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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Sep 19. 2023

58. 가을, 여주-횡성 왕복 라이딩

2년 전에 다녀온 코스인데 이제야 후기를 남겨 본다.

그날의 기억이 얼마나 살아있을지 모르겠지만 사진을 보며 잠든 기억을 깨워 본다.

친구와 단둘이 다녀왔던 여주-횡성 간 코스는 벼가 익어가는 가을을 느끼며 달리기에 딱 좋은 코스였다.


차에 자전거를 싣고 여주까지 가서 라이딩을 시작했는데 역시 서울권을 벗어나니 한적함이 감동을 주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대개 여주에서 시작해 아라뱃길-부산 국토종주길 방향으로 달리기 일쑤인데 우리는 여주에서 횡성 쪽으로 목표를 잡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가본 적 없는 코스는 언제나 기대가 크다.

예상할 수 없는 변수도 많지만 그런 새로움이 라이딩의 또 다른 매력 아닌가 싶다.



이른 시간대의 여주 남한강변이 한산하다.

여름이 지났다고 하지만 볕은 강하다.

솜덩이 같은 구름들이 하늘 높이 뜬 걸 보니 가을은 가을인가 싶다.

엄청난 크기의 지네 한 마리를 발견하고 사진을 남겼다.



붐비는 서울시내 자전거도로를 타고 다니다 한적하고 상태가 좋은 자전거도로를 타면 편안한 승차감에 만족도가 높다.



강천섬을 관통해 나온 후 국도를 타고 한참을 달리면 이런 풍경을 만난다.

남한강과 섬강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섬강교 위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전에 이 길을 지나며 근처에서 캠핑을 해볼 생각을 했었지만 2년이 지난 시점에도 아직 뜻을 이루지 못했다.

올 가을엔 여기서 캠핑을 해볼 기회가 생길지 모르겠다.



섬강을 따라 횡성 방향으로 접어들면 사람 그림자도 볼 수 없을 정도로 한적한 자전거도로를 만나게 된다.

여기서 사람 구경 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다.

이상하게도 이 코스를 달리는 사람이 거의 없는 듯하다.



어디를 봐도 가을 가을하다.

벼는 고개를 숙인 채 나를 반긴다.

한참을 논만 쳐다보며 달렸는데 다시 섬강변을 만나는 구간이 나왔다.



통행량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목조 데크가 매우 지저분하다.

섬강 위로 뭉게구름이 투영되어 보였다.

가을의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라 여기서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이 구간에서 나름의 포토존인 셈이다.



얼마나 달렸을까?

코스모스가 보여 잠시 멈췄는데 강변에서 캠핑을 즐기고 있는 오프로더들이 보였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풍경이다.

노지캠핑이야말로 진정한 캠핑이지.

여긴 문막을 지나 간현관광지를 좀 지나서 만났던 곳 같다.



횡성 시내가 가까워지면서 공장, 비닐하우스 같은 시설물들이 운집해 있는 곳들이 눈에 띄었다.

구름도 가을 가을하다.

가을을 누리며 달리다 보니 횡성까지는 금세였다.




횡성 하면 유명한 횡성한우국밥 아닌가?

하지만 이번엔 해장국으로 대체, 아무튼 점심식사로 적격이었다.

여기도 30년 넘은 맛집인데... 이 식당은 소개하지 않았다. ㅎ

https://kko.to/ZAQ2vyoru4

대신 이걸로 대신하기로.

점심을 먹고 다시 여주로 돌아가는 길, 절반이나 남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라이딩이 즐겁다.



돌아오는 코스는 예전에 한번 달려본 적이 있는 코스를 선택했다.

그땐 서울에서 강릉으로 가는 길에 반대 방향으로 달렸었는데 거꾸로 달리니 왠지 어색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마침 국도 옆 개울이 맑아 몸을 식힐 겸 해서 발 담그고 가을의 산야를 감상하며 한참을 쉬었다.

이런 여유로움도 혼자 달릴 땐 절대 누리지 못한다.

친구와 함께라 잠시 쉬어가는 사치를 부려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릴 때 봤던 <플래툰>이라는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해 봤지만 역시 모델이 별로라...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과 초록이 깊은 나무들이 너무 예뻐서 사진을 남겼다.



와본 코스라 그런지 편안한 느낌이다.

초행길과 두 번째 길의 차이인가?

하천 위로 투영된 구름이 너무 예뻐서 페달질을 멈추고 말았다.



이번에도 카카오내비를 믿고 가다가 낭패를 봤다.

MTB가 아니면 갈 수 없는 길이라 한참을 되돌아 나왔다.



이놈의 가을, 참 징그럽게 짧다.

지난가을의 사진이지만 올 가을도 벌써 아쉽게 느껴진다.

가을을 누리는 게 뭐가 그리 어렵다고 집 밖으로 나서지 못하는 걸까?

당장이라도 튀어 나가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



드디어 여주보가 보이기 시작했다.

라이딩이 거의 끝나간다는 증거다.



여주보에서 멋진 구름과 남한강 모습을 몇 컷 남겼다.

이런 가을을 올해도 느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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