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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un 19. 2023

52. 자전거성지-양산물금에서 삼랑진 업힐라이딩

아무리 날이 더워도 그렇지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갔다 온 날이다.

제정신이 아닌 게 전국 3대 막강 업힐 중 하나라고 하는 에덴밸리 업힐을 타겠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

그것도 혼자 초행길이다.

에덴밸리 업힐은 차로 두 번 가본 적이 있었는데 차로도 벅찬 그 길을 자전거로 가겠다는 발상 자체가 미친 건데 난 그걸 실천에 옮기려고 했던 거다.

하지만 신이 도운 것인지 화제고개(고개 이름도 모르고 그냥 간 것임)를 넘으며 에덴밸리를 잊기로 했다.

화제고개도 경기도 화악산 못지않게 힘든 코스인 것 같은데 에덴밸리 같은 소릴 하고 있는 내가 미친 거라는 답을 낸 것이다.



물금에서 시작된 라이딩.

처음엔 물금에서 오봉산 자락으로 난 원동로를 타고 화제리에서 북쪽으로 난 고갯길을 타려고 했는데 멀리 큰 산 하나가 나를 위협하려는 듯이 높게 서 있었다.

날도 더운데 내가 미쳤지... 하면서도 어쨌든 달려갔다.



핑계이긴 하지만 100kg을 코 앞에 둔 체중에 28T 기본세팅으로 빡센 경사를 타려면 쉽지 않다.

무려 두 번이나 쉬었다.

기본 경사도가 14%이고 17%까지 오르내린다.

앞바퀴가 들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내겐 무리였다.

거의 다 올라간 지점에 정자가 있어 햇볕을 피했는데 마냥 쉬고 싶었다.

더워도 너무 덥다.

마스크는 땀을 많이 먹어서 한 손으로 짜도 물이 폭포수처럼 콸콸 쏟아졌다. ^^



정상에 올라 보니 또 정자가 나왔다.

바로 전 정자에서부터 경사가 바짝 섰다.

기본이 17% 넘는다.

잠깐 비축된 힘으로 댄싱을 치며 오르니 갈 만했다.

그다음부터가 문제였지만 가민이 실시간으로 보여주지 못해 그런데 아마 20% 지점도 있었을 거다.

정상에서 고민이 많았다.

가던 방향으로 내려가 에덴밸리#$%^&*(*&^%$#@#$%^&*

단박에 포기했다.

역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다운힐도 장난 아니었다.

마구 속도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이니 수시로 브레이크를 잡아야 했다.

디스크 브레이크가 빨갛게 달궈져 변형이 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내가 이걸 왜 올라왔나 싶었다.

업힐은 항상 세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오르기 전 - 잠깐 미쳐보지 뭐!

오르는 중 - 내가 미쳤지!

다운힐 중 - 내가 미쳤었나?



정상에서 삼랑진 맛집을 검색해 놨고, 화제리에서부터는 계속 원동로를 타고 고개 두 개를 넘었다.

낙동강휴게소가 있는 고개는 짧고 경사도 약하다.

대략 4~7% 정도로 서울 남산보다 쉽다.

천태사 업힐은 좀 길어서 그렇지 갈 만하다.

딱 북악 정도 경사 아닌가 싶다.



드디어 작정했던 태화반점.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라.

또 다음 메인에 떠 있더라.



https://brunch.co.kr/@northalps/2280





배가 단단해졌으니 다시 복귀길이다.

지난해 처음 부산 내려와서 밀양에 다녀오던 기억이 난다.

딱 이맘때였는데 한동안 라이딩을 하지 못했다가 겨우 밀양 다녀오는 100km 거리에도 더위를 먹어서 기진맥진했었는데 비슷한 느낌이었다.

물은 계속 들이붓고 속도는 25km/h 이상을 내지 않았다.

초반 업힐에서부터 진을 뺀 게 문제였다.



총 라이딩 거리도 짧고 총 상승고도 역시 많지 않지만 이틀 연속 라이딩을 하니 체력이 쭉 빨렸다.

그래도 이 저주받은 몸뚱이의 살은 안 빠진다.

제발 10kg만 빠졌으면 좋겠다.

에덴밸리 업힐을 확 발라버리는 건데.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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