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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ug 03. 2023

30년 맛집, 114탄-인제 일미반점 군바리 짬뽕

여름휴가 내내 줄기차게 자전거만 타고 있다.

이번에 서울-부산 국토종주라도 할까 싶었지만 너무 더워서 가을로 미루고 강원도 구석구석 안 가본 겔을 다녀보는 중이다.

20년 전 차를 몰고 전국일주를 두 번 했었는데 당시에도 가본 적 없던 길을 자전거로 간다.

역시 강원도 하면 산, 산 하면 강원도!

그리고 강원도 하면 막국수인데 동선이 맞지 않아 인제 번화가에 있는 일미반점을 찾았다.

원 계획이 틀어지는 바람에 또 중국집 투어가 되고 말았지만 일미반점의 짬뽕 한 그릇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이면도로 뒷골목에 오래된 중국집이 두 곳이 있다.

서로 오십 미터도 떨어지지 않았는데 두 식당 모두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인제는 군인도시라고 해도 될 정도로 인근 군부대에 근무하는 군인들을 상대로 하는 식당들이 상당히 많다.

인제에서 군생활을 했던 사람이라면 아마 일미반점을 모르지는 않을 것 같다.



투박한 인테리어가 시골시골 하다.

이번에도 난 짜장면과 짬뽕을 두고 고민을 했지만 몸에서 빠져나간 수분과 염분을 채울 목적으로 짬뽕 한 그릇을 주문하고 다른 손님들 식사하는 걸 곁눈질했다.

탕수육을 맛있게 흡입하고 있는 분들을 보니 얼마나 부러운지 모른다.

혼자 다니면 여러 가지에서 장애가 많다.



말해 무엇하랴!

중국집의 기본천은 이거면 충분하다.

양파를 매우 좋아하는 나를 배려한 추가는 셀프서비스!



정말 순식간에 짬뽕이 나왔다.

거의 뚝딱 하는 순간 아니었나 싶을 정도였다.

여긴 주문과 동시에 볶기 시작하는 곳은 아닌 거다.



그런데 일미반점은 독특하게도 짬뽕에 유부가 들어갔다.

숙주야 그렇다 치고...

호기심이 생긴 나는 속을 들춰내 휘젓기 시작했다.



면도 여느 중국집과 판이하게 다르다.

면에 뭘 첨가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느낌적으로는 메밀가루를 넣은 것 같다.

찰기는 좀 떨어지며 오독오독 끊어지는 느낌이다.

쫀득하고 미끌거리는 일반 면들과는 다르다.

면의 양은 많지 않은데 속에 감춰진 내용물들을 보니 양이 장난 아니다.

목이버섯, 오징어, 새우(6개나 들었다), 돼지고기, 숙주, 유부가 들어가 있는데 군인들이 좋아할 이유가 충분해 보였다.

국물을 뜨겁게 하지 않은 게 아쉽긴 했는데 어쩌면 빨리 먹고 복귀해야 하는 군인들을 배려했거나 더운 날씨에 뜨거운 음식 먹고 땀을 흘릴 것을 배려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젠 당연해져 버린 것 같긴 한데...

역시 바닥을 봤다.

국물은 진하고 너무 짜지 않다.

어쩌면 내 몸이 염분을 원해서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지 않겠나 싶다.

테이블에서 몇만 원어치의 음식을 포장해 가는 손님이 있었는데 아마도 남자친구나 남동생 면회 온 사람 아니었나 싶다.

오랜 기억이 됐지만 군인에겐 외박, 외출, 면회, 휴가 이상으로 좋은 선물을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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