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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ul 21. 2023

30년 맛집, 111탄-부산 당감동 시민냉면 밀면

밀면의 원 모델이 냉면이라는 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다.

부산의 시민냉면 역시 간판처럼 냉면을 기반으로 밀면도 판매하는 식당인데, 이번 방문엔 밀면을 좋아하는 부산 토박이들과 냉면을 선호하는 외지인들이 함께 방문해서 품평을 해 봤다.

하필이면 점심시간에 맞춰 가는 바람에 대기줄을 타야 했지만 여럿이 가니 기다리는 맛도 제법 쏠쏠했다.



매장 앞엔 벌써 대기줄이 섰다.

이 사진은 나오면서 촬영한 거라 점심시간이 후반대로 접어들어 많이 줄어든 모습이다.

우리가 갔을 땐 연세 지긋한 노인들이 줄지어 서 있었는데 아무래도 지역주민들에게 오랜 기간 사랑받아온 식당이란 걸 증명하는 듯했다.

당감동이란 곳이 어떤 동네인지 나 같은 외지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당감동은 부산에서도 후미진 변두리 지역으로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곤 해도 딱히 변한 곳 없는 동네라고 한다.

시민냉면이 위치한 곳 역시 동네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데 내비게이션을 켜고 가도 고민스러울 정도로 구석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웬 주걱을 들고 있나 했더니... 우리는 대기 7번.



모르고 방문한 건데, 여기도 생활의 달인에 나온 곳이라고 한다.

이젠 너무 많아서 식상한 느낌이 들 정도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나마 신뢰할 수 있는 프로니 인정한다.

밀면은 8천 원인데, 냉면은 1만 원이다.

가격을 딱히 착하지 않다.

밀면 가격만으로 치면야 개금밀면에 비해 저렴한 편이긴 하지만 말이다.



시민냉면은 양념장을 기본 제공한다.

당감동 출신의 단골이라는 사람에게 들어보니 원래는 주문해야 줬었다는데 달라는 손님이 많아져서 아예 비치하게 됐다고 한다.



고춧가루 양념이 없이 초절임 된 무생채가 독특한 편이다.

온육수는 진하긴 한데 제법 짜다.



밀면을 좋아하는 부산 사람들이 주문한 기본과 곱빼기다.

차이가 분명하다.



나는 냉면을 주문했는데, 부산에서 내내 밀면만 먹다 보니 오랜만에 만난 냉면이 너무 반가웠다.

면 위에 수북하게 올려진 양념과 야채, 고명이 침을 고이게 했다.



있는 그대로 먹으면 좋으련만 이내 양념장을 추가하고 만다.

밀면, 냉면은 자르지 않고 먹어야 한다는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난 그러거나 말거나 먹기 편하게 네 등분하여 비빈다.

이렇게 해도 잘 비벼지지 않는데...

참고로 순수 메밀로만 만든 메밀면은 절대로 자르지 않는다.

툭툭 끊어지는 메밀면의 식감을 놓칠 순 없으니까!



잘 비벼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새콤하면서 달달한 맛이 전해졌다.

너무 맵거나 한 자극적인 맛은 배제됐고 너무 싱겁지도 짜지도 않게 적당한 양념이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걸 보면 여름에 냉면 만한 음식이 없긴 하구나 싶었다.

소고기 고명인가 싶었는데 식감을 보니 여기도 간자미 고명을 쓰는 것 같다.

밀면에는 소고기가 들어간 듯하고 냉면에만 간자미 고명을 쓰는 모양이다.



비빔냉면을 맛봤으니 이젠 물냉면이다.

어쩌면 한참 유행했던 반냉 개념이 된 셈이다.

함께 제공된 냉육수를 적당히 부어 맛을 봤는데 애초에 물냉면으로 나온 게 아니라 그런지 몰라도 비빔냉면보다 못한 느낌이 들었다.

물냉면의 맛을 확인하진 못했지만 아무래도 시민냉면은 비빔냉면 맛집인 듯하다.



나중에 고명을 확인해 보니 간자미가 맞다.

음식 가격이 너무 무섭게 치고 올라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가가 높지 않고 회전율이 높은 면 요리인데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도 헤아리며 가격 책정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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