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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ul 03. 2023

155. 부산시민공원 앞 전라도 맛 매운 생아귀찜

방아잎 토핑, 아구 애는 기본!

더위에 지쳐서 입맛도 없고, 육류는 자주 먹는 편이라 색다르고 맛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다가 8시를 넘기고 말았다.

인근 소문난 맛집들은 거의 다 다녀봤고, 개중 괜찮다 싶은 식당들만 골라 맛집으로 소개해 놨는데 이번에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맛집을 발굴했다.

고가도로 아래 어둠침침한 위치인 데다, 흐르는 동선이고, 보행자 통행도 많지 않은 곳이라 부산시민공원에 운동하러 가다가 몇 번 봤지만 나 역시도 그냥 지나쳐버렸던 곳이다.

그런데 맛집 발굴의 왕, 짠물께서 아귀찜 괜찮을 것 같은 식당이라며 입맛 없는 나를 끌었다.

근처까지 가서야 '아! 저기에 아귀찜 하는 식당이 있었지!' 하며 기억을 떠올렸을 정도니 위치 상으로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입지였다.

그래서 딱히 가볼 일이 없었던 것 같다.

게다가 초읍동, 연지동 일대의 맛집들은 대개 부암로터리에서 부산어린이대공원으로 올라가는 2차선 도로를 따라 줄지어 섰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딱히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간판 사진도 촬영하지 않고 들어갔는데 그래도 뭔가 심상치 않다 싶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김치부터 모든 반찬은 정성을 다해 직접 만듭니다


바로 이 문구 때문이었다.

일단 믿어보는 마음으로~



직접 만드신다 하니 기본찬을 몽땅 촬영했다.

당연히 일일이 맛을 봤는데 전혀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다.

특히 섞박지와 어묵무침을 보니 딱 충무김밥 아닌가 싶었다.

섞박지의 아삭한 식감은 여느 유명 충무김밥 맛집 이상의 수준이었다.

다른 찬들도 내공이 느껴지는~

어떻게 보면 엄마밥상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드디어 아귀찜이 나왔다.

몸이 매운 걸 원해서 제일 맵게 주문했다.

웃기지만 이거 (소) 사이즈다.

어지간한 아귀찜 식당의 (대) 사이즈 아닌가?

맛은 봐야 알 일이지만 일단 가심비 만족도가 급상승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 식당의 아귀찜엔 아주 독특한 게 있었다.

아귀찜 위에 토핑 된 건 다름 아닌 방아잎이다.

방아 향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호불호야 있겠지만 아귀찜과 너무 잘 어울린다.

부산사람도 아닌 내가(식도락을 하려면 가리는 게 있음 안 된다. ㅋ) 방아를 싫어하지 않는 것도 이상한가 싶지만...

아무튼 방아잎과 들깨가루가 토핑 되어 첫 만남부터 심상치 않음이 느껴졌다.



생아귀 맞다.

씹는 느낌 좋고, 전분이 많이 들어가지 않아 너무 질퍽이지 않는다.

더위를 먹어 입맛도 없던 차였는데 집 나갔던 입맛이 돌아와 버렸다.

아주머니께 매운맛을 캅사이신 같은 걸로 조절하는지 물었더니 고춧가루만 쓴다고 한다.

역시!



미더덕도 사이즈가 좋다.

초읍동의 유명하다는 모 아귀찜에서는 콩알만 한 걸 주던데 여긴 기본이 됐지 싶었다.

미더덕 하면 식감 그 자체 아니던가?

입 안에서 툭 터지며 쏟아져 나오는 짭조름하며 고소한 육즙과 쫄깃한 미더덕 살점~



아구 내장이다.

이게 또 아구가 주는 별미 아닌가?

그런데...

안타깝게도 아구 애 사진이 없다.

사진 찍기 전에 다 먹어버린 거다. ㅎ



당연한 코스겠지만 싹싹 긁어먹기 전에 밥을 볶았고 열심히 흡입했다.

대식가가 아닌 나도 대식가로 변신한 느낌이랄까나~



추가 반찬들이 나왔다.

부침개 진짜 맛있다.

부산어린이대공원 앞에서 부침개만 갖고 장사해도 막걸리 엄청나게 팔 수 있을 것 같았다.



요란하게 다 긁어먹는 중인데 왼쪽 사진을 촬영한 이유는 남은 양념이 맛있어서 바닥을 비울 정도로 남기고 싶지 않았다는 거다.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양념을 포장해 가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소주를 무려 4병이나 마시고 말았다.

거의 내가 다 마신 거지만... ㅎㅎ

마무리는 식혜다.

두 잔이나 마셨다는~

그렇게 먹고도 식혜가 뱃속에 들어가는 게 신기하더라.



여긴 해림아구찜감자탕이라는 상호.

나중에 감자탕도 맛보러 갈 생각이다.

아귀찜이 이렇게 감탄스러운데 감자탕도 어지간히 맛있지 않겠나 싶었다.

소주를 4병이나 마시고도 5만 원이 나왔다.

가성비, 가심비 몽땅 잡은 맛집 인증이다.


* 아주머니는 목포 사람이라고 한다. 어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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