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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다 한다는 서울-부산 2박 3일 국토종주 1일차

서울에서 수안보까지

by 루파고

남들 다 한다는 국토종주!

난 무계획으로 시작했다.

그것도 8월의 무지막지한 더위에...



바로 이 녀석이 화근이었다.

3일 연휴를 앞두고 간단한 술자리에서 다들 어디 간다, 어디 간다 하기에 '난 뭐 하지?'라며 혼잣말을 했더니 좋아하는 자전거나 타라고...

그런데 갑자기 국토종주 네 글자가 머리에서 툭 튀어나왔다.

그래, 남들 다 한다는 국토종주!

나도 좀 해보자!


그렇게 해서 다음날 새벽 갑자기 시작한 게 2박 3일 라이딩이다.

첫날부터 협착증이 도져 허리가 끊어지는 고통을 인내하며 달린, 미친 라이딩이었다.


밤에 이것저것 용품들을 준비하고 보니 의외로 많다.

35리터 이상 되는 등산용 배낭들만 있어서 고민이었다.



너무 자주 다닌 구간이라 여기까진 사진 한 장 촬영하지 않고 30km/h 정도를 유지하며 달렸다.

양평에 들어서니 이제 국토종주 시작한 느낌이 들었다.

이른 시간이라 사람도 없고 좋다.

여기까진 달릴 만했는데...

이젠 더위와의 싸움이다.



자주 다닌 구간에서는 사진 촬영을 거의 하지 않았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국토종주 기록을 남길 생각 같은 건 없었다.


여주의 비상활주로.

처음 갔을 땐 신비감이 들었을 정도로 이색적인 곳이었는데 이젠 느낌이 싸하다.



사람이 없으니 왠지 쓸쓸해 보이는 강천보.

여길 건너면 본격적인 국토종주 느낌이 들 것 같았다.



여주 강천섬.

예전엔 캠핑의 성지였는데 이제는 전면 금지됐다.



섬강교다.

여기서 북쪽으로 가면 홍천이고 남쪽으로 가면 국토종주길.

전날까지 비가 많이 와서 남한강이 많이 불었다.

여기 뷰가 꽤 좋았었는데 날이 흐려 우중충.



뜨헉!

폭우에 토사가 밀렸는지 나무가 쓰러졌다.

국토종주 중인 한 가족이 여기서 오도 가도 못하고 있었다.

난 맵을 열어 우회로를 찾았지만 역시 국도를 타고 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국도를 타고 산 하나를 넘어 다시 남한강길.

고맙게도 구름이 잔뜩이라 무더위는 피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8월인지라 더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사실 첫날은 천국이었다. ㅎㅎ



이런 길은 로드로 타기 애매한데...

이것도 사실 감사한 일이었다는...

비내섬 부근을 지날 무렵, 구름이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 때문에 펑크.

길이 물에 잠겨 보이지 않는 턱에 충격을 받아서 펑크가 나고 말았다.

벌써부터 이러면 안 되는데...

예비 튜브를 하나밖에 안 가져왔는데...

비를 철철 맞으며 튜브를 갈고 혹시 모를 펑크를 대비해 타이어 안쪽을 몇 번이나 살폈다.

뭔가 박힌 건 없어서 다행.

CO2를 충전하면서 얼마나 걱정이 되던지...


비를 철철 맞으며 충주에 도착하자마자 자전거샵을 찾아 싸구려 튜브 2개 구입.

시골이라 그런지 좋은 제품은 없었다.

그것도 감지덕지...

예비 튜브를 두 개나 확보했지만 걱정은 해소되지 않았다.



이제 진짜 무더위와의 한판승부!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협착증이 도진 거다.

오른쪽 다리가 심하게 저리기 시작했고...

라이딩 자체가 고통스러웠다.

과연 부산까지 갈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그렇게 달리고 달려 팔봉산을 지나 수안보까지 땡볕이 시작됐다.

허리가 끊어지는 고통이 이어졌다.

이런저런 자세로 라이딩 스타일을 바꾸며 통증이 덜 느껴지는 자세를 찾았다.

댄싱을 하니 고통이 줄었다.

결국 나머지 50km 구간은 거의 풀댄싱으로 달렸다.

허벅지가 터질 지경이었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수안보.

하마터면 숙소를 구하지 못할 뻔했다.

가뜩이나 연휴이고 수안보가 아무리 퇴색했기로서니 너무 준비를 안 했던 게 문제였다.

수안보를 탈탈 털어 간신히 숙소를 잡았는데 다행히 국토종주 성지였다는...


자전거 보관함도 있고, 자전거를 숙소에 들일 수도 있다.

게다가 자전거를 수리할 수 있는 공간과 공구들을 제공하고 있었다.


숙소명은 <사이판 모텔>

꼭 예약하고 가시길...




https://brunch.co.kr/@northalps/2962

식사는 여기서.

황당하게 찾은 곳이지만 정말 맛있는 수육국밥이었다.

라이딩 중 단백질 보충으로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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