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어린이대공원 근처에는 오래된 맛집이 제법 많다.
심지어 70년 된 돼지갈빗집도 몇 곳 있을 정도이다.
부산에서 3대째 운영하는 식당을 찾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
하지만 3대째 식당을 한다는 건 그만큼 맛이 검증된 곳이라는 걸 증명한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사직구장에서 부산어린이대공원 방향으로 고개를 넘어오면 초읍원가네 식당이 있다.
이십 년만 해도 서울 종로에서 닭한마리칼국수를 징그럽게 먹고 다녔었는데 부산에서 닭한마리국수라는 메뉴를 발견하고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내 기억에 고정된 종로의 음식과는 전혀 다른 음식이었다.
안타깝지만 음식 이름이 비슷하다 하여 맛도 같을 순 없는 법이다.
오랜 세월 식당을 운영해 왔으니 여러 방송에 방영되었을 테지만 벽을 도배할 정도로 덕지덕지 이런 걸 붙여놓은 식당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아쉽긴 해도 그건 내 개인적인 취향일 뿐 그걸 가지고 가타부타 언급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점심식사 때 여럿이 갔는데 각자의 취향에 따라 세 가지 메뉴를 주문했다.
담백한닭한마리국밥, 얼큰한닭한마리국밥, 얼큰한도가니탕이다.
작은 크기의 영계가 큰 그릇 안에 한 마리씩 들어갔다.
설명이 아니라도 사진만으로도 뭐가 얼큰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난 얼큰한도가니탕을 주문했는데 실패였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더니 그릇에 넘칠 듯이 담긴 닭이 얼마나 부러웠던지 모른다.
내 음식이 아니다 보니 사진을 찍을 생각도 못 했었는데 옆에서 침을 질질 흘리는 내게 닭다리 하나를 뚝 떼어주는 손길...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역시 내 취향엔 얼큰한닭한마리국밥이 딱이다.
남들 다 먹는 정통 메뉴를 선택했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얼큰한도가니탕이 맛이 없다는 건 아니다.
풍성하게 들어있는 도가니를 씹어 먹었지만 아무래도 이미 닭한마리에 꽂혀 있어서 닭을 뜯는 그들의 손길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는...
제대로 맛보는 건 다음 기회로~
아무튼 얼큰한 국물이 딱 소주 한잔 반주로 곁들이면 좋을 음식인데 근무 중이라 그럴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