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괜한 외로움이 갑자기 생겼다. 그러다 문득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 소개해 달라는 이야기를 딱히 해본 적인 별로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내 주변엔 항상 사람들이 들끓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모든 술꾼들이 주장하듯 나 역시 술자리를 좋아하는 데다 술도 거의 내가 사는 편이었다. 한참 후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술꾼들 중 상당수가 나란 사람보다 술을 사주는 나를 좋아했던 것이었다.
난 원래 술을 마시지 않기로 작정했던 사람이다. 술을 좋아하던 아버지는 2층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고 뇌진탕으로 돌아가셨다. 부축하던 엄마는 아버지와 함께 떨어져 팔이 부러졌으며 지금껏 후유증으로 고생이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엄마는 항상 내게 말했다.
술친구 다 필요 없다.
그 어린 나이에 나는 술과 담배를 하지 않겠다는 생활신조를 만들었고 어떻게든 지키려 노력했었다. 학력고사를 치른 후, 친구들이 술을 권했지만 난 사이다를 마셨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대학 가서 매를 맞으며 술을 배웠고 그 후 난 지독한 술꾼이 됐다. 그런데 집안 내력인지 시간이 갈수록 나를 이기는 술꾼은 거의 본 적이 없다. 게다가 아무리 술을 마셔도 후유증이 거의 없고 혈압, 혈당 등 건강신호에도 문제가 없었다. 알코올에 혼이 빠진 나는 술 마시는 주저하지 않았다.
그렇게 뜨거웠던 청춘이 식어갈 무렵 난 술 마시는 행위 자체에 후회를 하기 시작했다. 건강 때문에 그런 고민을 한 건 아니었다. 그저 술 마시는 시간이 아깝고, 술 마신 후 멍청해진 머리로 시간을 때우는 게 아깝고, 술 때문에 길어진 잠으로 날려버리는 시간이 아까웠다. 그놈의 시간이 그렇게도 아까워서 군대에서조차 텔레비전을 보지 않았던 내가 술 때문에 시간을 흥청망청 소비하는 게 싫었던 거다. 그래서 가끔 단주도 해보고, 절주도 해보고, 될 수도 없는 금주도 해봤다. 하지만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술을 달고 산다.
술 안 마시고는 대화가 안 되나? 지금 생각해 보면 술꾼들 주위엔 술꾼만 모인다. 다 좋은 사람인 것 같지만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내가 사주는 술이 나보다 더 좋았던 사람이 더 많았다. 엄마가 그토록 주입시켰던 것처럼 술친구는 다 필요 없다는 것을 이미 뼈저리게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술을 마시는 이유는 뭘까? 뭐가 그리 외롭다며 술을 마시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내게 함께 속을 나눌 좋은 친구를 소개해 줬으면 하는 생각을 하던 나는 결국 스스로 원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나는 좋은 사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