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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Oct 16. 2023

168.맛있는 반찬, 인심 좋은 구로 고척돌구이 생삽겹

지난번 방문 때는 미처 생각지도 못한 상태로 이 식당을 만나서 사진을 촬영할 수 없었다.

고척동에 사는 지인이 데려간 곳이라 그냥 동네 잘 아는 식당인가 싶어서 아무런 마음의 준비가 없었던 거다.

그런데 두어 달 후 다시 이 식당을 방문하게 됐고 작정을 하고 촬영을 했다.

또 고질적인 습관이 나오는 걸 본 사람들은 혀를 끌끌 찼다.

나의 맛집 탐방에 대한 고집스러운 집착을 두고 대체 왜 돈도 안 되는 그런 귀찮음을 감당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거다.

맛집 관련된 글이 누적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은근히 욕심이 생기긴 했다.

게시물 수가 늘어나면서 100개만 채울까 싶었고 100개가 넘으니 1,000개를 채울 새로운 욕심이 생긴 거다.


아무튼 구로구 고척동 동네 골목 안에 반찬 맛있고 인심 좋은 삼겹살 돌구이 식당을 만난 후로 가끔 기름기 쫙 빠진 삼겹살이 그리울 것 같다.

멀지만 않다면 자주 가겠건만...



두 번 모두 생삽겹을 먹고 왔는데 두 번 다 맘에 쏙 드는 식당이다.

요즘 삼겹살 가격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100g에 7,000원인 셈이니 비싼 건 아닌 것 같다.



십수 년은 넘었을 허름한 식당 인테리어도 그렇고, 멜라닌 코닝이 되었을 테이블 시트가 닳아 없질 정도로 오래된 테이블 화구 위에 시커먼 돌판이 올려졌다.

이 돌판도 꽤 역사가 깊었는지 수백 마리 분량의 돼지고기를 구워냈을 내공이 느껴졌다.



세 명이 생삽겹 3인분을 주문했다.

깜빡하고 사진을 놓쳤는데 밥을 볶을 생각으로 1인분을 추가해서 이것저것 남은 반찬 잘게 잘라 볶음밥도 만들었다.

그 사진이 안타깝다. ^^

한눈에 봐도 고기 육질이 좋아 보였다.

굽지 않아도 알 만한 생삼겹살이다.

 


여기 반찬은 모두 사장님이 직접 만드신다고 하는데 나중에 여자 사장님(?)이 오셔서 자초지종을 물으니 남편의 솜씨라고 한다.

연세도 지긋하신 분들인데 참 정도 많고 즐겁게 식당을 운영하시는 듯했다.

건물도 자가 소유이신 듯했는데 아마도 임대료 리스크 같은 걸 느끼지 못하시기에 이런 여유가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걱정이 되는 건, 또 다음 메인에 이 게시물이 뜨는 순간 동네 사람들에겐 욕을 먹을 각오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줄을 서면 큰일이긴 한데... 난 기껏 해야 일 년에 두세 번이나 가겠냐는 고약한 심보다. ㅎㅎ



작은 테이블이 아님에도 그릇 놓기가 애매하다.

반찬은 추가로 부탁드려도 전혀 불편한 내색이 없다.

양념을 아끼지 않은 반찬 하나하나 전부 맛있다.

불판 하단에 고사리와 김치 그리고 콩나물무침을 굽는다.

이번에는 콩나물은 건너뛰기로 했다.

요즘 귀찮아서 쌈을 잘 안 싸서 먹는 편이었는데 여기선 비켜갈 수 없다.

쌈의 유혹이 강하다.

요즘 공깃밥도 2천 원씩 받는 식당도 허다하던데 여긴 아직 기존 가격을 고수하고 있다.

그리고 꾹꾹 눌러 넣은 쌀밥이 공기 한가득이다.



드디어 삼겹살이 익기 시작했다.

큼지막한 삼겹살이 노릇노릇 익으며 기화된 뒤지기름이 코를 자극했다.

돼지기름 먹은 고사리와 직접 담은 김치도 맛깔스럽다.



이 자태~ 어쩜 좋나...

그리고 커다란 뚝배기에 가득 담긴 시래기된장국도 일품이다.

일 년 넘게 부산에서 지내며 나름 맛 좋다는 시락국을 맛보며 다녔는데 구척돌구이에서 맛본 시래기된장국은 어디 가도 명함 내밀 만하다.



여기서부터는 거의 사진이 없다.

정말 먹기 바빴다는...

두 번째 만남인데 처음 만난 느낌이랄까?

고기도 맛있지만 정말 손맛 좋은 남자 사장님의 요리 솜씨가 일품이다.



난 맛집을 다니면서 쌈장을 직접 만드는 식당을 선호하는 편이다.

음식은 장맛이라는 말도 있는데 고기류에 직접 만든 쌈장 이상의 만족이 없다.

아무튼 고척돌구이, 이 식당은 어느 하나 흠잡을 게 없는 식당이었던 것 같다.


다시 상경했으니 이제 서울, 경기 맛집을 다시 섭렵하러 다닐 생각이다.

새로운 식당 많이 발굴해야지?

빗맞아도 30년 시리즈도 한 달 이상 방치시켜 놨더니 내 브런치에 애잔함이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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