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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May 12. 2023

30년 맛집, 93탄-53년 넘은 부산진역 할매곱창집

서울에서 중요한 손님이 오셨다.

물론 좋아하는 분이라 즐거운 술자리지만 업무적인 자리라 이틀 연속 술상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이번에도 부산맛집백과사전 설 모씨에게 맛집을 소개받았다.

두레박산오징어를 좋아하는 손님은 당일치기 부산 출장이었고 해서 부산역 가까운 곳에서 술자리를 하기로 합의를 보고 부산진역 할매곱창으로 향했다.


설 모씨의 설명에 의하면 가깝게 지내는 부산일보 국장님과 함께 다녀온 식당인데 음식도 음식이지만 사연이 재밌는 곳이라고 했다.

그것도 누구에게 들어서 알게 된 내용도 아니고 직접 들었던 얘기란다.

정확하게 1975년도에 식당을 인수한 주인장 할머니의 말로는 그전부터 원래 곱창집이었다 하였고 전 주인은 1950년대에 누군가에게서 인수받은 식당이라고 했다.

황당한 건 그전에도 곱창집이었다고 하니 이 식당은 세 번 주인이 바뀌었을 뿐 최소 52년 이상 된 식당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찍 출발해서 도착하고 보니 주차할 장소가 만만치 않았다.

간판은 크지 않은데 30년 전통의 곱창전문점이라는 설명이 있다.

간판의 연식을 보니 최소 10년은 됐을 것 같다.

1975년 인수하셨다는 기준으로 보면 20년 이상은 됐어야 맞을 것 같다.

아무튼...



실내에 들어서니 오래된 건물에 창문 샷시만 새 걸로 바꾼 듯했다.

특히 안쪽 내실인 듯한 곳의 미닫이 문을 보니 오랜 세월이 설명되고 있었다.

저쪽에 자리를 잡았으면 더 좋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곱창전골과 낙곱창전골이 주력이라고 했고 우리는 낙곱창전골 2인분을 주문했다.



바로 옆이 주방이라 할머니의 신들린 손놀림을 감상하고 있으니 금세 우리 안주가 화구 위에 올려졌다.



오~ 그런데 시금치가 올려져 있다.

시금치를 넣은 곱창전골을 먹었던 기억이 있나 싶은데 다음날인 오늘 설 모씨에게 물으니 부산에서는 원래부터 시금치를 넣었다고 한다.

낙곱새 등 신메뉴가 인기를 끌면서 요즘은 시금치를 넣지 않는 편이 된 것 같다는 설명이다.



단출한 반찬이지만 콩나물도 정구지무침도 맛나다.

특히 간장소스에 큼직하게 썰은 마늘이 독특하다.



뚜껑을 열고 전골의 내용물이 얼마나 익었는지 확인했다.

역시 낙지와 곱창이 푸짐하다.



아직 익지도 않았는데 자꾸 들쳐보게 되는 건 냄새를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빨리 익어야 먹을 텐데 우리를 본 할머니가 낙지는 먹어도 된다고...



드디어 다 익은 낙곱창전골의 모습.

일단 국물이 진하다.

아낌없이 넣은 양념이 만들어낸 국물은 오랜 세월의 내공이 담겼다.



특히 맛있는 국물을 머금은 당면이 기똥차다.

한우 곱창은 전혀 질기지 않아 식감이 좋다.

연거푸 먹다 보니 밥을 비빌 생각을 못하고 바닥을 비우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1인분을 추가로 주문했고...

이번엔 배가 불러 밥은 못 먹었다



추가 1인분이 2인분만큼 나왔다.

소주를 많이 마셨더니 53,000원 나왔는데 이 정도면 아주 착한 가격 아닌가 싶다.

먹은 만큼 배출을 해야 했기에 나오는 길에 화장실에 들렀는데 정말 기억 속에서도 아득한 오래된 좌식 화장실을 만났다.

할머니는 좌식 식당을 입식으로 개조한다고 하는데 좌식을 싫어하는 나조차도 오랜 세월이 눌어붙은 좌식을 유지하면 더 좋지 않겠나 싶은 생각도 있다.


하지만 술꾼은 술꾼이라 2차를 가고 말았는데 어제도 갔었던 석기시대에 또 가고 말았다.

멤버가 바뀌긴 했지만 말이다.

택시를 타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이 코스로 가도 나쁘지 않겠다.

할매곱창집-석기시대

https://brunch.co.kr/@northalps/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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