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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Feb 12. 2019

4. 제주도 자전거 한바퀴 하루에 끝내기 1/4 지점

첫 번째 일주, MTB로 하루 만에 끝내기 (시계 방향)

1/4 지점



이건 완전히 속아서 시작한 거다.

며칠 전에 누가 그랬다.

제주도 자전거 일주하는 데 8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다들 그렇게 한다고.

음냥!

내가 차를 가지고 돌아도 4~5시간은 걸린 것 같은데......

아무리 산수를 해도 말이 안 된다.

하지만 귀가 얇은 나는 그걸 또 곧대로 믿고 실행에 옮겼다.

서울에서 타던 로드바이크를 가져갈까, 며칠은 고민했다.

그래도 몸에 익은 녀석을 타면 좀 쉽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었다.

(사실 그랬어야 했다. ㅋ)

로드바이크는 구동계에 트러블이 있어서 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을 접고 말았다.

제주도 일주 불과 이틀 전,

생전 처음으로 남북 종주를 했는데 나름 할 만했던 지라 자신감이 불타 올랐다.

어차피 제주는 거의 다 평지니까.

사실은 '무식이 용감'이란 말처럼 1100 고지를 올라 보겠다고 깝죽댔다.

만약 거길 갔다면 애당초 포기하고 돌아왔을 거다.

아무튼 나는 계획을 수정해서 제주도 일주에 성공했다.

그것도 단 하루 만에.

스트라바에 다 기록되어 있으니 거짓말도 할 수 없다. ^^

7월 13일 아침.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제주에 갈 땐 항상 간단하게 가는 편인데 이번엔 생각 외로 짐이 많았다.

평소에는 가져가지 않던 것들이 포함된 거다.

헬멧, 고글, 랜턴(밤에 도착할지도 모른다는 예감에. 적중했다. ^^), 쿨토시, 마스크, 져지, 반바지(빕숏은 그냥 두고 가기로 했다.)

거기다 어머니 가져다 드릴 책 몇 권과 혹시 모를 일 때문에 노트북을 챙겨 넣었다.

옷가지는 어차피 제주에도 많이 있어서 챙길 필요 없다.

그렇게 배낭을 꾸리고 출근.

회사에서 4시 30분에 퇴근해서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6시 55분 비행긴데 이상하게 제주 가는 길은 변수가 많아 조금 일찍 출발하게 된다.

논현동에서 김포공항까지는 선정릉역에서 9호선 급행을 타고 가면 되는데 이상하게 일반열차가 당겼다.

시간은 넉넉하니까.

일반열차에 올라 읽고 싶었던 책을 읽으며 가니 금세 김포공항이다.

인터넷 발권도 해 뒀겠다. 여유롭긴 했다.

최근 김포공항 푸드코트가 깔끔해져서 저녁식사는 거기서 하게 된다.

EMOI에서 양지쌀국수를 시켰는데 9,000원에 새 모이만큼 준다.

더럽고 치사해서 국물 한 방울 안 남기고 다 마셨다.

손바닥 인식도 해둔 지 오래라 수속도 빠르고

검색대도 뇌 활동 없이 통과.

그래도 시간이 남아 의자에 앉아 다시 책을 펼쳤다.

그런데 갑자기 할아버지 몇이 왁자지껄이다.

제주도분들인데 동창회 모임으로 해외여행을 오신 거다.

바다 건너오셨으니 해외여행이다.

뭐가 그리 즐거우셨는지 볼륨 조절이 안 된다.

난 툴툴거리며 자리를 옮기고 말았다.

멀찍하니~

오 분 정도 지났을까.

앗!

할아버지들 중 가장 목소리가 컸던 양반이 내 쪽으로 온다.

뭐지?

내 뒤쪽으로 간다.

으~ 할머니들.

그분들도 동창이다.

할아버지는 확성기를 대고 소리를 치는 것만 같았다.

책을 덮지 않을 수 없었다.

또 도망가긴 싫었으니까.

그렇게 뇌 활동을 정지시킨 채 십여 분이 지나도 탑승이 시작되지 않았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니까 나야 뭐 그럴려니 했지만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구른다.

길게 줄을 서서 보초를 서는 백여 명의 사람들.

한심해 보이지만 얼마나 제주에 가고프면 그러겠나 싶긴 하다.

어차피 다 태워야 출발하는데......

난 항상 늦게 탄다. ㅋㅋ

절대 민폐를 끼치는 일이 없으니 오해는 금물!!

제주공항에 도착하는 것도 그랬다.

비행기는 제주공항 상공을 빙빙 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이니까.

랜딩 하려면 줄을 서야 한다.

지난번에는 지상 수십 미터 상공에서 다시 이륙한 적도 있으니 상공에서 대기하는 건 이해해 줘도 된다.

공항에 마중 나온 김 XO 대표님.

역시 차를 빼앗아 집으로 간다.

안경을 놓고 와서 밤길이 어둡다.

선글라스와 고글을 챙기고 게다가 안경에 컨택트렌즈까지 너무 복잡해서 놓고 온 거다.

평화로에 차를 올리고 성이시돌목장에서 빠져나와 고산으로 향했다.

하도 많이 다닌 길이라 눈 감고도 다닐 수 없지. 무슨~ ㅋㅋ

문제는 습도가 높아서 앞유리 밖에 성에가 끼는 거다.

비도 오지 않는데 와이퍼가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집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어머니 자전거를 내 몸에 맞추는 거다.

그런데 사람은 정말 게으른 게 맞는 것 같다. (나에게만 해당되는 걸까?)

귀찮았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새벽에 곤란하게 된다.

마당에 있던 자전거를 집 안으로 들여 안장을 올렸다.

랜턴 거치대를 장착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떼어냈다.

야간에는 자전거를 타지 않는 어머니의 자전거는 안전등조차 작동하지 않았다.

아예 고장 난 거다.

어쩔 수 없지.

기어를 보니 시커멓다.

어휴~

자전거를 타는 것 외엔 모르시니 당연한 거지.

자전거를 밖으로 끌고 나와 청강 윤활제를 뿌려 기어를 대충 닦아냈다.

이 정도만 해도 도움이 되겠지.

야밤이지만 밖은 습도가 높고 덥다.

땀이 삐질 삐질~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맥주 한 캔으로 마무리하고 침대 위에 퐁당!

7월 14일 새벽 3시 50분.

분명히 4시에 알람을 맞춰 두었는데 벌써 깨 버린 거다.

설마 긴장한 건 아니겠지?

세수만 하고 라이딩 복장을 주섬주섬 입었다.

컨택트렌즈를 끼우고 모자, 고글, 헬멧, 져지, 토시

장갑은 아니 가져왔는데 어머니께서 장갑과 선크림을 챙겨 주신다.

헉!

스캇이다.

내가 이런 걸 사 드렸었군. ㅍㅎㅎ

케이지에 물통 하나를 끼우고 출발!

울 어머니도 보통 30~50km 정도는 달리시는 편인데 새삼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슬포 오일장을 자전거 타고 다니시니 말이다.

근처 오름들은 자전거로 섭렵하고 ㅋㅋ  





집 앞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멀리 한라산과 구름 그리고 동녘이 튼다.

얼마나 더울지 벌써부터 걱정.

하지만 체력과 컨디션은 좋은 편이었다.

힘찬 페달링 시작!

전에 잠깐 고민했다.

시계 방향으로 갈까, 반시계 방향으로 갈까.

대부분 반시계 방향으로 돈다.

청개구리 기질이 있는지 나는 시계 방향을 선택했다. ㅋㅋ  





용수리로 접어들어 신창 풍차바닷길 쪽을 촬영한 거다.

그러니까 북쪽을 촬영한 건데 동녘이 왜 저기서? ㅋ

신창 풍차바닷길은 매스컴에 몇 번 소개된 적이 있다.

나는 별로던데. 좀 억지스럽지 싶다. 





여긴 판포리다. 두모리는 건너뛰었다.

가 봐야 볼 게 없는 동네라서 기도 했지만 동선이 너무 깨진다.  





월령리 월령코지 다리 건너기 전에 찍은 풍경이다.

역시 제주바다는 아침바다가 멋지다.

물론 저녁 바다가 가진 매력도 있지.

껴다 맞추기지 뭐. 





인피자 탈레스 X3

이 녀석이 나의 제주도 자전거 하루 만에 일주하기에 쓰인 <종마>다.

노란 종마.

창연이가 좋아하는 노랭이. 





금능해변에 들어서니 해가 노랗게 올라온다.

예쁘다. 





햇빛을 받은 금능해변이 예쁘다. 





금능해변과 협재해변을 사이에 두고 있는 곳이다.

캠핑의 성지다.

여름이 되면 발 디딜 틈이 없다.

아직 본격적인 휴가철이 아니라 여유가 있다. 





비양도가 바다 건너에 보인다.

거리는 멀지 않다.

1.5km 안쪽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내 드론으로도 건너갔다 온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northalps/12

비양도를 드론의 눈으로 보기


제주도에는 두 개의 비양도가 있다. 하나는 협재, 한림에서 으뜸의 뷰로 꼽는 비양도 다른 하나는 섬 안의...




이 곳이 바로 그 유명한 협재해변.

난 협재보다 금능이 더 제주스러워서 좋다.

협재는 사람만 많다.

협재보단 차라리 옹포리가 난 더 좋다.

사람 많은 제주는 비호감. 





쫘잔.

여기가 바로 옹포리.

한림리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다.

멀리 비양도와 노랭이 인피자 탈레스 X3가 배경이다.

나도 나왔다.

그림자로~~ 





반대편 모습.

바로 한림항이다.

제주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항이다.

여기도 드론 촬영한 게 있는데 포스팅은 하지 않았다.

여기까지가 약 20km 정도 지점이다.

새벽부터 열심히도 달려왔다.

약 10% 정도 온 거다.   





귀덕리다.

아직도 한림읍이다.

한경면 끝에서 한림읍 중간 정도 넘어온 거다.

수원리 사진이 없다.

사진 촬영은 그냥 제친 모양이다.  





드디어 애월읍에 도달했다.

여긴 애월읍 금성리다.

곧 곽지과물 해변이다.

저 해변이 바로 곽지과물이다.

효리네 민박에 패들보트 타고......

나름 더 유명해진 곳이지. 





곽지과물의 카페다.

효리네 민박에 종종 나왔던 바로 그곳.

그런데...... 





바로 위에 있는 컨테이너 커피점.

여기 커피가 더 맛있다는 지인의 소개가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커피 관련업에 종사하다 보니 돈 내고 커피 사 마시는 게 너무 아깝다. ㅋㅋ

이러면 안 되는데......

울 어머니도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No.1만 드시다 보니 다른 커피는 맛이 없다 하신다. 





곽지과물을 끼고 쭈욱 돌아서면 반대편으로 이렇게 나온다. 





서퍼와 피셔가 보인다.

둘 다 소득은 없다. 

서퍼는 파도를 타고 일어날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성공한 모습을 보려 기다리고 싶었지만 갈 길이 멀기에 그냥 버렸다.

열심히는 하는데...... 





몽상 드 애월이 있는 한담 해변이 보인다.

지드래곤 카페로 유명한 곳이다.

오래전에 매각하고 지금은 신화월드에서 후지게 영업 중이다.

한담 해변도 거지같이 만들고 또 다른 곳을 거지같이 만들러 갔나 보다. 





뒤로 지나온 곽지과물이 보인다.

해변 산책로에서 산책 나온 사람 몇 명에게 민폐를 끼친 건가 싶다.

그래도 여긴 MTB 타는 기분은 났다.

중간에 돌 틈 사이로 비껴 나가는 데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거기서 넘어졌으면 고소하다 했을 사람들이 있긴 하겠지. 





애월리 애월항입니다.

LNG기지 공사가 막바지다.

LNG 화력발전소 공사도 한다고 들었다.  





애월읍 고내리.

업힐이 시작됐다.

애월엔 업힐 다운힐이 있다.

기어 체인징이 바쁘다. 





정말 죽을 뻔했다.

다운힐에 죽어라 페달링을 하는데 푸다닥 거리는 소리와 함께 등 뒤로 들리는 쨍그랑.

넘어지지 않은 게 다행이다.

상상만으로도 식은땀이 난다.

죽었을 거다. 아마.

그 속도라면 완전 대파다.

연장을 가져왔기에 다행이지 여기서 일주를 종료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열심히 닦고 조이고 기름 못 쳤다.

식은땀을 닦아내고 다시 페달링을 시작했다.

자전거엔 다른 이상은 없어 보였다.

살짝 소심해졌지만 힘드니까 그것도 까먹고 만다. 





드디어 제주시 진입 중이다.

애월읍 신엄리, 구엄리를 지나친다.

해녀 할망들의 물질 모습이 흔히 보였다.

사진?

힘들어 죽겠는데 뭔 사진. ㅋㅋ 

하귀리 제치고 외도일동에 진입해서 일주도로에 있는 편의점에 들렀다.





외도일동 어딘가 천과 바다가 합류하는 지점이다.

풍천이라고 하는 거다.

풍천장어의 그 풍천! 





이호테우 해변 입구다.

차를 빌려준 김 XO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밥 사달라고.

약속 있단다 젠장.

그냥 가야지 뭐.  





도두동을 지나 공항 뒤편으로

쉬긴 뭘 쉬냐.

1/4 지점 거의 다 왔는데......

용두동 가서 아무 거나 먹자. 





멀리 랜딩 중인 비행기가 보인다.

여기가 아침밥 먹을 곳이다.

어휴 240km 중에 25%

그러니까 1/4 지점에 온 거다.

60km 정도 달린 거다.

아직 힘은 넉넉하다.

그저 배가 고플 뿐이다.

목이 마를 뿐이다.

어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아뿔싸. 에너지는 나만 부족한 게 아니구나.

이럴 줄 알고 충전기도 챙겨 왔지.

식당에 나의 노트8을 충전시켜 두었다.

스트라바 덕분에 배터리 소모가 장난 아니다.

가민520을 진작에 샀으면 이런 고민은 하지 않았을 텐데.

어쨌든 오늘 이 포스팅을 쓰는데 택배로 받았다.

아직 포장도 뜯지 못하는......

사무실에서 일은 안 하고 뭣 하는 짓인지.

제주도 자전거 일주 하루에 끝내기도 어렵지만

후기를 하루에 끝내기도 어렵다.

아니! 자전거 타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

이제 점심밥 묵고 해야지.

뭐. 거의 패턴이 비슷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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