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한 번 못 해본 사람이 러브스토리를 쓸 수 있을까?
사업 한 본 안 해본 사람이 기업사냥에 관한 비즈니스를 논할 수 있을까?
세계여행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세계를 무대로 한 글을 써낼 수 있을까?
글쓰기는 독서량에 비례한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경험과 독서는 직접과 간접의 차이가 있다.
독서는 작가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습득하는 것이다.
문제는 독자는 작가의 생각이나 지식 등을 전부 얻을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주 미묘하고 세세한 부분까지 글로 옮긴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생생하게 옮겼다 하더라도 그건 작가의 시각에 의해 펼쳐진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각기 생각이 다르고 목적한 바가 다르다.
그건 영상이나 사진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이 시선의 방향에 대한 것이었다면 깊이에 대한 부분도 짚어봐야겠다.
이젠 다녀온 사람이 너무 많아 차고 넘친다는 북경을 놓고 보자.
여행사가 만든 패키지 상품으로 5박 6일 다녀온 사람과 배낭을 메고 한 달을 다녀온 사람과 주재원으로 1년을 살다 온 사람이 본 북경은 어떨까?
패키지여행을 다녀온 사람이 본 북경은 관광안내서나 인터넷 가이드북에서 보는 것과 딱히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매체가 보여주려는 의도보다는 좀 더 증폭된 시야가 보장되어 있다는 것이 다를 것이다.
한 달간 북경 시내를 구석구석 다녀본 여행자가 본 북경은 패키지 여행자들이 절대 경험할 수 없었던 다양한 명소들을 둘러보았을 것이다.
여행자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관광지보다 실제 중국인들의 포장되지 않은 삶 속으로 들어가 보려 노력했을 수도 있다.
중국인들이 다니는 식당, 주점, 교통수단, 골목 어귀를 쏘다니며 일상을 체험해 보았을 수도 있다.
심지어는 외국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중국인 가정식 식사를 맛보았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중국 주재원으로 중국인들과 부대끼며 살았을 사람은 어땠을까?
그도 중국인 만큼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문화, 경제, 정치, 사회 등 다양한 이슈들을 접하며 중국인들의 사상과 이념마저 이해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북경은 너무 넓으니 명소 한 곳을 콕 찍어서 본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중국어를 할 수 있어 호기심을 해소하는 사람, 언어가 부족해도 각종 통역 이기를 이용하여 소통하려 노력하는 사람, 그저 눈으로 몸으로 피동적인 성향으로 다녀온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담아온 이야기보따리 내용물은 다를 것이다.
하물며 전공이나 관심사, 방문 목적 등에 따라 관점 자체가 다르니 같은 물건, 같은 장소를 보더라도 느낌 자체가 다를 것이다.
그래서 내가 보지 못한 다른 것들을 독서량으로 채울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 남은 것이 있다면 깊이의 한계라고 할 수 있겠다.
돌 하나를 보더라도 그것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그저 돌로만 볼 수도 있는 것이니까.
글을 보면 작가의 그릇을 알 수 있다.
최근 읽는 소설에서 많은 것을 새로이 느끼는 중이다.
글에는 작가의 철학이 녹아있게 마련이다.
고수는 하수를 알아보는 법이다.
앞으로 까불지 말고 나 스스로를 채우고 다듬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중이다.
멋진 생각을 담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체험과 독서를 토대로 한 혹독한 성찰이 중요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