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부산 내려가는 길에 들렀던 새지천식당.
어떤 연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원래는 지천식당이었는데 앞에 '새'자를 붙였다고 한다.
풍월로는 2대째 운영하는 식당이라고 하는데 내비게이션을 찍고 가면 정말 여기에 식당이 있는 게 맞는지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남상주IC에서 빠지면 겨의 2~3분 거리에 있지만 다른 곳에서 오면 좀 황당할 수도 있다.
그런데 새지천식당의 메뉴판을 보면 좀 더 황당할 수 있다.
여긴 달랑 가마솥손칼국수와 돼지수육만 판다.
이번에 공깃밥을 추가해서 말아먹지 않고 온 게 후회되긴 하지만 남상주IC에서 가까우니 서울-부산 오갈 때 칼국수 생각이 나면 여지없이 들러 맛을 볼 수 있어 좋다.
새지천식당은 7시까지만 주문을 받는다.
난 6시 45분에 전화를 걸어 확인을 했고 53분에 턱걸이로 식당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나 외에 3개 테이블에 손님이 있었는데 평시 점심 때면 웨이팅은 기본인 식당이라고 한다.
해가 거의 질 무렵이라 식당 앞에서도 일몰을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늦으면 밥도 못 먹고 가야 하니 마음이 급하다.
가격표를 보니 가격은 착한 편이다.
홀수 주일 중 화요일이 휴무라고 한다.
또 오봉이다.
무려 25분을 기다려 받은 음식인데 나보다 앞서 오신 손님은 너무 늦게 나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래도 이 정도 기다림은 웨이팅보다 낫다.
이렇게 김치 세 가지와 양념장이 나오는데 세 가지 김치가 전부 독특하다.
열무김치볶음(?)은 식감이 부드러워 노인들도 편하게 드실 수 있을 것 같다.
김치는 칼국수와 궁합이 딱 맞는다.
입에 착착 감기는 새콤달콤한 무생채도 맛나다.
너무 짜지 않은 간장 베이스 양념장은 딱히 필요 없을 수도 있다.
국물 자체가 진국이다.
그래도 난 양념장을 넣었다.
있는 건 다 넣고 봐야 직성이 풀리는 고로~~
적당량의 양념장을 넣고 비벼 맛을 봤다.
양념장을 섞기 전의 국물도 정말 구수하고 좋다.
면은 질기지 않고 툭툭 끊겨서 좋다.
딱 내 스타일이다.
이걸 먹으면서 또 명동교자 생각이 났던 건 그만큼 견줄 만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게 아닐까 싶다.
명동교자의 마늘향 강한 배추김치가 압권이긴 한데 가격 생각하면 새지천식당 칼국수도 당당히 겨뤄봐도 될 것 같다.
이건 자꾸 손이 가게 만드는 녀석이다.
포장해 오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연신 사진을 찍는 나를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만큼 상세하게 자료를 남기고 싶었음이다.
명동교자를 생각하며 김치와 함께 칼국수를 맛보는데 새지천식당의 양념 풍부한 배추김치 역시 칼국수와 찰떡궁합이었다.
양념장이 들어간 상태였지만 김치 양념이 국물에 배어 깊이를 더했다.
김치 류는 셀프서비스로 추가해 먹을 수 있었고 난 배추김치를 한 움큼 퍼다 먹었다.
김치 양념이 배어 더욱 깊어진 국물을 원샷에 마시고 말았다.
그 때문에 공깃밥 주문을 잊고 말았다. ㅠㅠ
역시 바닥을 비웠는데 열무김치는 다 먹지 못했다.
공깃밥을 주문했다면 배가 불어 운전도 힘들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
식당 문을 나서는데 '금일 영업종료' 입간판이 걸렸다.
턱걸이로 새지천식당 칼국수를 맛볼 수 있었다는 데 쾌감이 더했다.
아직 해가 완전히 넘어가지 않았다.
이렇게 황량한 곳에 위치한 새지천식당인데, 넓은 주차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도 모자라 길가에 길게 줄을 선다 하니 진짜 맛집은 맛집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