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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May 03. 2023

30년 맛집, 90탄-오향장육과 만두만 파는 석기시대

부산 로컬들의 노포맛집 석기시대

부산의 석기시대에 다녀왔다.

21세기에 무슨 석기시대 타령이냐고 하겠지만 여긴 정말 석기시대가 맞다.

왜 석기시대인고 하니 창업하신 아버님 성함이 '석기'라고...

단골 설 모씨께서는 예전에도 물어보더니 또 물어보냐며 핀잔을 받았다고 한다.

아무튼 이 식당은 부산 로컬들의 찐사랑 노포맛집이라고 한다.

인테리어를 해서 이렇게 깔끔해진 모습인데 수십 년간 다녔던 단골들은 예전의 모습을 더 그리워한다나?


웃기는 건 여길 가게 된 것도 사연이 있다는 거다.

지겨워질 정도로 며칠 동안 만두를 먹었더니 만두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하여 다른 식당에 갔다가 거기서 2차로 여길 온 거다.

영문도 모르고 끌려왔기 때문에 황당했지만 어쨌건 가보고 싶었던 식당인지라 반갑기도 했다.



여긴 오향장육과 만두만 판다.

찾아가는 것도 어려운 부산의 동네 뒷골목 안쪽 황당한 곳에 있는데...

타지인인 나로서는 듣지도 못했던 부산 중구의 동광동이라는 동네다.

중앙역 근처라는데 아무튼 지도를 보고서야 어딘지 대충 감이라도 잡을 수 있었다.



창문을 열어 두니 시원하니 좋다.



메뉴판을 보니 정말 오향장육과 만두만 판다.

그런데 가격이 너무 착한 거 아닌가?

시대를 역주행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를 냉장고 앞으로 끌고 간 설 모씨의 손가락을 따라가보니 오이, 양파, 양념장 등이 가득이다.

회전이 빠르단 얘기다.



기본으로 차려진 간장소스와 4가지 양념이다.

패키지가 맘에 쏙 든다.



드디어 오향장육이 나왔는데 맛깔스럽다.

이게 소자인데 양이 엄청나다.

뒤에 있는 다른 테이블의 그릇을 보니 엄청난 크기던데 소와 대가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아무튼 이것도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



각자 양념을 놓고 시식을 준비했다.



오호~ 역시 찐맛집이라고 했던 이유가 있었다.

여느 중국집 어딜 가도 석기시대를 따라오기 어려울 것 같다.

특히 가격적으로는 완벽한 경쟁력이 있다.

최고다!



소주가 따라오지 않으면 정말 섭하지~

연거푸 마시기 시작했고~



그 사이 예전의 석기시대 사진을 찾아 보여준다.

예전 모습에 정감을 느낀다는 단골의 추억까지야 내가 어찌 알겠는가?

아무튼 맛집은 추억이니까.



줄기차게들 마신다.

1차에서도 그리 마시고...



드디어 튀김만두가 나왔는데 겉바속촉이라는 표현을 제대로 성립시키는 요리가 아닌가 싶었다.

설 모씨의 말로는 아저씨는 구석에 앉아 만두만 빚고 계시곤 했다는 거다.

말 그대로 직접 빚은 만두라는 걸 설명한 것!



일본에서 배워 왔다는 양념이 준비됐다.

식초에 후추를 잔뜩 섞어 군만두용 소스를 만든 거다.

그렇게 먹으니 정말 독특한 별미가 됐다.

그냥 먹어도 맛있는 군만두지만 말이다.



보통 어설픈 튀김을 하는 중국집에 가면 겉이 너무 타서 딱딱한 군만두가 되는데 석기시대 군만두는 급이 다르다.

역시 식당은 단요리 전문점이 진정 맛집이라는 생각에 한 표 던지는 순간이다.



이번엔 찐만두!

속은 고기가 꽉 차 있다.

얼마나 단단하게 눌렀는지 살코기를 씹는 듯한 단단함이 느껴질 정도로 식감도 좋다.

재료를 아끼지 않았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이번엔 찐만두용 소스에 고춧가루가 과하다 싶을 정도로 푹 찍어 먹는다.

주정뱅이들이 먹기도 잘 먹는다.

대체 저 많은 것들을 뱃속 어디에다 쑤셔 넣고 있단 말인가?



저렇게 배가 나왔음에도 추가롤 주문한 찐만두.

결국 저걸 다 먹고 2인분 포장해서 왔다는 황당한 뒷 이야기가 전설이 됐더라는.



그렇게 문 닫을 때까지 줄기차게 퍼 마시고 퍼 먹으며 버티고 버텼다.

정말 악성 고객이 되지 않을 정도로 마감 정시까지 채울 요량이었지만 조금 일찍 일어나 드렸다.



식당 밖 골목으로 나와 주변 풍경을 몇 컷 담아봤다.

부산사람들의 추억이 녹은 골목이란다.

특히 일제 때 만들었다는 계단이 다소 이색적이다.

일부러 찾긴 그래도 석기시대에 들렀다면 이 계단도 한번 밟고 지나가볼 일이다.

이 아래로 가면 부산역과 영도로 이어지는 대로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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