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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Nov 23. 2023

가방의 정체

내일은 몇 달 만에 제주도 집에 가게 됐다.

거의 매주 다니던 제주행 비행기 티켓 끊는 게 왜 그렇게 어색한지 모른다.

집에 가면 옷가지부터 내 생필품(?)들이 다 있기 때문에 짐이 간소한 편인데 이번엔 엄마 갖다 드릴 게 좀 있어서 짐 싸는 게 고민됐다.

십 년 전만 해도 내가 가진 배낭은 열 개가 넘었다.

용량 별로 배낭만 즐비했던 게 맞다.

그런데 오늘 보니 등산용 배낭은 달랑 하나이고 나머지는 내가 그토록 비효율적이라 생각했던 것들이다.

그나마 아크테릭스에서 만든 정체 모를 가방 하나가 등산용품의 맥을 잇는 제품이긴 하다.

43리터 되는 가방에 뭐라도 채워보려는데 아무리 넣어도 넣을 게 없다.

제주에서 올라오는 길엔 뭘 얼마나 채워서 오려나...

딱 당근철이라 죄다 택배로 보내고 말겠지만 엄마는 또 뭔가를 챙겨줄 거다.

뭔가 바라고 가는 것도 아닌데 제주에 가면 항상 뭐라도 풍족함이 있으니 그게 제주 아니라도 시골에 가는 즐거움 아닌가 싶다.


어젠 이제 수능 끝내고 한시름 놓은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었는데 다들 우리 엄마표 고사리 타령이다.

2024년 봄엔 작정하고 고사리 꺾으러 가야겠다.

내가 아는 제주도와 관광객들이 아는 제주도는 달라도 너무 달라. ㅎㅎ


암튼 집에 가는 길은 항상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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