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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ul 06. 2023

장 보러 다녀왔습니다

사무실에서 아무리 키워도 자라지 않는 상추를 보며 한숨만 푹푹 쉬는데 부산 강서구의 생가 옆 밭에서 이웃 다 나눠줘도 남아돌 정도로 많은 양을 농사짓고 있다는 분이 계셔서 장을 보러 다녀왔다.

역시 농사는 아무나 짓는 게 아니라는 걸 새삼 실감하는 요즘이다.

자랄 만하면 죽고 신경 안 쓰면 죽고 출장 다녀오면 죽어 있고...



마당 잔디밭을 보니 하루 빌려 캠핑이나 가볼까 했는데 옆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의 소음 때문에 당장 마음을 접었다.

집 옆에서는 약용으로 키웠다는 흑염소 스무 마리 정도가 한가로이 땡볕을 즐기고(?) 있었다.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수박들이 자라고 있었다.

좀 더 크면 장을 보러 또 와야 하나 싶을 정도로 탐이 나는 녀석이었다.



옥수수 한 줄, 들깨 한 줄, 쪽파 한 줄, 상추 한 줄 이렇게 자라고 있었는데 구석에 보니 쥬키니호박이 내 허벅지 굵기로 자라고 있었다.



한 구석엔 포도나무 몇 그루가 가을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건 내 차례까지 올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목표로 했던 깻잎과 상추를 잔뜩 뜯었는데 아무리 뜯어도 티도 나지 않는다.



비름나물이다.

농약 쓰면 다 죽어버리는 녀석들인데 아예 농약을 안 쓰지는 않겠지만 최대한 친환경적으로 재배하고 있다는 걸 반증하는 거다.



살구나무에 달린 살구는 이미 새들 차지가 된 지 오래였다.



여름 꽃이 한창이다.



이건 비파!

제주에서도 귀한 대접을 받는 녀석인데 오히려 부산에서 더 자주 만나는 것 같다.

사무실 근처에도 한 그루 있는데 주인이 있는 나무라 지나다니며 침만 흘렸는데 마침 내 차지가 되어 준 녀석들.

달달한 과육이 기똥차다.

바닥에 떨어진 비파 열매를 주워다 염소들에게 던져 주니 단단한 씨까지 몽땅 씹어 먹었다.

대단한 녀석들이다.



근처에는 대파 농사가 한창이다.

부산 강서구는 대파 산지로 유명하다.



하우스 안에는 오이, 가지가 자라고 있었고 얼마나 큰 지 어지간한 여자 팔뚝보다 굵다.

가지도 엄청 큰데 몇 개 따지도 않았는데 비닐봉지가 꽉 찼다.

그런데 왜 사진은 없는 걸까?

밭이랑 옆에 길게 심은 고추도 엄청 따 왔는데 역시 사진은 없다.


이번에 따온 것만 해도 마트 가서 사려면 십만 원 이상은 줘야 할 것 같다.

나오는 길에 덤으로 호박 두 덩이를 얻어 왔는데 된장국 끓일 때 쓸 생각이다.

역시 사진은 없다. ㅎㅎ


이런 장보기라면 자주 해도 좋다.

농사짓는 건 어렵지만 뜯어가는 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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