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에 속지 마라! 여기야말로 찐이다!
한국인의 소울푸드 중 하나인 족발, 보쌈!
요즘 다양한 퓨전요리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지만 두 음식은 기본이 제일 중요하다.
보쌈은 야들야들해야 하고
족발은 적당히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어야 한다.
잡내는 기본 중에 기본이고 말이다.
그런데 용산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족발과 보쌈을 만나고 말았다.
간판은 뚱뚱이할머니라는 프랜차이즈 식당이지만 음식은 본사와는 거리가 멀다.
진정 본연의 맛에 충실하고 오랜 세월 같은 요리를 해오며 익숙해진 노하우가 깊이 녹아 있었다.
노부부가 운영하시는 것 같은데 두 분 다 친절하기는 이를 데 없다.
넓지 않은 공간이기도 하지만 손님이 꽉꽉 차는 걸 보면 다 이유가 있지 싶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생굴이 없었는데 이번엔 생굴 메뉴가 벽에 붙었다.
쌀쌀한 날씨에 굴보쌈은 공식이니까 말이다.
미리 전화를 하고 왔더니 상이 차려져 있었다.
콩나물국도 콩나물 특유의 비린내가 하나도 없다.
아주 깔끔하다.
배추속도 작은 녀석들이라 식감 부드럽고 고소하다.
김치야 말해 뭣할까?
정말 이 식당은 내공이 장난 아니다.
신년사로 "돈 많이 벌자!" 하고 소맥 시작이다.
족발과 보쌈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안주는 미리 준비된 상태... ㅋㅋ
드디어 보쌈이 올려졌다.
이미 맛을 알고 다시 찾아온 것이었지만 역시 이 집 보쌈은 결이 다르다.
사진을 보면서도 당기는 걸 보면 역시 혀는 맛을 잊지 못한다.
본격적으로 흡입 시작이다.
사진으로는 맛을 전달할 수 없음이 아쉽다.
사람이 많으니 족발을 두 개로 나눠서 주셨다.
이런 센스도 있으신 사장님. 므찜다.
깻잎 위에 새우젓 찍은 족발 한 점, 쌈장 바른 마늘 하나, 청양고추 하나 올려 쌈을 쌌다.
여기 족발은 냉족이라 해야 할까, 따듯하게 덥히지 않았는데 그 옛날의 족발이다.
쫀득한 족발이 입에 착 잘라 붙는다.
천정 위쪽을 보니 색 바랜 사진들이 보였다.
몇 년이나 됐을까?
만약 30년 넘었다면 나의 30년 맛집 시리즈로 옮겨야 할 텐데 말이다.
드디어 주문한 생굴이 나왔다.
굴 씨알이 굵고 싱싱해 여느 굴 전문점보다 낫지 싶었다.
가격도 착한 편이고...
이젠 본격 굴보쌈으로 전환.
사장님은 자꾸 뭔가를 내주신다.
추가요금 없이 빈 접시를 채워 주셨다.
맛집에 이런 잔정이 붙으니 더 맛있을 수밖에~
나갈 때 신년 선물이라며 수세미를 주셨다.
두 분 내외 캐리커처 일러스트인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집에 쓰는 수세미에 자꾸 눈길이 가던데 이 녀석이 올 모양이었나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