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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Nov 29. 2019

카페?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쉬워 보이는 사업일수록 변수가 많다

어디선가 이걸 본 적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거짓말이다.

이 도표는 잠시 커피 관련업에 종사하며 유통구조에 대해 파고들다 머릿속에 정리된 것을 도표로 만든 것이다.

물론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내용일 수 있다.

게다가 판매 가격과 사용하는 원두의 종류도 다르기 때문에 이 수치가 일반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아무튼 이건 샘플 하나를 두고 만든 것이라 아무 데나 적용한다고 해서 맞지 않는다.


가끔 기사를 보면 카페가 어마어마한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나오는데 현실은 어떨까?

이제부터 심층 해부 들어간다.

진정 폭리라면 카페는 엄청난 수익을 남겨야 할 텐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내가 만든 도표에도 커피농장에서부터 카페 손님까지 가는데 200배나 되는 가격차이가 있다고 쓰여 있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커피만 가지고 논한 것이다.

그렇다고 중간의 유통과정을 다 버릴 수 있을까?

다국적 기업을 통해 중간 상인들의 불필요한 유통과정을 줄이는 공정무역 커피라는 것도 있지만 그것도 시장에 진입하고 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다.

정말 노동을 착취당하는 현지 노동자들에게 수익이 돌아가는지는 누구도 모른다.

선의의 소비자는 그저 그러기를 바라는 마음에 믿고 구입할 뿐이다.


나는 커피농장에서 커피를 수확하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한 후에야 우리가 마시는 커피가 절대 비싼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걸 본 후에 공정무역이라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보기는 했지만 진정 현실적인지는 확언할 수 없다.

커피나무에서 커피콩을 따서 수확하고 등짐을 져 나르고 씻고 까서 말리고 선별하는 모든 과정이 모두 사람의 손을 거쳐야만 한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라오스 커피농장 답사기를 보면 된다.

https://brunch.co.kr/magazine/outboundtour


직접 보지 않으면 얼마나 많은 노동력의 결실인지 알 수 없다.

특히 최종 단계라고 할 수 있는 핸드 픽(결점두를 찾아내는 작업) 과정을 거쳐야만 출하가 시작된다.

핸드 픽이 어느 정도로 꼼꼼하냐에 따라 커피 가격이 좌지우지된다.

그래서 현지에서는 인력 수급힘들어한다.

심지어는 고된 노동 때문에 농장에서 도망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할 정도니까.


산지에서 직거래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물량은 우리나라의 농협 같은 기관이 수매해 수출길에 오르게 된다.

여기서 자금력을 바탕으로 경매, 유통 등의 업무를 보는 상인들이 있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 이 단계에서 가격이 큰 폭으로 요동치게 된다.

심지어는 물량을 쥐락펴락 하는 부류도 있다.

중개무역 만으로 이윤을 붙이고 정부에서도 세금을 붙인다.

그렇게 하여 수출이 된다 한들 수입국에서 관세가 붙고 현지 1차, 2차, 3차 도매업체들의 이윤이 붙으니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유통 과정이 커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니 이것을 가지고 폭리니 잘못된 관행이니 하며 따질 수는 없다.

우리 모두 그런 돈의 생태계 안에서 먹고살고 있으니까.

아니라고 말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내로남불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끝이 나면 얼마나 좋을까?

생두로 수입된 커피는 유통과정을 거쳐 로스팅을 해야 우리가 마시는 커피의 원두가 된다.

규모에 따라 1차 유통사에서 직접 로스팅을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만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대개 2차, 3차 유통사를 거친 뒤 로스팅 업체를 거치게 되는데 로스팅 비용도 만만치 않다.


역으로 분석을 시도해 보자.

모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200g짜리 케냐 AA 커피의 소비자 가격이 28,000원에 판매한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약 15,000~20,000원에 판매한다.

1kg을 기준으로 하면 최소 75,000원이다.

생두 상태나 등급에 따라 차이가 많지만 생두 1kg에 약 15,000원이라고 하자.

이것 역시 마찬가지지만 생두 상태에 따라 로스팅 시 loss 율이 10~20%로 차이가 난다.

계산 편하게 생두 1.2kg이 있어야 원두 1kg이 나오는 구조다.

로스팅은 공짜가 아니니까 로스팅 비용을 1kg 당 10,000원이라고 보자.

물론 로스팅도 천차만별이다.

봉투 가격에 아로마 밸브 달고 계량하여 담는 과정이 인력이거나 전자동으로 진행되는데 시설비 생각하면 그것도 모두 돈이다.

일반 카페에서 사용하는 원두커피 1kg의 원가는 약 28,000원이라고 생각하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자.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tall 사이즈 한 잔 내리는데 들어가는 원두커피의 양은 대략 18g이다.

1kg에 55잔 나온다는 공식이 나오지만 자동머신이 아닌 이상 여기서도 loss가 상당하다.

하지만 그건 무시하고 평균 50잔 나온다고 치자.

28,000원을 50잔으로 나누면 한 잔에 560원이다.

여기에 컵 200원을 포함하여 잡다한 소모품들 합하면 거의 900원에 육박한다.


이제부터가 아주 심각한 분석이 필요하다.

나는 카페의 수익구조가 철저하게 333 구조라고 생각했었다.

임대료 3 : 인건비 3 : 원가 3 그리고 나머지가 수익이다.

음료나 다른 메뉴들은 마진율이 각각이다.

카페에서 마진이 가장 좋은 건 어찌 됐건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다.

이렇게 따지면 커피 가격이 3,000원이면 적당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임대료는 3이 넘고 인건비도 3이 넘고 원가도 3이 넘어가기 시작했다.

임대료는 줄여주지 않으니 포기하고 최저임금은 오르니 어쩔 방법이 없고 원가는 그야말로 대책이 없으니 제 살 깎아먹고 있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커피 가격을 올리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커피 한 잔에 4,000원 받으면 해결이 될까?


서울을 기준으로 보통 대로변 1층에 30평 수준의 매장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될까?

원금 같은 건 투자라고 생각하고 신경 쓰지 말고 넘어가자.

물론 망하면 날아가는 거니까 가슴이 떨리긴 한다.

다각도로 고민했었는데 해결 방법을 찾고 나니 회사에 돈이 마르고 없었다.


가끔 말도 안되는 공식으로 커피가격을 운운하는 기자들이 있는데 실상을 알고나 기사를 쓰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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