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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un 16. 2023

149.강서구청 앞에서 20년 넘었다는 신작로 연탄구이

부산강서구청 앞에 기가 막힌 식당이 있더라.

신작로 연탄구이로 오라는 연락을 받고 식당에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사실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보통 시청이나 구청 같은 관공서 근처에 오래된 맛집들이 많긴 한데 강서구청은 부산에서도 시골 중 시골이라 대단한 식당이 얼마나 있겠나 싶었던 거다.

그런데 식당을 들어서는 순간 이거 은근히 오래된 맛집인가 보구나 싶었다.

유행이 오래된 한지 스타일 벽지도 그렇고 실내에 어지럽게 쌓인 오래된 잡동사니들 때문이었다.

한때 저런 게 유행하긴 했었지 싶었다.



딱히 정비되지 않은 메뉴판 옆에는 성의 없이 만들어진 점심특선 열무국수 메뉴도 보였다.

열무국수와 연탄불고기 1인분이 10,000원이라니~

착한 가격으로 보였다.

여긴 독특하게 삼합구이, 삼겹살, 도다리쑥국, 창어, 연포탕, 대구탕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듯했다.

별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메뉴 구성이다.



얻어먹는 놈이 뭔 말이 많나 싶겠지만 기대 아닌 기대가 생겨서 그렇게 됐다.

미리 차려진 기본 상차림을 보니 맛집이 아닐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걸 주문한 지 몰라서 구워주는 삼겹살을 진득하니 쳐다보았는데 아무래도 삼합구이가 분명해 보였다.



진짜 딴 건 아직 모르는 상황이었고 장아찌 종류와 집된장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사실 이젠 맛집이고 뭐고 판단할 이유도 없어진 거다.

요즘 어느 식당에 가서 이런 장아찌 퍼레이드를 만나볼 수 있단 말인가?



이런 거야 흔히 볼 수 있는 찬들이지만 어디서 본 듯한 젓갈이 있어서 잘 보니 자리돔 젓갈이다.

제주도에서 공수한 것이라고 했다.

갑자기 제주도 집에 다녀오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건 뭘까?



삼겹살인지 오겹살인지 몰라도 맛있게 구워지고 있다.

역시 예상한 대로 삼합구이가 분명해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산낙지 한 마리가 돼지고기 위에 투척되었고 순식간에 해체되기 시작했다.

살짝 익은 낙지를 소금장에 찍어 소주 한 잔, 한 잔 마신 게 순식간에 한 병이 됐다.

역시 주정뱅이에겐 밥도 술안주일 뿐이다.



자리돔 젓갈을 집어 삼합에 합께 맛보니 이곳이 부산인지 제주인지 알 게 뭔가 싶었다.

부산에선 대체로 멜젓, 아가미젓, 갈치속젓 정도를 만나곤 했는데 아무튼 자리돔 젓갈은 반갑기 그지없었다.

올해는 자리돔 낚시도 놓친 판이라 자리돔이 더 반가웠던가 보다.



열심히 꾸역꾸역 먹었다.

징그럽게 열심히 먹었지만 양이 상당해서 많이 먹지도 못했다.

그런데 투척되는 것이 또 있었으니 전복들.

이젠 너무 흔해져 버린 전복이지만 주는 걸 먹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이게 삼합구이라 하니 돼지고기, 낙지, 전복을 모아 삼합구이라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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