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배우는 제주도 문화와 부동산
“배회장님.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어이구~ 노 회장님은 어쩐 일로 이런 자리에까지 오셨습니까?”
백발에 수수한 듯 보이지만 명품으로 도배한 정장차림의 배 회장, 일명 뽀마도라고 부르는 기름기 잘잘 흐르는 제품을 써서 8대 2 가르마를 탄 노 회장. 강남 바닥에서 현금 많기로 소문난 두 회장이 제주공항 1번 게이트에서 마주쳤다. 항간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노 회장 머릿속엔 백 년 묵은 구렁이 백 마리가 들었고 배 회장 머릿속엔 천 마리는 들었을 거라고 한다. 사실 머리 회전으로 보면 노 회장은 절대로 배 회장을 따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회장의 자산이 배 회장의 자산규모를 훨씬 앞서고 있다. 노 회장은 돈으로 유명한 만큼 악행으로도 유명한 사람이다. 배 회장의 수는 노 회장 같은 사람이 절대 읽을 수 없는 수준의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배 회장은 경기도권 신도시에서 어마어마한 수익을 거둬들인 이력이 있다. 삼십만 평 정도 되는 토지 중 십만 평이나 되는 토지를 시에 기부했다. 토지의 한가운데 위치한 토지를 무상으로 기부한 것이다. 그가 따로 내 건 조건은 있었다. 거기에 시청을 지으라는 것이다. 당시 시정은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확장되고 있었다. 예산이 부족했던 시당국은 배 회장의 제안을 무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시장과 의회는 한 달 가까운 검토를 거쳐 배 회장의 제안을 수락했다. 시청 건립은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삼 년 후 시청이 준공되자 주위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던 배 회장은 시청과 협의하여 도시계획에 참여했다. 배 회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란 걸 시장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 후 시청 주위 요지에 배 회장의 빌딩들이 들어섰다. 그는 절대 매각할 계획이 없음이 분명했다. 예상보다 더 큰 임대수익이 발생하면서 배 회장의 입지는 더욱 굳어졌다. 하루가 다르게 상권이 커지면서 배 회장의 자산가치는 커져만 갔다.
노 회장과 배 회장이 처음 맞붙은 건 인천국제공항 개발에 부응한 토지매입 건이었다. 당시 인천국제공항 대상지는 영흥도가 유력했다. 영종도는 안개가 많고 땅이 좁아 국제공항으로서의 입지여건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강했다. 당시 노 회장은 영흥도 일대를 대규모로 매입했다. 이상하게도 배 회장은 영종도 일대를 국지적으로 매입했다. 논쟁은 끝없이 이어졌다. 모두 지쳐갈 무렵, 인천국제공항의 위치는 영종도로 결정이 났다. 아이러니하게도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의 갯벌을 매립, 간척하여 바다 위에 공항을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당시에는 획기적이랄 수밖에 없었던 토목기술을 접목했다. 국내 기술로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영국의 토목기술로 설계와 공사가 진행되었다. 이때 배 회장의 선지적인 견해가 빛을 발했다. 국지적으로 토지를 매입한 부분이 바로 그것이었다. 배 회장이 사들인 토지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것만 같았던 토지들이었다. 헐값에 사들인 토지 근처에는 큰 도로가 났다. 절대농지가 대부분이었던 영종도의 전답들은 한동안 그대로였다. 개발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영종도는 기본적으로 관광지 성격이 강한 곳이다. 배 회장은 용유도 일대의 바닷가 토지 역시 잔뜩 사들였다. 그 후 약 이십 년이 지난 시점이 되자 그의 판단은 더욱 빛을 발했다.
노 회장은 배 회장처럼 명석한 투자로 자산을 불린 사람이 아니다. 고리대금과 건달들을 뒤에 달고 손에 피를 묻혀가며 벌어들인 것이었다. 그래서 관련업계에서는 노 회장과 호흡을 맞추길 꺼려했다. 그런 그들이 제주공항에서 떡 하니 마주하게 된 것이다. 그들은 각기 어떤 목적으로 제주를 찾을 것일까?
“이번에도 공항 건으로 한 판 붙겠습니다 그려~”
노 회장은 어떤 결심이 선 것인지 대뜸 지난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어허~ 노 회장님은 아직도 공항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그런 투기성으로 보시면 또 실수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실패를 경험하고도 아직까지도 얻은 게 없으시나 봅니다.”
배 회장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노 회장의 얼굴엔 알 듯한 미소가 번져갔다. 비릿해 보인다.
“언감생심! 내가 할 소릴 하십니다. 그런 배회장님은 제주도 제2공항 때문에 내려온 게 아니란 말입니까?”
노 회장은 점잖게 말하는 듯 보였지만 이미 마음은 흔들리고 있었다.
“무슨 말씀을요. 저는 그것 때문에 온 게 아닙니다. 죄송합니다만 제가 약속시간이 다 되어 먼저 자리를 비켜 드려야겠습니다. 나중에 서울에서 한번 뵙지요.”
두 회장은 악수로 자리를 마무리하고 급히 자리를 파했다. 공항을 떠나는 배 회장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노 회장의 눈빛엔 격한 감정이 스며들었다.
현재 제주국제공항은 포화상태에 이른 지 오래다. 공항 주차장 문제도 심각하다. 2017년부터는 렌터카업체들이 공용으로 사용하던 공간도 폐쇄되었다. 셔틀버스 승강장으로 사용하던 것도 잠시, 지금은 그 마저도 사라지고 없다. 현재 중국인 관광객이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제주공항은 미여 터진다. 교통혼잡은 이루 말할 것도 없다. 주변의 공터들은 렌터카 주차장으로 변해버린 지 오래다. 업체들은 주차장으로 쓸 토지를 구하지 못해서 골머리를 썩는다. 수요가 늘어나니 토지 임대료는 말할 것도 없이 상승했다. 제주도 제2공항 계획은 지금도 말이 많고 복잡하다. 이미 오래전 이야기지만 대정읍과 한경면이 제2공항 투기로 한바탕 휘모리를 했다. 전국의 기획부동산들이 몰려들어 토지를 조각 내고 가격을 부풀렸으나 대상지는 성산 쪽으로 변경됐다. 지금도 말이 많다. 인천국제공항을 건설할 때 역시 똑같은 양상이다. 현수막 컬러와 코멘트도 사실 거의 비슷하다. 2018년 5월에 제2공항 입지에 대한 재검증이 있을 것이라는 제주도청의 발표가 있었다. 결과는 지켜봐야겠다.
대형 회의실에는 배 회장을 위시하여 인텔리 한 사람들이 앉아 있다. 배 회장은 깍지를 낀 두 손을 테이블 위에 정갈하게 올려 두었다. 얼굴엔 온화한 미소를 머금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배회
장을 바라만 볼 뿐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 배 회장이 사람들을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사업이 그렇게 못마땅한 일입니까? 불법적인 일을 하자는 게 아닌데 왜들 반대하는 겁니까?”
배 회장의 말에 다시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을 깬 건 가장 젊어 보이는 사람이었다.
“회장님 의견. 저는 정말 높게 삽니다. 회장님 같은 분이 많아야 우리 제주를 제주스럽게, 제주답게 지켜 나갈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두 가지 제안을 하나의 사업으로 보자면 분명히 회장님에게는 절대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각개로 본다면 두 가지 다 의미가 있습니다. 제주도민 누군들 그런 생각이 없었겠습니까? 또한 어떤 행정가들이 그런 생각을 품지 않았겠습니까? 지극히 현실적이지 않은, 현실과 괴리감이 있는 구상이기 때문에 아이디어 차원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것들이 아니겠습니까? 말씀하신 대로 진정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업무를 추진해 주시겠다면 저는 이 한 몸 회장님께 바칠 생각도 있습니다. 제주에서 태어나 평생을 제주에서 살았고 죽어도 제주에서 죽겠다며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는 저로서는 회장님의 제안을 진정 명쾌하게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그의 말에 배 회장은 웃음으로 답했다. 배 회장은 비서를 불러 한 뭉치나 되는 서류봉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게 했다. 그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건 제가 드리는 선물입니다. 이 나이 먹고 할 줄 아는 일이란 게 고작 이런 것뿐입니다. 주변에 아는 사람들도 죄다 저 같은 사람이라 고민 끝에 내린 결단입니다. 모쪼록 산수 같은 거 하지 말고 내 의견을 신중하게 검토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다만 버자야그룹이 진행했던 예래지구 같은 꼴이 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배 회장은 젊은 사람의 손을 한번 잡아주고는 비서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 그의 손에는 배 회장의 땀이 저린 온기가 남겨져 있었다.
1. 서문
2. 긴급회의
- 제주의 장묘문화
- 제주신화와 오름
- 진입로를 막아 선 묘적지
- 묘적지, 무연고묘지
- 국가기관 소유의 묘적지 인수
3. 급매물
- 제주도 주택문화의 이해
- 계약서 없을 경우 계약금 반환에 대한 사례
- 문화재와 개발 인허가문제
- 제주도 토지 특성
- 농지 취득 시 알아 두어야 할 정보
4. 건축업자가 되는 길
- 괜당이란
5. 선물
- 제주도 제2공항에 대한 단상
- 김녕 도시계획 등 정보
- 예래지구 문제
6. 고뇌
- 제주도 농업
- 영어교육도시와 제주신화월드
7. 오늘은 잔금 치르는 날
- 제주은행 서울(육지)지점 정보, 주택담보 대출 시 유의해야 할 점
- 지도상 거리, 물리적 거리, 과거와 현재의 교통편
8. 푸념
- 곶자왈이란, 곶자왈 훼손에 관한 의견
9. 배 회장의 서류
- 중산간지역의 훼손, 골프장 건설로 망가진 한라산
10. 올 것이 오다
- 토지거래 시 유의할 점, 세금문제, 다운계약에 관한 지침
11. 제주도민이 되고 싶어요
- 건축물 양성화 신고 관련 내용, 법규
- 제주도 건폐율과 용적률
- 건축법상 진입로 규정
12. 제주색 건축
- 제주도 건축법 개정안
- 보전등급, 상대보전, 절대보전에 관한 법률
- 절대보전/상대보전지역
- 특화경관지구(구. 수변경관지구)
- 오름에 붙은 토지의 규제
- 동굴보호에 묶인 토지
- 당처물동굴과 용천동굴
- LNG기지와 가스관 공사
- 지하수 문제
13. 실행력 없는 비전은 비극이다
14. 귀한 존재라는 걸
- 농지전용/산지전용
15. 돼지 잡는 날
- 진입로 관련법안/일반토지사용승낙서와 영구토지사용승낙서
- 제주도 일자리 문제
- 제주도 커피숍 분포
- 제주도 교육환경
- 제주살이, 한 달 살이 그리고 제주도 인구의 진실
16. 건축업자의 길
- 제주색 묻어나는 건축물들
- 제주도 행정구역 편제
17. 현실성 없는 정책도 비극이다
- 제주도 양돈과 환경오염 문제
18. ROLEX
- 제주도 농가주택과 자폐증의 상관관계
19. 제주살이
20. 올레의 비밀
21. 푸른빛 더러운 제주바다
22. 오수관 있나요?
- 오수관, 상수관 관련 내용
23. 제주도민이 되다
24.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