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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Feb 07. 2019

옛 제주를 보고싶다면 제주민속촌

언젠가 꼭 가보리라 했던 곳

이삼 년 정도 된 것 같다.

작 소설 한 편을 기획했는데 마침 업무 때문에 매주 제주와 서울을 오가고 있었고 제주를 배경으로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거다.

전에 썼던 소설 중 <게슈타포>에도 제주가 나오긴 했지만 이번엔 좀 더 심층 있게 다루고 싶었다.

문제는 시대적 배경인데 제주의 옛 모습을 담아내려면 많은 자료가 필요했다.

표선에 들러서도 그냥 지나치고 말았던 제주민속촌.

이번 설 명절 연휴에 드디어 방문하고 말았다.


제주민속촌 입구다.

용인민속촌과 흡사한 느낌이었다.

입구 자체가 전혀 제주스럽지 않다는 게 아쉬웠다.


입구로 들어서니 인공폭포와 정비가 잘 된 포장도로가 쭉 이어져 있다.


초입에는 만개한 꽃과 꽃잎을 벌리기 전의 예쁜 꽃봉오리가 가득한 화원이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채꽃은 곁들이 수준.


여기서부터 관광해설사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이동했다.

예전에 경주 불국사에서 관광해설사의 존재감을 느낀 적이 있었기에 그들의 소중함을 인지하고 있었던지라 꼭 달라붙어 설명을 들었다.
정주석과 정낭.

2018년에 출판한 <여기는 제주>에서 짧게 설명을 해둔 게 있긴 한데 관광해설사의 설명은 현장감이 있었다.

귀에 쏙 박히는 설명이 이어졌다.

흔히 알던 것들의 새로운 조명이랄까?


제주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의 오만함에 치를 떨어야 했다.


군데군데 동백이 활짝 입술을 열었다.


제주민속촌의 여러 진열품들을 사진으로 남겼다.

언젠간 소설 속에 어떤 모습으로든 재현될 거라는 생각에...


이 꽃은 천리향이라고 한다.

향이 천리를 간다고 하는데 좌측 사진은 꽃이 피지 않은 녀석들이다.

오른쪽 사진은 꽃이 피기 시작한 녀석들이다.

이 정도만으로도 향기가 진하게 풍겼다.


소규모의 미로숲이 있어 들어가 보았는데 제주어와 표준어로 쓰인 제주속담 등이 푯말에 새겨져 있었다.


허벅은 물동이를 말한다.

물허벅, 술허벅

난 술허벅이라는 단어에 왠지 모를 친근함이......


이런 녀석도 있었다.

제주 토종 귤이란다.


새끼 돼지 두 마리가 돼지 집에서 깊은 잠이 들어 있었다.


광령리의 물통을 그대로 재현했다고 한다.

빨래터라고 한다.


제주 가옥은 전체작으로 중산간지역으로 갈수록 천장이 높다.

바닷가는 바람이 세서 벽이 낮다.

대체로 움푹 파인 지형에 집을 짓는 것도 바람 때문이라도 들었다.


좋은 글들이 많았지만 제일 맘에 드는 건 아래 푯말이다.


자주 여행하기.

멀리 여행하기.
오래 여행하기.


딱 내가 원하는 라이프스타일!


제주민속촌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만난 맷돌.

하나 가져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ㅋ


전체적인 관람평을 정리하자면......

관광해설사가 좀 더 많이 있으면 좋겠단 생각.

제주스러움이 부족하다는 느낌.

조화스럽지 못한 조형물 또는 포토존은 바꿔줬으면 하는.

입장료 대비 만족도가 형편없다는 점. (돈이 아깝다는)

체험적인 요소는 있으나 제주색이 없다. (어디 가도 있는 것들)


너무 단점만 열거했나?

장점이라면......

솔직히 말해 딱히 없었다.

인터랙티브 한 제주민속촌을 기대하는 건 욕심일까?

나는 비판적인 스타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느낌인 건 가심비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제주민속촌이 그저 관광객을 위한 코스의 일부라면 적극적인 수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여행지가 아닌 수십 년 전 관광지로서의 제주에 머물고 싶지 않다면 혁신이 필요하다.

별 의미 없는 제주가옥체험 같은 것들 말고 참신함이 필요한 곳이다.


성산으로 돌아와 장화를 신고 오조리, 종달리 바닷가를 거닐었다.

그냥 자연 그대로의 제주가 차라리 제주스럽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원하는 제주는 이런 게 아닐까?

여유로움, 내 방만큼 편안한, 시간이 멈춘 듯, 눈이 시원해지는, 모든 게 사랑스러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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