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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un 19. 2023

51. 금정산성 관광라이딩&싱글코스다운힐

며칠간 잠이 안 와서 고생이었는데 하필이면 토요일 아침엔 아침에 잠이 오는 바람에 7시에 일어나고 말았다.

장거리 라이딩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무참히 깨져버린 것이다.

난 어딜 가야 하나 급히 라이딩 코스를 구상하고 있었는데 날도 쨍하고 해서 산속으로 들어가는 걸로 계획을 변경했다.

미리 충전을 해두지 않아 eMTB 배터리는 90%.

10%가 별 게 아닐 수도 있지만 기본 체중이 22kg나 되는 거구의 자전거라 체력이 소진된 상태에서 자전거 배터리까지 소진되면 따릉이 못지않게 힘들다.

18kg 정도 되던 구형 따릉이와 달리 신형 따릉이는 제법 경량화가 됐다고 하니 서울 올라가면 타봐야겠다.


일단 금정산을 목표로 최대한 안 가본 길을 타보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만덕고개를 타고 금정산으로 가는 거다.



로드바이크를 타고 와볼 생각이었는데 이런 업힐을 탈 때마다 느끼는 건 내가 왜 이 짓을 하는가 하는 거다.

만덕고갯길을 타니 30년은 기본으로 넘었을 식당들이 줄을 지었다.

서울의 북한산 아래 식당가 느낌이랄까?

하긴... 내가 벽을 타기 시작한 것도 딱 30년이 됐으니 북한산 아래 식당들도 빗맞아도 30년인 거다.

조만간 옛 식당들을 방문해 볼 생각이다.

저 중국집은 11시부터 2시까지만 운영하는 곳인데 다음 방문 대상지로 정했다.



만덕1터널을 통과해 나오면 이 터널과 교차되는 지점이 있다.

봄에 오면 벚꽃길이 정말 예쁜 곳인데 몇 달이나 늦어버렸다.



만단덕고개 정상까지 은근히 멀더라.

아름드리나무가 크게 자란 숲길이 너무 예쁜데 길이 너무 좁아 위험할 수 있다.

나의 올해 야라 코스로 정하긴 했는데 오늘 저녁에라도 로드바이크 타고 야간 라이딩을 다녀올 생각(뿐)이다.



화명동이 내려다 보인다.

난 어떻게든 금정산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코스를 찾아내려 했는데 아무리 지도를 봐도 길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등산로를 타고 올라가야 하나 싶어 일단을 최대한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는 가보기로 했다.



석불사라는 곳까지 올라왔는데 업힐 장난 아니다.

서울경기 지역에도 업힐 정말 많고 그중 삼막사 코스도 제법 난이도 높은 편인데 부산에선 명함도 못 내밀 정도 아닌가 싶다.

농담으로 부산을 산부자라고 부르는 것만 해도 그렇지 싶다.

등산로를 타고 금정산성까지 가볼 생각도 했지만 민폐기에 포기하고 화명동 쪽으로 향했다.

화명수목원을 지나 금정산성을 향했다.



산성막걸리의 고장이 바로 여기였구나.

금정산을 처음 방문한 게 아닌데 이건 처음 봤다.

라이딩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파전에 막걸리나 마시고 싶었으나 돌아갈 길이 막막하여 포기하고 다시 페달을 밟았다.



업힐 정상까지 MTB를 타고 올라가는 라이더 두 분이 있어서 천천히 뒤를 따랐다.

아무래도 eMTB로 제치고 가면 미안하니까.

하지만 경사가 가팔라지자 속도가 너무 느려진 분들을 제치고 정상에 올라 이번에는 금정산성남문 방향으로 핸들을 틀었다.

승용차 한 대가 진입을 시도하는데 입구를 관리하는 사람과 뭐라 뭐라 속닥대더니 차량을 통과시켰다.

차가 들어갈 수 있는 임도?



들어가서 보니 알 수 있겠더라.

그 안에는 엄청나게 많은 산장이란 간판으로 영업하는 많은 식당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좋은 모습일 수도 있고 반환경적으로 본다면...

서울 우이동에도 정말 많은데 오래전부터 영업하고 있던 분들이니...



여긴 금정산성남문 옆쪽에 있는 2망루다. 동제봉에 있다.

한참을 올라왔는데 eMTB라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걸로도 이렇게 힘든 코스인데...


나무그늘이 좋아 자전거를 세우고 물도 털어 마신 후 다시 길을 나섰다.

내 목표는 금정산성남문이었으니까.


정상까지 택시를 타고 올라온 사람들이 있었다.

황당했다. ㅎㅎ



중간중간 식당 간판들이 계속 나온다.

조선시대 전부터 있었던 마을이 아닐까 싶은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만덕고개도 그렇게 금정산성도 그렇고 부산을 떠나 윗 지방까지 봇짐을 지고 이동하던 사람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주막 등의 편의시설이 자리 잡고 있었던 곳이 아닐까 싶었다.



잠시 쉬고 등산객들 요청으로 사진도 촬영해 준 후 이번엔 어디로 가야 하나 싶어 지도를 살피는데 연우사 쪽에서 eMTB 한 대가 올라오는 게 눈에 띄었다.

금정산성남문을 홀짝 뛰어넘어 반대편으로 사라지는 라이더를 따라갔는데 마침 한 무리의 MTB 라이더들이 출발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난 부랴부랴 그들을 뒤따라 달렸다.

길도 모르는 상황이니 그들을 따라가면 뭐라도 되겠지 싶었던 거다.



헉!

그런데 산길로 들어간 MTB.

그 뒤엔 외발 MTB를 타시는 분들이 있었다.

내게 일행이냐고 물으며 친절하게 앞서 간 사람들의 진입로를 알려주셨다.

외발 MTB도 가는데 나라고 못 가겠나 싶어 페달을 밟았다.

실력이 미천해 다운힐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몇 년 굴러댔더니 어지간한 다운힐은 그럭저럭 다닐 만하다.



너무 빨리 내려갔나 싶었더니 열 명 넘는 라이더들이 중간이 멈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서로 다른 두 팀이었다.

난 근처에 자전거를 세우고 그들의 동태를 살핀 후 다들 자리를 떠난 후에 다시 뒤따라 달렸다.



코스가 너무 짧아 시시하다 싶었는데 다시 금정산성 마을로 향했고, 또 업힐을 타고 금정산성 업힐을 타고 올랐다.



나의 점심은 범어사입구 쪽에 있는 구포촌국수다.

https://brunch.co.kr/@northalps/2277

여기서 멈췄어야 하는데... 멍청하게 범어사에서 금정산을 탈 수 있을 거라는 착각에 범어사까지 자전거를 타고 올라갔고 다시 내려와야 했다.



게다가 일방통행길이라 어쩔 수 없이 올라갔던 코스로 다시 내려오고 말았다.

안 가본 길을 가보는 게 좋았는데 아쉽다.



배터리는 40% 정도 남았고 어딜 더 쏘다니다 들어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회동수원지로 향했다.



이미 몇 번이고 다녀온 곳이라 다른 곳을 생각해 봤으나 딱히 가볼 만한 데가 없어 행선지로 정한 거다.

여긴 수영강 상류인데 많지는 않지만 가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산길 다닐 땐 몰랐는데 땡볕으로 나오니 더위가 심하다.

갈증도 심하고 내가 대체 여길 왜 온 걸까 하는 후회가 밀려들었다.

7~8월 땡볕에도 200km씩 라이딩을 하던 내가 왜 이런 후회를 하고 있는 걸까 싶었는데 이젠 야라의 시즌이 온 건가 하는 생각이...



안 가본 길을 가보는 건 좋은데 통과도로가 없다면 안 가는 게 더 좋겠다.



회동수원지에는 임도를 이용한 산책코스를 개발하고 있다.

자전거를 가지고 들어가는 건 민폐 아닐까 싶어 생각을 접었다.



회동수원지 나들이...

혼자가 아니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역시 몇 분 머물지 못하고 떠나고 마는 싱글 라이더의 비애!



동래베네스트 사이에 있는 소로를 타고 남산역 방향으로 향했다.

거기서 온천천을 타는 길을 기억하고 있었던 거다.

여기가 이번 코스의 마지막 업힐이다.



다닐 때마다 느끼는 건데 아마 서울 창동이나 응암동과 느낌이 비슷하지 않나 싶다.

억지로 조성된 자전거길인 건 맞지만 이렇게 자전거길을 조성하려는 노력 덕에 내가 이렇게 싸돌아다닐 수 있는 거니까 무조건 감사하는 마음으로~



헬멧 안 쓰고 라이딩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

낙차 해서 아차 싶은 생각이 들기 전에 헬멧 좀 쓰고 다니면 좋지 싶다.

라이딩이 끝날 무렵에야 하늘에 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이런~



거리는 짧지만 누적 상승고도는 꽤 된다.

코스를 보니 기약 없이 마구 달린 티가 팍팍 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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