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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ul 04. 2023

53. 부산최악업힐 에덴밸리와 인근 업힐 라이딩 기록

부산경남 인근 지역의 악명 높은 업힐 코스가 몇 개 있다.

순위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고 개인 라이딩 성향에 따라 느낌이 다를 수 있으니 순위에 대해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에덴밸리가 전국 최악의 업힐이라고 들었지만 내 개인적인 느낌으론 서울 도선사 업힐이 훨씬 강력했던 것 같다.

아무튼 이 무더위에 평지만 타도 힘들 판에 갑자기 업힐 타령인가... 나도 모르겠다.

업힐을 타면 고민이고 뭐고 다 사라져 버리는 나름의 장점도 있으니 스트레스받을 땐 몸을 혹사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 아닌가 싶다.

주중 내내 비가 오더니 토요일 새벽에 비가 그쳤고 구름 잔뜩 낀 하늘을 보니 이 때다 싶어 해가 뜨기도 전에 자전거를 싣고 양산 물금으로 향했다.

부산 내려온 지 거의 일 년이 다 되어서야 양산 물금이 자전거의 성지라는 것을 알게 됐는데 미리 알았다면 그 지역 동호회에라도 가입했을 것을 그랬다.

일 년 내내 혼자 라이딩을 다녔으니 이 얼마나 불쌍한 일인가!


처음엔 에덴밸리 업힐만 타고 내려올 생각이었는데 막상 한 고개 넘고 나니 욕심이 생겨 밀양댐 옆으로 난 도로를 타고 올라가 밀양을 한 바퀴 돌고 그것도 모자라 일부러 업힐만 찾아다니다 배태고개를 넘어 돌아오는 무모한 짓을 하고 말았다.



며칠 비가 와서 그런지 수량이 많다.

온 천지가 물이고, 자전거도로 역시 물 웅덩이로 달리기 어려웠다.

그보다 에덴밸리에 가고 있다는 중압감에 빨리 달릴 생각도 없었던 차에 오히려 핑곗거리가 된 거나 마찬가지!



양산역을 지나 어곡산업단지 쪽으로 진입하는 구간이다.

초행길이라 수시로 지도를 보며 달려야 했는데 주말인 데다 6시도 안 된 시간이라 그런지 차량 소통량은 많지 않았다.



주중에는 산단을 오가는 대형 차량들 때문에 위험할 것 같은데 끝까지 이어진 것 같진 않으나 유산천 옆으로 난 산책로가 있으니 거길 이용해도 될 것 같다.

산단을 지나며 스키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한동안 영업을 하지 않아 폐가처럼 남아있다.



에덴밸리 업힐을 한 번에 치고 올라가는 고수들이 많겠지만 95kg의 뚱땡이 체구에 28T 스프라켓으로 이런 고각의 업힐을 감당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가급적 쉬엄쉬엄 가기로 졸렬한 나 스스로와 타협한 후 첫 번째는 여기서 쉬어 가기로 했다.

계곡에도 물이 불어 콸콸콸 흐르는 물소리가 좋다.

습도가 너무 높아서 몸에 흐르는 게 땀인지조차 모른다.



초반부터 경사가 장난 아니다.

황령산도 무정차로 오르던 난데, 에덴밸리는 이상하게 초반부터 버거움이 느껴졌다.

초반 경사는 두 곳 다 비슷한 것 같은데 말이다.

공동묘지 갈림길 입구에서 또 쉬어 가기로 했다.

기껏 1.5km 정도 더 달렸을 뿐인데 녹초다.

날파리가 너무 달라붙어 짜증이 나서 더 이상 쉬는 게 힘들어 다시 페달을 밟아야 했다.

에덴밸리에 지레 겁을 먹은 나의 마음을 알아챈 가민의 모니터가 맛이 가셨는지 화면이 이상해지더니 경사도가 다른 걸로 대체되었다.

경사도를 알 수 없어서 몸으로 경사도를 감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긴 공동묘지에서 올라오는 길이 합류되는 지점이다.

세상에...

여기서 에델밸리 입구까지 1.7km가 남았다.

그런데 평균 경사도가 17%란다.

이런 미친 짓을 왜 하고 있는 걸까?

이른 시간인데 차량 소통이 적지 않다.

와리가리 전법도 맘껏 시연할 수 없음에 다리가 털리기 시작했다.

땀은 샤워 수준이다.



또 쉬고 말았다.

다리는 털렸고 이제 기껏 남은 거리는 1km 정도인데 평균 경사도가 19%란다.

이게 현실이구나...

나 같은 수준의 라이더에겐 결코 쉽지 않은 코스인 거다.

와리가리로도 힘든 에덴밸리.

왜 미친 업힐 코스라고들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거의 다 올라왔다.

500m 정도 남았을 텐데 다리가 털리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쉬어주기로 했다.

아니! 쉬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ㅋㅋ

난 속으로 외쳤다.

'경기하러 온 것도 아니잖아!'



잠깐 올라오니 에덴밸리 입구다.

'뭐 별 거 아니네~'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건 내게 벅찬 코스가 맞다는 걸 실감하고 잠시 쉰 후 남은 업힐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서 정상까지 가는 것도 만만한 코스가 아니었다.

가도 가도 끝없는 삼만리~

나도 모르게 오래된 만화영화 노래를 중얼거렸다.



여기서 빠지면 임도길이 나온다.

MTB 라이더들은 이쪽에서 논다더라.

벌써 719m 올라왔다.

양산 물금에서부터 겨우 22km 정도 왔는데 말이다.

그런데 대체 경사도가 왜 30초 VAM으로 바뀐 거지?

별 일이다.



이제부터 신나는 다운힐이다.

사람은 역시 간사한 지라 에덴밸리 올랐으니 이제 겁날 게 없는 만만한 경사도의 업힐만 있을 거라는 확신으로 다른 업힐을 찾아가겠다며 전투력을 높이는 거다.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간 거지.



에덴밸리 스키장 정문이다.

영업을 하지 않는지 거의 폐허 느낌이다.

수안보스키장 느낌이랄까?



긴 다운힐을 내려오니 4거리가 나왔다.

처음 온 곳이라 어디가 어딘지 알 턱이 없다.

마침 구멍가게가 있어 자리를 잡으니 할머니 한 분이 지팡이를 집고 나오셨다.

잠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원래 인천 사람이며, 딸이 부산으로 시집간 후에 딸을 따라 내려왔다가 너무 따뜻한 날씨에 반해 부산으로 이주해 오셨다고 하더라.

해운대에 살다가 30년 전에 집을 지어 이사 오셨다는데 당시만 해도 집도 거의 없는 외딴 산골이었다고 한다.

아무튼 자덕의 음료인 코카콜라를 원샷에 마시고 평상에 앉아 어디로 갈지 고민하고 있는데 배태고개와 밀양댐을 두고 저울질이다.

그런데 마침 배태고개 쪽에서 내려와 밀양댐 쪽으로 달려가는 세 명의 라이더를 발견하고 마음을 정했다.

밀양댐으로 가서 밀양 한 바퀴 돌고 삼랑진짬뽕을 먹은 후 배태고개로 올라와 에덴밸리 다운힐을 타고 돌아가는 걸로 코스를 짠 거다.

완전 즉흥 코스!



이렇게 이렇게 해서 밀양댐 정상에 올랐다.

굽이지는 도로를 따라 업힐이 한눈에 선하게 들어왔다.

어쩜 이놈의 동네에는 산이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내려오는 길에 전망대가 있어 사진 한 장 남기고 다시 다운힐



여차저차해서 밀양까지 가는 경로인데 도로가 한적해서 느긋하게 달릴 만했다.

구름이 잔뜩이지만 높은 습도와 고온에 동남아를 방불케 하는 상황.

물가에 자리 잡은 펜션과 캠핑장을 보니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나 싶기도 하고 당장 계곡 가서 캠핑이나 할까 싶기도 했다.



밀양 시내로 들어와 자전거도로인 듯한 아닌 듯한 길로 접어들고 보니 분명히 와본 적이 있는 곳이다.

밀양읍성 아래로 난 길인데 위에 무봉사, 아랑각, 영남루가 있다.



밀양교 위에서 본 모습이다.

밀양강에서 뭔가를 채취하는 분이 계셨는데 마냥 부러웠다. ㅋ



밀양댐 옆으로 난 자전거도로를 타고 밀양을 벗어나는 길이다.

물살이 아주 거침없다.



드디어 삼랑진으로 가는 길.

업힐을 찾아 올라가는데 한적하니 좋더라.



드디어 목표했던 삼랑진짬뽕!

https://brunch.co.kr/@northalps/2295

맛집은 여기다 올려 두었으니 따로 보시면 됩니다.



천태산 업힐로 가는 길이다.

평소엔 왼쪽 공도를 타고 다녔었는데 마침 누가 지나가는 걸 보고 따라가 봤다.

노면 상태는 좋지 않지만 차량 위협을 받지 않으니 마음은 편한~



천태산을 내려와 이번엔 배태고개를 향했다.

구름은 있지만 습도와 무더위가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세 명의 라이더가 '수고하십니다!'를 외치며 나를 제치고 달려 나갔다.

힘차게 달리는 그들이 부러웠지만 절대 따라가선 안 된다.

힘을 비축해야 배태고개를 넘을 수 있을 테니.

배태고개도 만만한 업힐이 아니란 소문을 들은 바 있어서 가슴 졸이며 천천히 달렸다.

소심하게~



올라가다 보니 언젠가 차로 지나가본 길이다.

영포마을에서 접어드는 계곡인데 다리 밑에 들어가 물에 발 담그고 있으면 얼마나 좋나 싶었다.



어렵게 오른 배태고개 정상이다.

여기서 난 생각을 접고 말았다.

에덴밸리 반대쪽 업힐을 오를 생각을 하니 까마득해서 이번 업힐 투어는 여기서 마치기로 한 거다.



긴 다운힐을 타고 원동역으로 내려와 자판기 콜라를 한 캔 마셔준 후 한 고개 더 넘을지 고민하다가 이내 마음을 접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



거리는 132km인데 누적 상승고도는 2000미터가 넘는다.

에덴밸리는 나 같은 저급한 능력치를 가진 라이더에게 매우 부담스러운 코스다.

살이 많이 불긴 했지만 말라도 쉽지 않은 코스 같다.

부산경남지역 최악의 업힐이라는 명성이 전혀 무색하지 않다.

다음에 또 가라면 가려나 모르겠지만 날이 선선할 때라면 제대로 재도전하고 싶다.

33T 스프라켓으로 바꾼 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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