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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Nov 16. 2023

산이 불러도 가지 못하는 이유

산이 고프지만 채울 수 없다

6년 정도 돌아이처럼 로드자전거에 미쳐 있었다.

척추측만증이 있어 시작한 운동이 취미가 됐고 올인해 버린 거다.

그러다 <로드바이크>라는 제목으로 소설 두 편을 썼고 운이 좋아 베스트셀러 딱지도 붙여봤다.

어쩌다 MTB에 꽂혔고 그 바닥 사람들이 '산뽕 맞았다'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산의 매력에 다시 빠지고 말았다.

한창 산에 다니던 시절에 비해 25kg 넘게 살이 불었다가 자전거를 타며 13kg를 줄였다.

벽에 매달릴 상황은 아닌지라 동네 뒷산으로 운동 삼아 다니기 시작했다.

다시 큰 산으로 마음을 돌리고 있는데 벽을 타는 게 아니라 하더라도 산에 가려고 했더니 장비가 없었다.

풀팩으로 두 세트는 족히 되던 나의 등산장비는 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스쿠바다이빙 장비도, 스노보드 장비도, 패러글라이딩 장비 그리고 아무 때나 떠날 수 있을 때면 배낭 달랑 매고 떠날 수 있어야 할 등산장비 마저 모두 누군가 줘버린 기억만 났다.


당시 좋아하는 후배들에게 줬음이 분명한데 누구에게 뭘 주었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장비가 썩히느후배들이 쓰는 게 좋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이제 남은 등산장비는 오래전 제주도에 갖다 놨는데 다시 들고 올라와야겠다.

또 꾸역꾸역 장비를 모으게 되겠지만 또 역시나 누군가의 손에 들려 나를 떠나게 되리라.


겨울을 앞둔 짙은 가을이라 그런가?

산이 더욱 그립다.

동네 뒷산에 만족해야 하나...

다시 산에 다니면 등산 관련 소설이라도 한 편 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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