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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ug 12. 2023

57. 한여름의 대부도, 제부도 라이딩에서 더위를 앓다

지난주 시흥 배곧에서 출발해서 대부도-전곡항-제부도를 거쳐 다시 배곧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돌았다.

이 무더운 여름에 바다를 보러 간다니 반가울 만도 한데 해가 뜨자마자 시작된 땡볕에 부풀었던 기대는 순식간에 사그라들고 말았다.

아침부터 푹푹 찌는 날씨라 만약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라이딩이 아니었다면 금세 포기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거의 혼자 라이딩을 다니는 편이라 단체 라이딩이 어색한 편인데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있어서 마음 편하게 달리고 왔는데 그리 장거리가 아님에도 다들 더위에 지쳐 후반엔 힘들을 쓰지 못했다.

벌써 200일 정도 매일 자전거를 탄 친구는 이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더운 걸 모르겠다는 황당한...

아무튼 부러운...



아침부터 매미가 시끄럽다.

대단한 녀석들이다.

배곧에서 오이도까지는 사진을 거의 촬영하지 않았다.

단체 라이딩을 할 땐 이상하게 사진을 안 찍는 편이다.

헬멧에 고프로를 달고 동영상을 촬영해 주기도 했지만 더워서 그런지 그런 행위도 귀찮음이다.



오이도에서부터 이어지는 대부도 방파제 옆으로 난 자전거 전용도로를 타고 한참을 달려니 대부도에 도착했다.

몇 년 전 자전거를 타고서는 처음 대부도를 가던 날, 방파제 위를 달리면서 정말 후회를 많이 했었는데 이렇게 좋은 길이(상태는 좋지 않지만) 있다는 걸 몰랐다.

둑방길 위로 라이딩을 하면 낚시꾼들의 캐스팅도 조심해야 하고, 텐트 스트링이 잘 보이지 않아 걸려 넘어질 우려도 크다.

진입할 때 잘 유의해서 들어가면 편안한 라이딩이 되겠다.



대부도에 진입하면 대부도공원이 나오는데 여기서 바닷가 국도를 타지 말고 메타세쿼이아 나무로 가로수를 심은 길로 접어들면 좋다.

차량 소통이 많지 않아 라이딩하기엔 제격인데 10년 이상 지나면 정말 멋진 길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급적 바다를 접한 코스를 달리는가 싶었는데 내륙 쪽 도로를 타고 달렸다.

단체로 달리는 코스라 미리 정해놓은 코스를 따라 달려야 한다.

탄도항에 들러 사진들 찍고 가는데 사진이고 뭐고 더워서 빨리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아마 여기부터 더위를 먹기 시작했을까?



50 먹은 바비인형이다. ㅎㅎ



이십 년은 된 것 같은데 대부도에 오프로더들 사이에 유명한 놀이터가 있었다.

퇴근만 하면 서울에서부터 차를 몰고 와서 밤새도록 신나게 놀곤 했었는데 이후로는 딱히 대부도를 찾을 일이 없어 모르고 지냈었는데 제부도까지 케이블카도 연결되어 있었다. ㅎ



제부도에 도착하니 라이더 절반 정도는 더위에 맛이 가고 있었다.

물통에 물을 담아 온몸에 뿌렸지만 효과는 미비하다.

그 정도로 더운 날씨에 이런 라이딩이라니...

제부도 풍경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더 대단해 보였다.

가족과 함께 놀러 온 아이에게 집이 좋으냐, 여기가 좋으냐 물었더니 당장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한다. ㅎ



제부도를 빠져나오는데 펑크 이슈도 있었고, 벌써 체력이 달려 쳐지기 시작한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역시 더위엔 장사 없다.

한 놈만 빼고. ㅋ



낙타등 코스를 빠져나와 시화교를 건너니 태양광발전용으로 설치된 그늘막이 길게 이어졌다.

햇빛만 가려줘도 천국이 따로 없더라.

여기까지 온 것도 대단한데 모두 더위를 먹어 헤롱거리고 있었다.

난 이번에도 역시 뒤처진 친구를 밀며 업힐을 오르느라 남들보다 몇 배의 체력을 더 썼으니...



라이딩 시, 이렇게 다리를 건너는 사진은 항상 멋지게 나오는 편이다.

몇 달 전 섬진강 라이딩 때 정말 기똥찬 사진을 몇 장 건졌다.

여기까지 오는 길은 그야말로 끝을 알 수 없는 시간의 공간이었다.

이젠 너무 익숙해져 버린 하남의 기나긴 길도 여기에 비할 바가 안 되는 것 같다.

아주 지루하기 그지없는 구간이다.



짜식이... 냄새나는 건 알아가지고... ㅎㅎ

내 다리가 맛있게 보였나?



친구들과 코다리찜에 소주 한잔하고 대리운전으로 돌아왔다.

더위 먹은 날 맥주보다 맛있는 건 없는 것 같다.

다시는 여름 대낮엔 라이딩을 하지 않겠노라며 다짐을 했건만 난 연달아 강원도 산들을 넘고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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