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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an 08. 2022

커피와 맛

어제 오랜만에 커피와 관련된 생각을 잠시 할 계기가 있었다.

세계 3대 커피인 블루마운틴을 맛본 분께서 로스팅이 잘못됐다고 했더라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커피는 그야말로 기호식품이다.

아무리 비싸고 유명한 커피도 내 입에 맞지 않으면 맛있는 커피가 아닌 거다.

게다가 로스팅 방법에 따라 미세한 차이도 있다.

어떤 기계로 굽는가, 어떤 환경에 굽는가, 얼마나 굽는가 하는 등의 조건이 달라지면 맛은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도 정말 다양한 커피를 상당 기간 즐겨  사람이 아니라면 일일이 맞춰낼 수도 없다.

커피 전문가들은 로스팅된 원두를 씹어 맛을 분간하기도 한다.

난 원치 않게 블라인드 테스트를 여러 번 당했었는데 단 한 번도 내 입에 신뢰한 적이 없다.

자신이 없어서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커피 감별사들이 어떻게 좋은 커피를 찾아내 선별하고 점수를 매기는지 자주 봤을 테지만 우습게도 그들 정도의 내공을 가지려면 어지간한 노력으론 어림도 없다.

커피를 좀 안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절대적인 맛은 없다고 말이다.

같은 로스터에서 구워진 커피도 어떻게 보관됐는지, 물 온도, 분쇄도, 필터, 물 종류 등의 조건이 수반되어 어떻게 내렸는지에 따라 맛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공간 같은 위치에서 같은 사람이 로스팅을 한다 하더라도 비 오는 날, 맑은 날 다르고, 여름과 겨울이 다르다.

이건 로스팅을 하는 분들에겐 상식적인 일이다.

내가 커피 전문가는 아니지만 좀 우스운 얘기를 하나 곁들이자면 자격증 취득을 위한 목적에 불과한 교육 과정의 문제겠지만 국내 바리스타 중 제대로 로스팅을 배운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더군다나 생두 1kg에 십만 원이 넘는 고급 커피를 구워본 사람은 극히 드문 것도 사실이다.

참고로 난 쓴 맛을 싫어해 일주일에서 보름 정도 가스를 뺀 후 마시는 편인데 이런 숙성의 과정을 중요시하는 사람도 있고 바로 구워 채프도 떨어지지 않은 커피를 신선하다면 즐기는 사람도 있다.

뭐가 정답이라곤 말할 수 없다.

이러나저러나 커피는 자기 취향이기 때문이다.




웃긴 일이 있었다. 역시 같은 커피인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이며 등급은 1등급이고 국내에선 구하기도 힘든 피베리를 생두 채로 선물한 적이 있었는데 선물을 받아 나름 유명한 로스터에게 부탁해 로스팅을 한 후 직접 로스팅을 한 사람에게서 이건 블루마운틴이 아닌 것 같다는 평을 받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전제를 깔며 진짜 블루마운틴을 준 게 맞는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공정무역이나 소규모 농장에서 사 온 것도 아니고 정부 매수 물량을 공식적으로 수입한 수입 송장까지 꺼내 보여줬는데 그걸 본들 알 수나 있었을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정리하자면, 내가 아는 지식의 함정에 스스로 빠져드는 우매한 판단은 금물이다.

나 역시 아직 성숙하지 못해 고개가 뻣뻣한 수준이지만 언젠가 고개를 숙일 날이 오긴 할 거란 희망을 가져본다.

이번에 <가루 전쟁>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커피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가 있어 참고 삼아 올려본다.

- 비엔나에는 비엔나커피가 없다

아메리카노의 원조가 이태리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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