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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pr 30. 2023

30년 맛집, 89탄-남해 죽방멸치쌈밥 우리식당

죽방에서 잡은 멸치를 죽방멸치라 한다

금요일 밤, 비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비 맞으러 고성에 갔다.

우중캠핑의 운치를 놓칠 순 없었다.

그렇게 금요일 밤을 보내고 토요일 밤을 보냈다.

노숙이라 이틀 밤을 샤워도 못하고 비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이젠 우중캠핑 질렸다. ㅋㅋ

토요일 저녁이 되자 비가 그쳤고 난 다음날 해남까지 라이딩을 다녀올 계획으로 일찍 잠이 들었지만 이틀 동안 한 게 없어서 그런지 체력이 남아돌아 도저히 맨 정신으론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고주망태가 되어 기절했고 새벽 5시부터 잠을 설치다 7시 조금 못 미쳐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연이틀 비가 내려서 그런지 기온이 너무 떨어져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여름용 라이딩 복장이라 또 추위와의 한판 승부가 필요했다.

고성군 근처에서 시작된 라이딩은 약 70km를 달려서야 해남 우리식당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 식당은 역시 맛집백과사전 설 모씨의 소개로 알게 된 곳이다.

그런데 도착하고 보니 작년 여름에 남해 라이딩 일주하며 본 식당이다. ㅎ


아무튼 난 줄 서는 맛집이라고 하니 11시 전에는 도착해야 한다는 강박증을 담고 죽도록 달렸다.

창선도 도로를 40km/h 이상 달리던 날 보던 운전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번엔 이상하게 힘이 좀 남더라는...

아무튼 미친 듯이 달렸더니 11시가 못 되어 도착할 수 있었는데 그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빈자리는 몇 개 없었다.



몇 년 된 식당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죽방멸치쌈밥의 원조 격이라니...

그런데 실내의 맛집 찬사의 글이 벽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사람들이 많아 자세히 볼 순 없었지만 아무튼 대단했다.



이게 어떻게 된 사연인고 하니...

멸치쌈밥은 기본 2인분이라는 걸 이미 알고 갔기에 2인분을 주문했고 그래서 밥그릇이 두 개다.

하나는 물러 드렸고 2인분을 혼자 다 먹을 생각을 하니 갑갑했지만 아무튼 난 최선을 다해 보기로 했다.

소주 한잔 곁들이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너무 컸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남해에서 캠핑을 할 것을 그랬다.

2인분을 주문하는 날 보던 아저씨.

주방에서 아주머니와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2인 기준이잖아요. 1인분 안 되는 거 알잖아요."

"2인분 달래. 혼자 먹는대!"



이게 내가 작정하고 먹기 위해 달려온 죽방멸치쌈밥이다.

2인분에 26,000원이다.

주변 테이블에서 자꾸 막걸리며 소주며 주류를 주문하는 소리가 들린다.

정말 갈등 때리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난 우리식당 반찬들을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일단 두릅장아찌가 눈에 들어왔다.

시골찬 그 자체다.



숭늉을 주셨는데 물을 달랬더니 물통을 주시며 숭늉을 빼앗아 가신다.
여기선 숭늉을 물이라고 하나보다.

난 줬다 뺐으면 섭섭하죠, 라며 아주머니 손에서 숭늉을 낚아챘다. ㅋ



찬도 찬이지만 집된장과 멸치젓이 매력적이다. 멸치젓만 가지고도 밥 다 먹겠다.

사실 그렇지 않아도 멸치초무침이 얼마나 당기던지...

내 분명 조만간 이거 먹으로 남해 캠핑 간다.



멸치쌈밥이니 쌈을 싸서 시식을 해본다.

멸치비린내는 1도 없다.

어떻게 보면 된장도 무의미하다.

잘 익은 멸치와 그 아래 숨기듯 깔아 놓은 된장에 삶아진 시래기와 고사리가 깔끔하다.

그런데 아주머니는 그걸 우거지라고 하더라.

아무튼 동네마다 부르는 게 다르니 이해하기로 하고.



멸치 아래 깔린 이 시래기(우거지)도 기가 막힌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건 국물이다.

숟가락으로 연신 퍼 먹었는데 자전거 타고 오느라 체내 수분도 빠진 상태라 목구멍이 껄끄러워 숨이 턱턱 차 올라오면 국물로 처리했다.

아! 맛깔난지고!



정말 남기기 싫었는데 도저히 2인분을 다 먹을 순 없었다.

내 진정 다시 오리니...



이게 죽방이다.

대나무로 만든 멸치잡이 그물이 죽방인 거다.

난 무식하여 죽방멸치라는 게 죽방이라는 지역에서 잡히는 멸치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마침 창선도 방향으로 창선교를 건너는데 가까이서 죽방을 볼 수 있어 자전거를 세우고 사진을 촬영했다.

우리식당에서 걸어서 5분이면 갈 수 있으니 꼭 가보면 좋겠다.

인도가 좁으니 조심할 것!


오늘 다녀와서 바로 쓰는 이 센스!

근로자의 날인 내일까지 남해 관광객들 많을 테니 가신 분을 꼭 가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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