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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ug 29. 2023

30년 맛집, 118탄-국보급 돼지김치찌개 은주정

30년 넘게 지나다녔던 골목에 이런 식당이 있었다니...

청계천 옆 방산시장 골목에 맛집이 있다 하여 따라갔다.

얻어먹는 처지에 어디 가자고 할 상황은 아닌지라 무턱대고 따라간 곳인데 정말 더 이상의 부연설명이 필요 없는 국보급 돼지김치찌개를 만나고 말았다.

내 기억에 손꼽는 김치찌개는 서초동 장꼬방과 아직 소개하진 않았지만 인천 신포동의 명월집이 있는데 은주정은 그 순위를 확 뒤집어버리고 말았다.

황당했던 건 업무 때문이 아니라고 해도 방산시장은 어린 시절부터 자주 드나들었던 곳인데 이런 기똥찬 식당이 있었다니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주차비가 좀 비싸긴 하지만 바로 옆에 주차공간도 여유로운 상황이라 자차로 가도 크게 불편하지 않은 곳이다.

오래전에는 시장골목 상인들이 주로 찾는 곳이었겠지만 이제는 서울에서도 이름난 맛집이라고 하는데 방송 같은 걸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나의 이상한 필터가 작용해서 알고도 놓쳤던 식당이 아닌가 싶다.



주차장에서 십 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골목 안쪽이라 들어가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

식당 규모는 의외로 엄청 큰 편이다.



식당 내부로 들어서니 각 테이블마다 오래된 커다란 양은냄비가 하나씩 올려져 있다.

점심시간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김치찌개 손님인가 싶다.

11시 30분에 도착해서 그런지 식당엔 손님이 많지 않았는데 식사시간이 되면 금세 가득 찬다고 한다.

요즘 사무실이 많은 지역의 식당은 11시부터 줄을 서는 곳도 많은데 여긴 아직 12시 점심시간이 주류인 듯했다.

냄비 뚜껑을 열어 보니 이미 잘 끓여진 김치찌개가 가득이다.

이게 과연 2인분이 맞는 걸까?

엄청난 양이다.



이렇게 기본상이 차려졌다.

가짓수를 세어보니 쌈채소가 무려 6가지다.

예전에는 27가지였다고 하는데, 삼겹살을 주문하면 그렇게 주는 모양이다.

그런데 점심시간에 김치찌개를 주문한 손님에게도 쌈채소를 이렇게 많이 제공해 주다니...

쌈밥집도 아닌데 대단하다.

잘 보면 알겠지만 여긴 쌈장도 직접 만든다.

역시 김치, 쌈장만 보면 식당 수준이 보인다.



반찬도 정성스럽고, 뭐 하나 맛없는 음식이 없다.

메뉴는 항상 다르다고 한다.



커다란 스테인리스 그릇에 흑미밥이 한가득이다.

이걸 다 먹을 수 있단 말인가?

김치찌개 양도 장난 아닌데...



한참을 끓인 김치찌개를 먹을 시간이다.

큼직한 두부와 크게 썰은 돼지고기가 맛깔스럽다.

이게 과연 식사 메뉴라니...

나 같은 지독한 술꾼에겐 술안주로 보이니 문제는 문제다.

안타깝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고 시식할 준비!

국물은 정말 깊고 깊다.

태평양 어느 해구보다 깊은 맛이라고 하면 과찬인가?

돼지고기도 육질 좋다.

좋은 고리를 쓰는 게 분명하다.

재료부터 요리까지 오랜 노하우와 정성이 가득하다.



열심히 쌈도 싸서 먹고,

육수도 추가해 더 끓여 먹고...

결국 그 많아 보이던 밥도 부족해 추가해 먹고...

(밥 추가는 무료다. 인심 좋다.)


둘이서 김치찌개로 배 터지게 먹고 나왔는데 22,000원이다.

이런 수준의 음식에 이 금액이라니 다시 놀랍다.

가성비, 가심비 그딴 표현 다 필요 없는 식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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