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0년 만에 선배를 만났다.
선배와 통화를 하고 낮술 약속을 잡은 후 많은 생각을 했다.
일 (열심히) 한다는 핑계로 지인들과 교류를 끊다시피 하고 일만 했던 10년이었다.
오히려 그렇게 사는 게 더 편했던지, 그냥 두문불출하며 지냈더니 심지어 선후배들 사이엔 죽었다는 소문이 돌았다는 소릴 들었을 정도였다.
내가 너무 무심하게 지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와의 낮술.
서로 중간 지점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고 낮술성지를 찾아 나섰다.
그러다 내 눈에 콕 박힌 식당.
바로 파평윤씨였다.
공덕역과 대흥역 사이에 있는 고풍스러운 한옥 식당이다.
식당보다는 주점이라고 보는 게 맞다.
게다가 다양한 막걸리와 전통 증류주를 전문으로 하는 주점이다.
옛길과 신작로 사이에 자리를 잡은 이곳!
길게 늘어진 건물들 역시 식당이다.
산책로를 앞에 두고 있어서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한옥집 마당(중정)이었을 공간에 천정을 유리로 막아 하늘창을 냈다.
은은한 빛이 맘에 들었다.
가구들도 꽤 오래된 듯한데 여긴 대체 몇 년이나 되었을까?
외국인들이 이 파평윤씨를 알게 된다면 너무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풍과 신식이 적당히 어우러진 멋짐!
메뉴판은 좀 성의가 없다 싶다.
파평윤씨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디자인과 재질로 제작하면 품격이 묻어날 것 같다.
메뉴는 딱 술안주다.
다양한 막걸리도 군침을 흘리게 했다.
제일 먼저 나온 건, 웰컴 막걸리란다.
메뉴판을 보니 맨 위에 자리를 잡고 있기도 했다.
손님들이 너무 좋아해서 아예 메뉴로 잡았다는 설명이다.
선배가 예상보다 늦게 도착한다고 하여 홀로 막걸리를 마셔야 했다.
낮술에 혼술이라...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비만 내려줬으면 금상첨화였겠지만 말이다.
두 잔의 막걸리는 내가 전부 마셨고...
그걸로 부족한 나는 결국 웰컴 막걸리 한 병을 주문했다.
거의 한 시간가량 느릿하게 혼술을 즐겼던 것 같다.
문을 열고 나타난 선배.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전혀 변한 것 같지 않았다.
나만 늙은 걸까 싶었다.
악수!
참 느낌 좋은 악수였던 것 같다.
훈제오리도 주문했다.
사람이 좋으니 술이 좋고, 분위기가 좋으니 술이 훨씬 더 맛있었다.
역시 술은 좋은 사람과 함께여야 한다더니 이 반가움이 술맛을 들게 하는 모양이었다.
여러 막걸리를 마셨는데 그중 최고는 웰컴막걸리였던 것 같다.
더 맛있는 막걸리가 있었겠지만 가성비가. ㅋㅋ
호랑이막걸리도 상당히 맛있었다.
기분 탓이었을까, 분위기 탓이었을까?
파평윤씨를 나서며 흑백 필터로 식당 앞모습을 촬영해 봤다.
멀리 아파트와 묘하게 어울리는 듯했다.
다음엔 또 다른 좋은 사람과 낮술 하러 가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