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죽전에 기가 막히는 순대국 전문점이 있다고 하여 다녀왔다.
자의는 아니었고... 역시 이번에도 전라도 광주 사람이, 그것도 집안이 유명한 고깃집을 하는 사람이 데려간 곳이라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더군다나 내가 인생에 손꼽는 맛집들 중 한 곳도 그가 소개한 곳이었기 때문에 의심보다는 기대가 앞섰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보통 순대국집에 가면 돼지비린내가 역한 편인데 탑골순대국에선 전혀 그런 느낌이 없었다.
옆에 건물을 인수해 꽤 크게 확장하긴 했지만 우리는 예전 식당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저녁식사 시간대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찾아간 덕에 줄을 서지는 않았지만 이미 전부 만석이었고 조금 있으니 웨이팅이 시작되었다.
순대국 두 그릇을 주문하고 보니 포장 주문을 거절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고기가 부족해 식사시간이 지나야 가능하다고 하는 걸 들었다.
직접 보진 못했지만 포장하면 거의 2인분 수준이라고 하더라는...
입구에선 돼지머리를 바로 썰어내는 퍼포먼스가...
사실 이 모습을 보면 순대국을 먹지 못할 사람도 있을 법도 한데 손님은 미여터진다.
기본찬이 나오지만 세프서비스로 맘껏 떠다 먹을 수 있다.
마침 양념된 부추가 다 떨어져 사진은 없지만 부산에선 정구지라 하여 대부분의 음식에 기본적으로 들어간다.
가격은 대충 그런 듯한데... 양을 보니 가심비도 만족스럽더라.
기본으로 부속 고기가 나온다.
간, 염통과 머릿고기가 한 그릇 나오는데 이것만 갖고도 소주 한두 병 정도는 거뜬할 거다.
이번엔 내가 운전을 해야 할 상황이어서 소주만 따라주며 침을 흘려야 했다.
이건 완전히 낮술 각인데... ㅠㅠ
파는 추가로 달라고 하니 더 주더라.
이런 거에 절대 야박하지 않아 좋았다.
뚝배기를 뒤적여 보니 고기 양도 상당하다.
어지간한 순대국집의 특자보다 양이 많다.
육수는 달라는 대로 더 준다고 하니 감동스럽다.
정말 작정하고 소주 한잔 하러 와야지 싶을 정도였는데...
그러고 보니 죽전에 친구가 산다.
담에 함 꼬셔볼 생각이다.
고춧가루도 좋은 걸 쓰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양념장 품질도 좋다.
많이 넣어도 짜지 않다.
간은 오로지 새우젓으로만 한다.
고기도 두툼해서 어지간한 사람 아니면 바닥 보기 어렵다.
여자들은 절반이나 먹으면 다행일 것 같다.
김치도 좀 심심한 편인데 절대 간을 강하게 하지 않는 것이 요리에 도덕성이 보였다.
고기에선 돼지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대체적으로 어디 하나 트집을 잡을 만한 게 없었다.
100점 만점에 100점을 줘 본 식당이 대체 얼마나 있었던가 싶다.
서울에서 가깝기라도 하다면 수시로 들락거릴 것인데 멀리 있는 것이 안타깝다.
강남고속터미널 안에 있는 순대실록 이후 최고의 순대국이었던 것 같다.
그냥 여느 순대국과는 격 자체가 다르다.
오전 11시 30분부터 영업을 한다는데 지인의 말로는 오픈하자마자 자리가 없다고 할 정도니 사람 입맛은 누구나 비슷한 듯하다.
문제가 있다면 주차가 후덜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