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B로 올레길 종주하기
3-A, 3-B코스

온평리 포구에서 표선까지

by 루파고

MTB로 올레길을 종주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지 벌써 한 달은 넘은 것 같다.

언제 3코스를 달릴 수 있을지 기약이 없었는데 마침 제주에서 워크숍이 있어 핑계 삼아 며칠 더 머물며 올레길 라이딩을 하기로 작정했다.

하지만 내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것이 있었다.

그놈의 낚시......

이번에는 종달리 전망대에서 학꽁치 낚시에 이틀을 허비했다.

일요일 오전, 드디어 올레길 3코스를 돌기로 했다.

3코스는 A코스와 B코스가 있다.

A코스는 두 개의 오름을 넘는 내륙 코스가 많고 B코스는 환상자전거길과 중복되는 구간이 많다.

전반적으로 A코스와 B코스는 중복이 많다.

나는 차를 온평리에 세워 두고 3-A코스를 달려 표선에 도착한 후 3-B코스로 돌아오기로 했다.

환상자전거길은 세 번이나 종주했기 때문에 그다지 감흥이 없어 올레길을 시작한 것이라 가급적 환상자전거길은 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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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평리 포구에서 3-A코스로 접어들면 이런 시멘트 포장도로가 나온다.

2코스에 비해 3코스는 단조로운 편이지만 3-A코스는 농로와 산길을 달리기 때문에 제주의 오랜 풍경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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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도로를 관통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 생각 없이 다니다 보면 길을 잘못 들 수가 있다.

심지어는 다른 올레꾼들이 잘못 들어선 길을 따라갈 수도 있다.

올레길 다닐 땐 띠를 잘 보며 다니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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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돌담길은 언제 봐도 운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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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귤 수확철이라 온 동네가 귤밭이다.

조생귤은 벌써 수확이 끝났다.

품종이 따라 수확 시기가 달라 가지가 부러질 정도로 귤이 달린 나무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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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밭을 지나 약간 경사진 길을 오르는데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길을 만났다.

라이딩하며 한 손으로 촬영하느라 예쁜 사진을 얻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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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산리에 이런 게 있는지 여태 몰랐다.

사당터라고 하는데 사당나무도 있었다.

밤에 오면 으스스한 느낌이 들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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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 창고다.

한때 제주에서 창고를 개조한 카페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큰 길가에서는 보기 힘든 창고들이 올레길 주변에 많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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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오름 입구에 이런 곳이 있다.

가족묘 같은데 상당히 잘 관리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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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오름을 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다가 겨우 십 미터도 못 가서 하차.

경사가 장난 아니다.

밀바로 통오름을 오르기 시작했다.

다행히 높은 오름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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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오름>
오름 전사면이 완만한 기복을 이루면서 둥글고 낮은 5개의 봉우리가 화구를 에워싸고 있다.
깊게 패어 있는 화구는 거의 원형 분화구의 형태를 띠고 있으나,
서쪽으로 좁은 골짜기를 이루며 용암유출수로가 형성되어 말굽형 화구를 이루고 있다.
동쪽 사면 일부에는 해송림을 이루고 있고, 그 외 사면은 새와 억새 또는 풀밭으로 되어 있고,
화구 안에는 조림된 삼나무를 경계로 농경지가 조성되어 있다.
화구 사면에는 묘들과 그 사이에 왕벚나무가 심어져 있다.
산 모양이 물통, 밥통 같은 통처럼 움푹 패인 형태라고 하여 통오름이라 부른다고 한다.
-비짓제주 사이트-

https://www.visitjeju.net/kr/detail/view?contentsid=CONT_00000000050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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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부근에 오르니 멋진 돌담이 보였다.

안쪽을 보니 역시나 묘를 에워싼 돌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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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오름 다운힐을 MTB로 조심스럽게 내려와 보니 통오름 산책로 안내판이 보였다.

높이는 142.1m으로 역시 낮은 오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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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륙도로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자전거도로가 보였다.

이 길을 따라 조금 가다 길을 건너 독자봉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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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봉은 독산, 망오름, 오음사지악이라는 세 개의 다른 이름이 있다고 한다.

높이는 159m로 통오름보다는 약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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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봉을 오르는 길 역시 자전거로는 무리였다.

업힐은 없는 거다. ^^

그냥 밀바로 올라가는데 그것도 쉽지 않다.

올라가는 길에 예쁜 들꽃을 만났다.

고사리 낙엽일까?

가을가을한 분위기가 독자봉의 매력을 더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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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봉 전망대에 올랐는데 멀리 신산리 바닷가는 흐릿하게 보였다.

날씨가 애매한 날이다.

가끔씩 빗방울이 툭툭 떨어져 고글에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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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로 에너지를 채우고 다시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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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내려가는 길은 다운힐에 매우 적합했다.

소나무 사이로 우두두두 바퀴를 튕기며 다운힐.

소리를 지르며 내려가고픈 생각이 들었지만 마침 앞쪽에 올레족이 보여 꾸욱 눌러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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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게 다운힐을 즐기며 내려온 곳은 원점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분명히 반대쪽으로 내려왔는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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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봐도 이해할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옆으로 난 길로 라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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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한적한 시골길을 마구 달리는 기분도 쏠쏠하다.

다행히 다시 올레길을 만나는 곳까지는 쭉 다운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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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공도를 만난 곳.

마침 길을 가로질러 가는 올레족을 보았고 그쪽으로 달려가는데 느낌이 불안해서 자전거를 세우고 스마트폰 지도를 열었다.

아니나 다를까, 올레꾼 두 명이 뒤돌아 서는 것이 아닌가?
그들도 길을 잘못 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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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도를 달려 내려간다.

아! 반팔?

11월 3일인데 반팔로 라이딩을 하느냐고?

하나도 춥지 않았다.

요즘 잘 먹고 돌아다녀서 그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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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갑 갤러리 두모아.

이런 곳이 있더라는......

다음에 시간 내서 한번 다녀와야겠다.

올레길 중간중간에 이런 게 많으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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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농로로 접어드니 넓은 밭에 경작되고 있는 농산물들이 파랗게 보였다.

육지 같으면 벌써 겨울을 준비하고 있을 계절이다.

강원도는 벌써 겨울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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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천 하나를 지났다.

온갖 생활쓰레기와 농사 쓰레기가 마구 널려 있었다.

청정 제주와는 대립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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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일주도로를 만났다.

이제부터는 환상자전거길과 많이 겹친다.

너무 자주 다닌 길이라 감흥이 없다.

내가 MTB로 올레길을 종주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 이유가 이런 단조로움을 해소하기 위함이었는데 기대 같은 게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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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수를 키우는 농장을 지나 신천목장 쪽으로 가는 길이다.

신천목장과 신풍목장은 드라마나 영화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제주에서 흔치 않은 풍경을 자랑하는 목장이다.

가시리 쪽 대규모 목장과는 달리 바다를 낀 곳이라 웨딩촬영도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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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올레꾼들을 만났다.

여기서부터 남원까지는 양어장, 양식장이 많다.

제주에서 가장 볼 것 없는 구간이기도 하다.

중간에 표선 빼고는 유명한 관광지도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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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도 그다지 예쁘지 않다.

어쩌면 양어장과 양식장이 이 근방에 자리 잡은 이유인지도 모른다.

관광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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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목장을 파노라마 뷰로 촬영해 봤다.

날씨가 맑지 않아 파란 하늘이 돋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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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목장의 돌담과 앞바다를 촬영하고 신풍목장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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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풍목장으로 들어서니 관광객이 제법 보였다.

뷰는 아무래도 신풍목장이 좀 더 낫다.

바닷가에서 도시락을 즐기는 올레꾼도 보였다.

마침 웨딩촬영을 온 예비부부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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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팔각정은 여행자에게 너무 좋은 쉼터다.

저런 곳에 앉아 여유를 즐겨보는 것도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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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이 이 곳을 뭐라고 하던데 기억나지는 않지만 뭔가 의미가 있었다.

물이 많이 차면 잠수교가 된다고 한다.

낚시도 잘 되는지 사람들에 제법 보였고 마침 3짜 이상 되는 벵에돔을 낚아 올리는 모습도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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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표선 건너편 해변이다.

내지인들에게 인기 있는 해변인데 여름에 가보면 왜 그런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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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선해수욕장을 파노라마로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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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 자전거를 밀고 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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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밀고 표선 모래사장을 걸어서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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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선해수욕장 공원길을 따라 길을 가다 보면 드디어 3코스의 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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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3-A코스의 끝이다.

가민을 멈춰 코스를 저장하고 코스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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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돌아가는 게 일이다. ^^

올 땐 뒷바람을 맞으며 와서 제법 편하게 왔는데 이젠 맞바람을 맞아야 한다.

돌아가는 코스를 머릿속에서 굴려 보았다.

우선 표선해수욕장은 피해 가기로 했다.

어쩔 수 없이 가야만 하는 길은 가겠지만 의미가 없는 길은 머릿속에서 지우기로 했다.

지도를 머리에서 그린 후 다시 페달을 밟았다.

3-B코스가 없더라도 어차피 차까지 돌아가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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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코스는 역시 맞바람으로 자전거 속도가 줄었다.

가는 길에 낚시가 잘 된다는 포인트도 하나 눈도장 찍었다.

여기는 무늬오징어도 잘 잡히는 명물 포인트라고 들었다.

다음에 시간 내서 낚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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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신풍목장길로 접어들었다.

그새 관광객은 새로운 사람들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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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풍목장 앞 기암괴석.

갈 때 보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형태였다.

가끔 뒤를 돌아볼 필요도 있겠구나 싶었다.

게다가 이 길은 열 번도 넘게 지나갔었는데 왜 이 바위게 이렇게 새롭게 보였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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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제주를 다니면서 '테우'의 뜻을 몰랐다.

게다가 이 길을 그렇게 다니면서도 이걸 놓치고 다녔다니.


다음 사전에는 <테우>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한국선박사의 원형으로 간주되는 중요한 민속유물이다. 테우는 뗏목을 가리키는 제주도 방언으로 통나무 10여 개를 나란히 엮어서 만든다. 배가 매우 원시적이면서도 최근까지 사용되고 있는 것은 이 배의 조립기능과 조작이 간편하기 때문이다.
즉 통나무를 나란히 엮어놓기만 하면 되므로 조선과정이 단순하고, 선체가 수면에 밀착되기 때문에 풍파에도 엎어지지 않고 안전하다. 또한 해초 따위를 바로 건져내어 적재하기에 편리하며, 파선될 우려도 거의 없다. 그러나 이 배는 어부들이 노를 젓는 힘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고기잡이 도중에 태풍이 예상되어도 황급히 대피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본래 테우는 한라산에서 캐어 온 구상나무로 만들었다.
요즈음은 구상나무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인공으로 심어 키운 숙대낭을 주재료로 한다. 표준형인 테우 구조는 길이가 약 5m, 너비가 2m가량 되는 형태이다. 구조는 10여 개의 나무토막을 평탄하게 놓고 기다란 목전을 가지고 앞뒤의 두 자리에서 꿰뚫어 결착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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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A코스와는 조금 다른 구간이다.

3-B코스는 거의 환상자전거길에 준한다.

온평리에 거의 다달으면 내륙으로 조금 이탈했다 다시 합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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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자전거길이 이어진다.

주말에는 차량 소통은 거의 없다.

주중에는 수산물 운송차량들이 많이 다니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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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산리 바닷가에 그래도 나름 고급지게 건축되는 타운하우스가 있었다.

저번에는 공사하는 것을 봤는데 벌써 분양 중이더라는.

옆에 현장 하나가 더 보였다.

빨리 공사를 마무리해서 흉물스러운 가림막을 치워주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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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평환해장성을 만나 조금만 더 가면 왼쪽 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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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양식장이 아니었을까 싶은 엄청난 규모의 공터가 보였다.

이런 곳에다 뭔가 의미 있는 것을 조성하면 좋겠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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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완전 숲길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내려서 끌고 가다를 반복하다가 나중에는 숲길에 빽빽하게 조성된 나뭇가지 사이로 핸들을 피하며 밀어야만 했다.

어찌 이런 데다 길을 다 냈을까 싶기도 했다.

억지로 조성한 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딱히 볼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숲이 대단히 가슴 뛰게 하는 곳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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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중간쯤에 누군가 벗어 둔 반바지와 팬티...

이런데 왜 이런 게 있는 걸까? ㅋ

숲을 빠져나와 자전거를 세우고 한 컷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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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도로를 가로질러 온평환해장성길로 접어들었다.

돌길을 자전거로 가다가 이내 내리고 말았다.

생명에 위협을. ㅎㅎ

이제 코스는 거의 끝무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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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온평포구다.

이렇게 올레길 3-A, 3-B코스를 마무리했다.

거의 3시간 정도 걸린 듯.

집에 가서 점심 먹고 오후에는 벵에돔 낚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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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을 다니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한국인은 인사에 인색하다.

지난번 2코스에서 마주친 다른 올레꾼이 내게 인사했을 때 미처 대응하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쉬웠던 나는 이번 코스에서 먼저 인사를 했지만 대부분 무뚝뚝한 표정으로 길을 걸었다.

세상 고민은 다 떠안은 사람들처럼 말이다.

올레길을 찾은 이유는 각기 다르겠기에 인사를 나누는 데 인색하다 핀잔을 줄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올레길을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어떤 이유로 올레길을 걷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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