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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ug 28. 2023

30년 맛집, 117탄-인천차이나타운 옛날그맛 중화루

식사를 하고 나오는 길에 재밌는 얘기를 들었다.

방학이라 잠시 귀국해 있는 일본에 유학을 간 어린 조카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맛이 기억나는 게 무서워요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으로 돌아간 후에 한국에서 먹었던 음식이 그리워지는 게 걱정스럽다는 거다.

역시 남녀노소, 국적불문 음식은 추억인 거다.

한동안 옛날 어린 시절 아빠 월급날이나 특별한 날에나 먹을 수 있었던 탕수육 같은 음식은 추억의 농도가 짙을 것 같다.

하물며 짜장면도 서민의 아이들에겐 요즘처럼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기에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오래된 추억이 따라붙어야 하는 음식에 짜장면이 고정 게스트가 된 게 아닐까 싶다.

이번엔 인천 차이나타운에 볼 일이 있어 지인들과 중화루에 다녀왔다.




이곳을 다녀온 지가 무려 십오 년은 된 것 같다.

예전에도 낡은 건물이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인근에 유명한 맛집들이 워낙 많기도 하지만 날고 기는 중국집들도 정말 많다.

어디가 특별히 더 맛있다고 말할 수도 없고 나름 각기 개성이 있으니 뭐라고 선을 긋진 않으련다.



연식을 알 수 없는 중국풍의 낡은 테이블과 의자들을 보니 지난 추억이 새록새록 솟아났다.

언젠가 앉았던 테이블도 기억났다.

그런데 묘하게도 참 자주 다녔던 식당들 중 한 곳인데 어떤 사람들과 이 식당을 찾았는지 가물가물했다.



메뉴판을 보며 각종 요리들을 살폈지만 결국은 짬뽕, 볶음밥, 탕수육을 주문했다.

사천짬뽕도 보였지만 기본이 중요한 거라는 생각에 기본 짬뽕으로 의견을 모았다.

곧 언제나처럼 기본 차림이 준비됐다.



탕수육이 제일 먼저 나왔다.

두툼한 돼지고기가 옛날 방식으로 튀겨졌다.

추억 속에 있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튀김옷이 그리 두껍지 않아 돼지고기 양이 많다.

적당히 튀겨져 씹기 불편하지 않고 바삭한 식감이 좋다.



탕수육 소스는 너무 달지 않아 좋다.

요즘 설탕을 너무 많이 쓰는 식당들이 있는데 그런 소스는 음식을 금세 질리게 한다.



곧 볶음밥도 나왔는데 고슬고슬하게 야채와 함께 볶은 게 눈에 띄었다.

하지만 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볶음밥은 예전 같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아마 그동안 입맛의 변화가 와서 그런 게 아닌가 싶었다.

볶음밥에 짜장을 섞지 않고 즐기는 사람들도 많은데 어쩌면 그게 정석인지도 모르겠다.

다음에는 짜장 없이 맛을 봐야겠다.



해장용으로 주문한 건 아닌데 색깔부터가 해장용 짬뽕으로 보인다.

질기지 않은 면발도 좋은데 역시 차이나타운에서 파는 짬뽕은 기본에 충실한 편이다.

칼칼하면서도 적당히 매운 국물에 소주가 간절했지만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라 짬뽕에 집중하기로 했다.



결국 바닥까지 드러낸 짬뽕, 너무 배가 불러서 조금 남길 수밖에 없었던 볶음밥, 마지막 한 조각까지 마무리한 탕수육.

이번 식사는 오랜 추억을 담은 한 끼였던 것 같다.

또 언제나 올 수 있을는지...

다행인 건 이런 오랜 식당은 앞으로 언제든 생각이 나도 찾아올 수 있다는 거다.



바로 앞엔 내가 최애 하는 전주뼈다귀해장국집이다.

얼마 전 내 글에 폐업했다는 댓글을 다신 분이 있어서 안타까워하고 있었는데 잘못 알고 계신 듯했다.

아직 성업 중인 걸 보고 얼마나 다행인지...

바로 아래 링크를 보면 잘 설명이 되어 있다.

https://brunch.co.kr/@northalps/1197

언젠가 시간이 허락하면 꼭 다시 방문하리란 다짐을 하고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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