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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Feb 07. 2019

생각없이 가다 만난 올레길 1번 코스

명절에 섭취한 과다 칼로리 낭비하기

제주도 어머니 집은 올레길 1번 코스 초입에 있다.

어머니는 산책 삼아 두산봉을 오르신다.

나는 걸어서 제주도 서쪽 해안을 돌았다.

제주도 절반을 돈 거다.

올레길이 생기기 전에 제주도 마을길을 걸어서 여행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올레길에 별 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누군가 인위적으로 만든 코스를 따라다니는 것도 못마땅하다.

난 내가 계획한 코스를 가거나 계획 없이 다니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 이번 올레길은 사실상 처음이다.

제주의 로망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나 같은 사람이 못마땅하겠지만 제주란 곳이 막상 살아보면 로망은 현실이 되고 로망은 온데 간데 없다.

로망과 현실의 괴리는 크다.





아침을 먹고 뭘 할까, 하고 고민을 하는데 어머니가 올레길이나 가자고 제안하셨다.

소화나 시킬 겸. ㅋ

집을 나서는데 바람이 제법 세다.

별생각 없이 나온 나는 집으로 돌아가 겉옷을 하나 들고 나왔다.

1킬로미터쯤 가자 장갑을 챙기지 않은 게 후회됐다.

거친 바람에 모자도 날아갈 지경이었다.


두산봉 아래 올레길 안내소가 있다.

잘 정비된 산을 오르다 보니 눈요깃거리가 있었다.


요런 아이들.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수선화, 이름 모를 풀들.

자연스러움이 제주스러움이다.


그리 높지 않은 두산봉 정상에 오르니 짧은 능선이 이어졌다.

강아지 모양의 올레길 심벌이 눈에 띈다.

철조망이 설치된 이유는 소 때문이다.

두산봉에는 제주 한우를 방목해 키운다고 한다.

그 때문에 주변에 소똥이 많다. ^^

발아래 내려다 보이는 시흥리 마을과 나무 사이로 오름들이 보인다.


이건 탱자나무다.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는 나무다.

가시나무인데 찔리면 죽음이다.


정상에 전망대가 있지만 조금만 더 가면 훨씬 멋진 조망이 가능하다.

멀리 성산일출봉, 우도, 지미봉이 보인다.


올레길에서 만난 경작금지 알림판.

오름에서 경작은 불법이라고 들었다.

특히 시 소유의 토지에서 불법경작이 아무렇지 않게 행해진다.

명절 전이라 그런지 잘 정돈된 묘가 눈에 띈다.

오름에는 묘가 많다.

대체로 오래전부터 잘 사는 집안의 묘는 오름에 있다.

돌을 주워 정상까지 나르는 걸 사람들이 했는데 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제주에는 돌을 나르기 위해 품앗이 계가 있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열매.


하산길에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구좌읍에는 오름이 많다.

특히 송당리에는 이름난 오름들이 제법 있다.


같은 풍경을 컬러와 모노로 촬영했다.

같은 풍경 다른 느낌이다.


두산봉을 벗어나니 활짝 핀 수선화가 눈에 띄었다.

향도 좋고 보기에도 예쁘다.

제주스러운 색감의 밭이 정겨워 한 컷 남겼다.



올레길을 조금 벗어났다.

집으로 가는 길은 올레길에서 갈라진다.

소를 키우는 작은 목장을 발견했다.

이 녀석들은 사람이 신기한지 우리를 구경한다.

특히 한 녀석은 벌떡 일어나 신기한 눈빛으로 우리를 살폈다.


내려오는 길에 수확을 마친 유채밭에서 여린 유채잎을 따왔다.

저녁 밥상에 차려질 녀석이다.

유채는 꽃이나 펴야 나 같은 사람 눈에 띄지 어머니 아니었으면 모르고 지나쳤을 것이다.


이게 뭔가 어머니께 물었더니 감자밭이란다.

뭐가 저런가 했는데 수확하기 전에 제초제를 뿌린다고 한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수확을 앞둔 감자에 제초제라니.

결국 그게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것이다.


이것과 관련된 소설을 한 편 썼는데 언젠가 출판되지 않을까?


처음 맛본 올레길.

난 원 코스보다 주민들이 다니는 동네길이 더 정겨운 것 같다.


코스를 다 돌고 성산 바닷가로 향했다.

바다에 가면 언제나 뭐라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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