안에서 또 골목을 찾아 들어가야 한다.

나는 지도 활용을 잘하는 편이라 어렵지 않게 찾아냈지만 초행자라면 쉽게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식당  앞에 이렇게 테이블 두 개가 있다.

한 테이블엔 손님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식당 문을 열어보니 이미 만석이었다.

난 잽싸게 남은 자리를 차지했는데 마침 자전거도 있고 하니 여기 앉는 게 분실 등 손 타는 걸 염려하지 않아도 되니 차라리 속이 편했다.

그런데 난 정말 운이 좋았던 거다.

사진은 없지만 내 뒤로 대기가 이어졌는데 하필이면 그들은 내 자전거 옆에서 시작해서 시장골목 입구까지 늘어졌고 난 동물원 원숭이 꼴이 되고 말았다. ㅎㅎ



음식 가격은 정말 지금까지 가 봤던 어떤 한우육회비빕밥 전문점보다 저렴하다.

절대로 딴지를 걸 수 없는 확실한 저렴함이다.

제일식당 역시 재료 소진 시 조기 마감될 수 있다고 적어 놨다.

난 당연히 대자로 주문했다.

대자는 11,000원이다.

요즘 물가에 이런 착한 가격이라니.



이레 기본찬이다.

맵게 버무린 오징어채가 거의 술안주에 가깝다.

아마 나 같은 주정뱅이 꽈 사람들이라면 바로 소주 1병 주문할 판이다.



바로 맞은편에는 이가네떡볶이라는 분식집이 있더라.

떡볶이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아무튼.



식당 문이 열린 틈을 타 내부 사진을 촬영해 봤다.

실내를 제대로 보지 않아 안타까웠는데 다행이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보니 식당이 몇 년 됐을지 감이 오긴 한다.



드디어 육회비빔밥이 나왔다.

여기서 진주의 육회비빔밥이 유명한 이유를 설명하고자 한다.

물론 맛집백과사전 설 모씨의 설명을 그대로 옮겨 본다.


진주가 전통적으로 영남권 최대의 축산도시인데 진주하면 제일 유명한 게 육회비빔밥과 육전냉면. 전국에서 축산학과 제일 유명한 게 진주 경상대랑 건국대 일 정도로 축산이 발달했음.


진주의 유명 음식이 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다.



이렇게 비벼보니 신선한 야채가 가득이다.

내 장담컨대 전주의 그 유명하다는 육회비빔밥에 견주어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가격은 절반도 안 된다는 게 찐 매력이다.

간도 적당하고 질기지 않은 한우 육질과 각기 식감을 가진 야채들이 입 안에서 매력을 뿜어낸다.

자전거를 타고 114km를 와서 배가 고파서 그랬던 건 아닐 거다.

이미 제일식당은 진주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유명한 식당이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선짓국도 따라오는데 이것만 갖고 장사해도 먹고살겠더라.

원하면 리필해 준다고 하는데 난 이것만 갖고도 충분했다.



내 뒤로 이어진 대기줄은 끝날 줄을 몰랐다.

내가 밥 먹는 꼴을 보던 그들 중 누군가 내가 앉았던 자리에서 식사를 했을까 싶기도~



싹 비우고 나왔다.

이제 돌아갈 길이 남았는데.... 육회 먹은 힘으로 돌아가면 되려나 싶었다.




맛집백과사전 설 모씨는 진주에서 여러 사업을 해 왔기에 진주의 맛집을 더러 섭렵하고 있었다.

물론 진주의 맛집 정보는 그에게서 얻은 거다.


설 모씨가 보내준 문자메시지다.

진주냉면은 하연옥 이 제일 유명한데 진주냉면은 타지방에서 비슷하게 하는 집이 많아졌으니 다음에 1박 할 때 가보고 오늘은 육회비빔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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