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배우는 제주도 문화와 부동산
제주도 토지 가격이 오르고 거래가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많다. 건축업은 제주도에서 전례 없던 호황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건축의 사무실에는 손님이 없다. 벌써 삼 개월 째 계약서 한 장 쓰지 못하고 있다. 경리업무를 위해 채용한 스무 살 갓 넘은 여직원은 일거리도 없고 손님도 없는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 게 미안하다며 퇴사했다. 한건축은 간혹 동네 어르신이 달달한 커피 한 잔 달라며 들어오시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선배 회사에서 충분히 배울 만큼 배웠다고 자부했지만 실무지식이 짧은 건 사실이다. 게다가 괜당이라는 제주인들의 울타리 안에 들어섰다고 생각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아내 역시 제주도민이지만 자신의 사업과는 연계가 잘 되지 않았다. ‘나는 제주 사람이다.’라고 스스로 되뇌었던 한건축. 지금은 자괴감이 그를 덮어가고 있다. 그동안 제주에서 무슨 일을 했었던가, 하고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선배 회사에서는 손님들과 잘 어울렸다. 물론 선배와 함께였기 때문에 그랬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시행이란 일을 하면서 건축은 그저 별 것 아닌 일로만 생각했었다. 시키는 일만 해 봤지 사실은 건축법에 대해 무지한 거나 마찬가지란 것도 이제야 알게 됐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왜 전문가 소리를 듣는지 까마득히 잊고 살았다. 스스로도 건축업자가 시행업을 하기 어렵다고 생각해 왔으면서 역지사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무너질 수 없다.’ 한건축은 처자식을 궁지에 몰 수 없다고 다짐했다. ‘남들은 다 잘하는데 나만 못하는 건 나의 문제다.’ 그는 자신의 문제점을 찾기 시작했다.
며칠 후 한건축은 유레카를 외쳤다. 문제는 괜당도 무엇도 아닌 것이었다. 근본적인 문제였다. 건축업자가 되고자 했지만 건축업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모름지기 건축이란 것이 곁눈질로 배워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충대충 해서 될 일도 아니다. 결코 우격다짐으로 하면 절대로 안 되는 일이다. 그가 배운 건축업이란 것이 사실 그랬다. 선배 회사 역시 전문성이 있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런 회사에서 업무를 배웠으니 제대로 된 일을 수행할 수 있는 깜냥이나 되겠냐는 게 결론이다.
한건축은 사무실을 접기로 했다. 제대로 된 건축회사에 취직해서 업무를 배우기로 작정한 것이다. 재취업은 불과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취직한 곳은 제주도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건설회사지만 직급은 말단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업무보조나 하는 정도의 하찮은 업무를 맡기로 했다. 연봉이나 처우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배움이라는 것이 있기에 만족하기로 했다.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현장감을 익히고 제대로 된 건 축지식을 쌓기로 한 것이다.
첫 근무지는 구좌읍 월정리의 바닷가 건축현장이다. 소장의 보조업무다. 조수나 마찬가지다. 말이 보조지 제주시에 있는 본사에서 파견한 직원은 소장과 한건축 둘 뿐이다. 소장 역시 외지인이다. 육지의 건축사 사무실에서 근무했었다고 한다. 업무경력이 무려 십일 년이나 된 사람이다. 한건축에게는 사부님 격이 된다. 얼굴 형태나 긴 손가락을 보면 귀티가 난다. 자외선이 강한 제주도에서 현장근무를 해서 그런지 분위기는 누가 봐도 현장노동자다. 말수가 적고 눈매가 매서워 보인다. 현장소장이라기보다는 감리업체 직원처럼 보인다. 한건축이 소장과 말을 트기까지는 무려 일주일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말을 트고 나서도 소장은 역시 말수가 적다. 제주까지 내려온 데는 분명 어떤 깊은 사연이 있을 거라고 한건축은 짐작했다. 자신 역시 사연을 가지고 제주까지 오게 됐으니까. 둘이 한 사무실에서 근무한 것도 벌써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한건축은 누구든 이면적인 모습을 하는 사람을 하나 꼽으라면 바로 소장 같은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부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 있었다. 말수 적고 나긋나긋하던 소장이 일변하여 욕설을 내뿜으며 누군가와 다투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역시~ 사람은 알 수 없는 동물이야.’ 한건축은 혀를 찼다.
“오늘 소주 한 잔 하시겠습니까?”
퇴근시간이 다 되어가는 시간. 한 시간 가까운 전화기 속 누군가와의 전투를 마친 후 오후 내내 말이 없던 소장이 던진 한 마디였다.
“뭐…… 저는. 뭐~ 상관없습니다.”
한건축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의미로 대답했다. 반 정도는 건성이었다.
“이력서에 보니까 건축을 제대로 배우고 싶어서 우리 회사에 들어오셨다는데…… 제가 제대로 알고 있는 거 맞죠?”
“아~ 네! 제대로 배우겠다고 들어오긴 했는데 사실 아직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대로 하고 있기는 한 건 지도 모르겠고요.”
“우리, 같이 공부 좀 합시다. 나도 공부 좀 하고. 한건축 씨도…… 내가 뭘 누굴 가르치고 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고 하니. 그냥. 같이 공부나 좀 해 봅시다.”
소장의 얼굴엔 왠지 모를 회의감 같은 것이 묻어났다. 한건축은 소장의 통화내용을 자세하게 듣지도 않았다. 행여 들었다 하더라도 잘 모를 내용이었기에 흘려 들었었다. 게다가 통화가 길어지자 밖에 나가서 딴청을 부렸다. 그 때문에 소장과 상대방의 설전 내용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소장이 공부를 하자 하니 한건축은 황당하기도 하고 호기심도 일어났다.
퇴근시간이 되자 소장과 한건축은 누가 앞설 세라 공무원 모드로 변했다. 한건축은 말없이 소장의 뒤를 따랐다. 커피로 유명세를 타고 하늘 높을 줄 모르고 가격이 치솟는다는 그 월정리 바닷가를 허탈한 걸음으로 걸었다. 소장이 앞서 들어간 곳은 문어숙회를 전문으로 한다는 유명한 맛집이다. 그 역시 아내와 두어 번 방문했던 곳이다. 미각의 기억은 혀를 타고 침으로 변해갔다. 한건축은 며칠은 굶은 시베리아 늑대처럼 허기짐을 느꼈다. 소장은 시끌벅적한 외지인 관광객들을 피해 구석 자리 한편에 섰다. 그는 때가 탄 두꺼운 나무의자를 끼익 소리가 나게 끌었다. 테이블과 멀찍이 바다가 출렁인다. 한건축 역시 소장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식당주인은 소장의 손짓 두어 번에 주문을 받았다. 단골임에 분명하다. 소장은 이 식당과 연고가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미역국과 소주 한 병이 자동으로 내어졌다. 그것들이 식탁에 닿기가 무섭게 회오리를 동반한 소주세례가 시작됐다. 한건축은 회오리 거품이 만들어낸 소주 한 잔에 시원함과 알싸함을 동시에 느꼈다. 문어숙회 얼굴은 구경조차 못한 상황에 벌써 소주 한 병은 폐기처분을 앞두고 있다.
사전적인 의미는 아래와 같다.
“친척”을 일컫는 제주도 사투리로서 제주도 사람들끼리는 “친구”라는 단어만큼 친근감을 불러일으키는 말.
그렇지만 육지 사람들이 느끼는 괜당은 조금 다르다. 제주돌담처럼 깊은 방어벽이 그어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제주도민들은 너무 괴로운 삶을 살아왔었다. 외지인들에게 당한 상처가 아물 만하면 또 다른 생채기가 생겼을 것이다. 점점 폐쇄적이 되었을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보통 도서지역 사람들이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들 하지만 제주도는 특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멀리 볼 것도 없이 비극이었던 4.3 사건만 봐도 그렇다. 당시 육지에서 파견되어 온 군인과 경찰들은 실적을 채우기 위해 죄 없는 사람들마저 빨갱이라고 잡아들였다는 이야기를 하르방 한 분께 전해 들었던 적이 있다. 단지 실적을 위해서 말이다. 그러다 보니 믿을 만한 사람만큼은 절대적으로 믿고 싶었으리라 싶다. 제주도민의 괜당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려면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문화를 체득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아시다시피 제주도에서는 벼농사를 지을 수 있는 ‘답’이 정말 귀했다. 오죽하면 곡창지대인 전라도에서 제주도까지 와서 쌀을 거래했을까? 게다가 흔히 농담처럼 들었던 마라도와 가파도의 쌀을 빌려주고 갚는 과정의 에피소드가 우리에게 파고들었을 까? 마라도 주민들이 쌀이 떨어지자 육지(모슬포)와 좀 더 가까운 위치에 있던 가파도에서 쌀을 빌려갔다. 추수철이 멀었는데 벌써 쌀이 떨어진 가파도 주민들은 마라도 주민들에게 빌려간 쌀을 돌려 달라며 가파도~ 가파도 했다. 마라도 주민들은 갚아줄 쌀이 없다며 그런 소리 마라~ 마라~ 해서 마라도가 됐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다
1. 서문
2. 긴급회의
- 제주의 장묘문화
- 제주신화와 오름
- 진입로를 막아 선 묘적지
- 묘적지, 무연고묘지
- 국가기관 소유의 묘적지 인수
3. 급매물
- 제주도 주택문화의 이해
- 계약서 없을 경우 계약금 반환에 대한 사례
- 문화재와 개발 인허가문제
- 제주도 토지 특성
- 농지 취득 시 알아 두어야 할 정보
4. 건축업자가 되는 길
- 괜당이란
5. 선물
- 제주도 제2공항에 대한 단상
- 김녕 도시계획 등 정보
- 예래지구 문제
6. 고뇌
- 제주도 농업
- 영어교육도시와 제주신화월드
7. 오늘은 잔금 치르는 날
- 제주은행 서울(육지)지점 정보, 주택담보 대출 시 유의해야 할 점
- 지도상 거리, 물리적 거리, 과거와 현재의 교통편
8. 푸념
- 곶자왈이란, 곶자왈 훼손에 관한 의견
9. 배 회장의 서류
- 중산간지역의 훼손, 골프장 건설로 망가진 한라산
10. 올 것이 오다
- 토지거래 시 유의할 점, 세금문제, 다운계약에 관한 지침
11. 제주도민이 되고 싶어요
- 건축물 양성화 신고 관련 내용, 법규
- 제주도 건폐율과 용적률
- 건축법상 진입로 규정
12. 제주색 건축
- 제주도 건축법 개정안
- 보전등급, 상대보전, 절대보전에 관한 법률
- 절대보전/상대보전지역
- 특화경관지구(구. 수변경관지구)
- 오름에 붙은 토지의 규제
- 동굴보호에 묶인 토지
- 당처물동굴과 용천동굴
- LNG기지와 가스관 공사
- 지하수 문제
13. 실행력 없는 비전은 비극이다
14. 귀한 존재라는 걸
- 농지전용/산지전용
15. 돼지 잡는 날
- 진입로 관련법안/일반토지사용승낙서와 영구토지사용승낙서
- 제주도 일자리 문제
- 제주도 커피숍 분포
- 제주도 교육환경
- 제주살이, 한 달 살이 그리고 제주도 인구의 진실
16. 건축업자의 길
- 제주색 묻어나는 건축물들
- 제주도 행정구역 편제
17. 현실성 없는 정책도 비극이다
- 제주도 양돈과 환경오염 문제
18. ROLEX
- 제주도 농가주택과 자폐증의 상관관계
19. 제주살이
20. 올레의 비밀
21. 푸른빛 더러운 제주바다
22. 오수관 있나요?
- 오수관, 상수관 관련 내용
23. 제주도민이 되다
24.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