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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ug 01. 2023

30년 맛집, 113탄-강원 양양에도 고기국수가 있다

자전거 타고 또 속초에 다녀왔다.

여름휴가 땡볕에 이런 짓을 하는 나를 두고 뭐라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내게 뭐라 하는 사람보다 나처럼 땡볕에 미친 것처럼 보일 만한 장거리 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난 기껏 140km에 획고 1555m를 달렸지만 전날 나보다 장거리에 훨씬 높은 획고를 달성한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아무튼 더위엔 장사 없다는데 그 죽을 맛을 경험하고도 또 비슷한 코스를 짜고 있는 걸 보면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하긴 하다.

아무튼...

이번엔 양양에도 제주 못지않은 고기국수가 있다 하여 선흥식당에 다녀왔는데 두 가지의 놀라움과 두 가지의 아쉬움이 남은 식당이었던 것 같다.

놀라움 1. 소머리육수

놀라움 2. 소머리고기

아쉬움 1. 일반 면을 쓰는 정성 부족

아쉬움 2. 김치의 내공

놀라움과 아쉬움이 교차하긴 했지만 돼지고기를 베이스로 국수를 만드는 제주도 고기국수와는 달리 선흥식당은 소머리고기를 베이스로 국수를 만드는 게 판이하다.

이미 방송을 탔다곤 하지만 내가 열거한 두 가지 아쉬움만 해결한다면 양양을 소머리고기국수로 유명한 지역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식당 이전 후 손님이 너무 많아 나도 가지 못할 정도가 되어 기피 식당이 되고 말았는데...

제주도 자매국수가 아무리 유명하다 하지만 돼지고기 베이스라 돼지비린내를 완벽하게 잡아내지 못했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

선흥식당은 원래 소머리국밥으로 더 유명하다 하는데 그걸 기반으로 만든 국수라고 하니 믿어도 될 것 같다.



일단 찾기가 힘들었다.

혼자 라이딩하는 탓에 스마트폰 GPS만 믿고 다녀야 하는 형편인데 여긴 양양시장 안에 있는 복합건물 안쪽에 있어서 특히 더 힘들었다.

매장들이 죄다 비슷하게 생겨서 상호를 모르면 다른 식당에 가도 할 말이 없을 정도.



크지 않은 건물이라 다행이었는데 두 바퀴 정도 돌아서야 선흥식당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정도 정보까지는 없었는데 2대째 운영하는 60년 맛집이란다.

ㅎㅎ <빗맞아도 30년>에 올리면 되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내가 목적하고 온 고기국수엔 달랑 '국수'정도로만 적혀 있었다.

실수한 건가 싶었지만 일단 맛을 봐야 판단을 하지 싶어 무작정 들어갔다.

11시가 되기 전이라 내가 첫 손님인 듯했다.

(이내 다른 손님들이 차기 시작했지만)



메뉴판을 보니 다른 메뉴가 동했다.

하지만 의지의 루파고!

난 역시 고기국수를 주문했다.

가격은 저렴하다고 할 순 없다.

내가 양양을 너무 시골로 느끼는 걸까?



난 연예인들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달랑 김국진 씨만 알겠다.

다른 분들껜 죄송...



이렇게 두 가지 김치가 나왔다.

배추도사 무도사.



십 분은 안 기다린 것 같고...

내가 주문한 고기국수가 나오긴 했는데...

내 옆에 자리를 잡은 손님들이 소머리국밥을 주문한다...

나도 먹고 싶지만 주머니가 얇은 난 금세 포기하고 만다.



내용물을 좀 확인해 보기로 했다.

역시 소머리국밥 베이스의 고기국수다.

국물이 진하다고 할 순 없지만 소머리육수인 건 확실하다.

양고추는 많이 들어가지 않아 맵거나 하지도 않다.

중요한 건 여느 사골집보다 육수의 품질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소머리고기도 적지 않은 양이다.

하지만 몇 조각 도 넣어줘도 수지가 맞지 않거나 하지 않을 거라고 보는데 좀 더 후한 인심이면 금상첨화 아닐까 싶었다.



면은 딱히 개성이 없긴 하지만 육수가 그걸 상쇄시킨다.

뽀얀 국물이 담백하고 잡내 같은 건 없다.

이번에도 바닥을 볼 게 분명하다.


면만 들어 한 컷, 소머리고기와 한 컷.

제주도 고기국숫집이 자매국수만 있는 건 아니지만 내가 느낀 바로는 자매국수의 내공이 높다고 판단한 바, 그곳을 기준으로 이 식당의 고기국수를 평하자면...


양양에 가서 절대 지나쳐선 안될 곳이란 거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위에 열거한 것 외에 양념장을 제공하지 않는 점이다.

어쩌면 그것 역시 요리를 만드는 분의 의지라 한다면 그 또한 유지하시는 게 맞다.

난 겨우 한 그릇의 소머리고기국수를 맛봤는데 부연적으로 몇 가지 설명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이미 유명한 식당이고 내 글들 중에도 소개된 바 있는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의 최미자소머리국밥에서 제공하면 소면을 말아먹는 것을 비교하자면 음식 가격과 기타 등등 따져도 난 선흥식당에 점수를 주겠다.

안타깝게도 청평의 나의 소머리국밥 맛집은 주인할머니의 남편께서 열로 하셔서 폐업하셨는데 너무 안타까울 뿐이다.

대를 이를 정도로 유명세를 타지 못하신 게 흠인데... 아무튼 유명해진 맛집도 많지만 그런 운이 없어 지약에서 근근이 로컬들의 비밀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들이 참 많다.



역시 바닥 비웠다.

솔직히... 배가 고프기도 했다.



https://brunch.co.kr/@northalps/1787

이 글은 빗맞아도 30년 시리즈를 쓰면서 100번째 게시물을 올리며 나름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오타도 있고 술 마시고 쓴 글이라 문맥도 엉성하지만 공감하시는 분이라면 읽어보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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