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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ul 07. 2023

156. 김해 하동한우국밥에서 한우비빔밥?

김해에 일이 있어 갔다가 김해를 손바닥처럼 아는 동료의 오랜 맛집을 찾았다.

좌회전하라면 좌회전하고 우회전하라면 우회전하며 시킨 대로 핸들을 꺾다 보니 어느 신도시에나 있을 듣란 쭉 뻗은 먹자골목에 도착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앞서 걷는 동료를 따르며 주변을 살폈다.

선택 장애가 왔을 때 먹거리 선정을 하지 않고 와도 한 바퀴 휙 둘러보면 발길 닿는 식당이 보이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다.



간판은 하동한우국밥이다.

분명 육회비빔밥을 먹으로 온 건데 뭔가 아리송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편견일 순 있지만 보통 고깃집에서 사이드 메뉴로 육회를 넣곤 하는데 메인이 국밥이라니?



동료는 한우비빔밥 곱빼기, 고민 끝에 나는 한우국밥을 주문했다.

곱빼기가 있을 줄이야.

아무래도 간판에 국밥 전문이라 하였으니 전문 요리를 맛봐야 할 것 같았다.

기본찬은 이 정도.

정구지와 소면은 국밥 용인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음식이 나오고 보니 급한 후회가 밀려들었다.

비주얼 자체가 맛깔나 보이는데 침이 고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 내 심정을 눈치챘는지 맛있게 비벼 앞접시에 수북하게 담아줘 맛을 봤는데 한우 품질을 떠나 양념장 자체가 짜지도 달지도 맵지도 않게 적당해 갖은 야채들과 한우의 맛을 볼 수 있게 했다.

고추장이 너무 강하거나 기름이 많이 들어가거나 하면 본연의 맛이 눌려버리기 마련인데 적당함이란 표현 이상의 칭찬은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일단 곱빼기가 존재한다는 것부터가 놀라움이었으니~

아무튼 이건 합격!



드디어 내 음식이 나왔다.

그런데 왜 수저 위치가 반대쪽에 있는 걸까? ㅎ

딱히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이유는 아마도 한우육회비빔밥의 맛깔스러운 비주얼 때문이리라.



바닥을 긁어 건더기를 수북하게 올려 봤다.

편으로 썰은 한우 양지고기 양이 상당하다.



소면을 뜨거운 국물에 부들부들해질 때까지 풀어 고기와 함께 맛을 봤다.

담담한 맛이 전혀 거북하지 않았다.

요즘 너무 자극적인 매운맛에 심취해 있었던 걸까?

편안한 맛에 속도 편해지는 느낌이었다.



부산에선 어딜 가도 정구지무침을 준다.

거의 필수적이라고 봐도 된다.

정구지를 국밥에 털어 넣고 풀어서 양념이 국물과 섞이도록 했다.

본연의 맛은 잃겠지만 이것 또한 묘한 매력이 있는 대목이니까.



사진 찍느라 내용물을 들었다 놨다 하는 나의 행위에 이미 적응된 동료는 전혀 신경 쓰지 않지만 테이블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들 눈엔 대체 저 인간이 밥은 안 먹고 대체 뭘 하는 걸까 싶었을 거다.

하지만 사진을 촬영한 후에는 역시 폭풍 흡입이 시작됐고 금세 바닥을 비우고 말았다.

역시 맛있는 음식은 강요하지 않아도 바닥을 본다.

이유나 설명이 필요 없음이다.


너무 비싼 가격에 팔고 있는 전주의 모 유명 육회비빔밥 식당과 비교하자면 단연 김해에 있는 하동한우국밥의 육회비빔밥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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