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히 소문은 들었었다.
쌀쌀한 날이 되면 생각나는 잔치국수.
용산에도 유명한 국숫집이 있다고 했는데 바로 지척에 두고도 몰랐던 곳, 부송국수다.
30년까지는 모르겠고 적어도 십수 년에서 이십여 년 정도는 족히 되었을 것 같은 식당이다.
인적이 뜸하다고 해야 할까?
용산의 먹자골목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위치한 부송국수에는 역시 소문대로 손님이 많았다.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 이상 쉽게 마음먹기 어려운 위치임에도 말이다.
연세 지긋한 아주머니들이 운영하고 계셨고, 실내에는 제목을 알 수 없는 시 같은 글귀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부송국수
- 국수아줌마-
눈물의 국수를 맛있게 먹어주던
가족들이 생각나
국수집을 만들었다
설레임과 기쁨으로
시작한 국수집
맛없어 하는 손님들이 늘어날수록
무너질 것 같은 고통속에서
세상의 인심을 알게 되었지
정으로 맺어진 인연의 실타래
가느다란 국수의 면발이
혀속으로 넘어갈 때
숨겨진 이야기는
추억과 아픈 기억들속에서
환한 꽃이 되어 피어났다
정으로 맺어진 인연의 실타래는 국수의 면발을 연상케 했다.
각 테이블 위에는 이렇게 미리 상차림이 되어 있었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그랬던 것 같다.
청양고추의 압박에 벌써부터 전율이...
해장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칼칼한 국물을 떠올리고 있던 나.
다섯 명이라 각각의 취향대로 주문했는데 만둣국은 수제가 아니라 패쓰!
여긴 국숫집이니 만두는 점검 대상이 아니다.
냉묵국수를 주문한 친구.
맛은 안 봤지만 열심히 먹는 걸로 봐서는 맛이 나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얻어 맛이나 봤어야 했나 싶다.
드디어 잔치국수가 나왔다.
여긴 독특하게도 숙주가 들어있다.
해장에 도움이 되는 녀석 아닌가?
그동안 워낙 유명한 국숫집을 많이 다녀봐서 그런지 딱히 대단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특히 경상도권에서는 육수가 독특한 국수를 많이 만났던 기억이다.
김해에 있는 대동할매국수의 디포리 육수가 일품이었다.
부송국수의 잔치국수에는 강한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주 심플한데 깊은 듯 아니 깊은 듯한 소박함이다.
위 시에서 읽었던 '맛없어하는 손님들이 늘어날수록' 글귀가 아마 이것 때문이었지 싶었다.
워낙 강한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겐 단순한 맛이 맛처럼 느껴지진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부산 등 남해권 국수공장디 있는 지역에 가보면 면발에 강한 자부심들이 있다.
모르긴 해도 부송국수에는 그런 건 없는 것 같다.
나 역시 강한 맛을 선호해서 그런지, 전날의 숙취해소의 필요 때문이었는지 고춧가루와 청양고추를 썰어 넣었다.
취향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국물이 너무 미지근해서 아쉬움이 남았다.
팔팔 끓는 잔치국수 국물이 그리웠다.
아무튼 다음에도 해장하러 갈 생각이다.
술 좀 그만 마시라는 엄마의 잔소리가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