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유기농 농산물? 좋다! 그냥 좋다. 어쨌거나 좋다는 건 안다. 그런데 뜻은 제대로 알고 있을까?
일단 <친환경=유기농>의 공식을 깨야 한다. 친환경이라는 개념은 유기농과 같지 않은데 같은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농업에서 말하는 유기농은 3년 이상 농약을 쓰지 않는 경작지에서 농약을 쓰지 않고 재배하는 농사 방식이다,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화학적 살충제 등의 농약 대신 해당 관청에서 지정한 천연 농약(살충제)을 쓰면 유기농 작물로 인정한다. 너무 깊이 가면 얕은 지식이 다 드러나니 여기까지만 한다. 사실 바닥은 다 드러났지만 말이다.
일단 유기농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었다면 계약 농사를 짓는 사람들 입장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농사를 지어 농협에서 수매해 주는 방식을 선호하는 농민도 많지만 의외로 상당수 농민들이 일명 밭뙈기 업자라고 불리는 사람들과 계약하여 재배하고 있다. 이해하긴 어렵겠지만 일부 농민들은 어쩔 수 없이 애매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고 만다. 불확실한 농산물 시장과 유통을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다. 흔히들 그렇게 알고 있듯이 농협에서 농산물을 수매해 주긴 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가격을 매겨 수매해 주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사실상 농사 자체가 도박판이나 다름없고, 외국산 농산물마저 국산 농산물과의 경쟁을 위태롭게 하기 때문에 불안함 속에 농사를 짓는 게 우리나라 농민들의 현주소다. 수확기를 앞둔 시점이 되면 기후 등의 문제로 특정 농산물의 가격이 폭등, 폭락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농사=도박>이라는 공식이 성립하기도 한다. 유통 역시 마찬가지다. 농지소유주-소작(임대농)-밭뙈기업자(혹은 농협)-유통업자-소매업체-소비자의 유통구조를 보면 이 시장이 성립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밭뙈기 업자를 세상에 둘도 없는 나쁜 사람들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일부 업자들의 문제일 뿐 실제로는 농민들이 원하는 구조인 경우도 많다. 실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농업인-소비자 구조의 직거래 유통을 기대하지만 그게 잘 안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다. 수확기만 되면 밭을 갈아엎는 농민들의 고통을 방송을 통해 들어봤을 것이다. 왜 그럴까? 차라리 직거래로라도 하면 좋을 것을... 생각은 다들 비슷하지만 실제 유통구조는 그와 다르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는 생각으로 끝나는 것이다. 채산성이 나오지 않으면 밭을 갈아엎는 게 훨씬 속 편하다.
농민들은 생각이 없어서 땀 흘려 농사지은 작물을 홀라당 날려버리겠는가 말이다. 이것도 깊게 들어가면 복잡하니 이쯤에서 끊고 다음 기회로 미룬다.
불안정한 수익 문제를 해결하여 깊은 빚의 수렁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던 농민들은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접하게 됐다. 하지만 공부해야 할 것도 많고 새로운 농법에 대한 이질감,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선뜻 길을 가기 어렵다. 지금껏 해왔던 걸 그대로 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은 건 사실이니까. 아직도 그렇지만 기존 농법과 새로운 농법의 장단점은 양날의 칼이다. 지자체에서 새로운 작물을 추천받고 농사를 짓는 것도 수확에 이를 때쯤이면 너도나도 같은 농사를 지어 공급-수요가 깨져 기대했던 수익과는 거리가 멀어지기도 한다.
농사지을 땅은 한계가 있고 대출도 한도가 차면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게 두렵기만 하다. 결국 개혁보다는 보수를 지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친환경 농사를 짓는다는 사람들의 주장에 맞서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 그들은 감수할 건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참에 유기농 농산물의 특징에 대해 조금 알아보자.
일단, 노력 대비 수확량은 저조하다. 그러니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게다가 품질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즉 못 생겼는데 값은 비싸다고 보면 된다. 결국 질적 문제가 되는 것이다. 궁금하다면 유기농 감자를 사서 썰어보면 안다. 중간이 썩어있는 것들이 제법 있다. 관리가 안 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안 된다기보다 어렵다고 보는 게 좋긴 하겠다. 우수한 품질의 농산물을 재배하기 위해 어떤 비료를 쓰고 어떤 성분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농사 기준은 이미 확립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그걸 역류하는 것이 유기농, 자연주의 개념이다. 농약을 안 쓰면 못 생기고 맛없고... 엔터테이너가 된 백종원 씨의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표현 중 못난이 못난이 못난이... 사실 농산물의 운명을 가르는 건 생긴 모양새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 때문에 단가가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맛은 다음 문제다.
유기농 농산물의 대부분은 즙으로 소비된다. 생긴 것에 대한 문제점 때문이다.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홍보?
정말 잘하는 건 맞다. 하지만 근본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면 좋겠다.
미안한 얘기지만 친환경이니 유기농이니 하는 농산물만 고집하고 싶다면 부잣집 아들딸 하면 된다. 일반 서민들이 먹기에는 허리가 휠 테니까. 근본적으로 농약(살충제 등)은 자체가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개발된 건 아니다. 애초에 효율적인 농업을 위해 개발되었지만 생태계를 훼손하거나 하는 등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하나씩 고쳐가는 중인 것이다. 사실 농업에 화학비료 등이 도입된 건 기껏해야 19세기부터라고 볼 수 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군수공장들이 비료공장으로 둔갑하며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유기농법이 생물에게 좋다는 건 누구나 안다. 지금도 기존 농법과 유기농법은 서로에게 칼을 겨누고 있으며 좀 더 나은 농업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세상엔 아무리 좋은 것도 이권에 눌려 사장되는 것도 많은 것이다.
당신이 농민들의 입장을 이해한다면 그들이 서로 멱살을 잡는 이유를 알까?(극단적으로 표현한 극히 일부 사례를 말한 거니 오해 말자.)
유기농 농사를 짓는 농부는 옆 땅의 농부가 농약을 치면 자기 유기농 농사를 망친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 농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농약을 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인 거다. 바람 불면 농약 날아가고, 비 오면 빗물을 타고 농약 성분이 토양에 흡수되어 옆 땅으로 흐른다. 농약 성분이 섞인 지하수와 저수지 농업용수는 온 동네 농부들이 공용으로 쓰는 마당에 무농약은 무슨 말인가? 유기농 농사를 짓는 농부의 입장에선 옆 땅에서 날린 농약 성분을 피할 재간이 없다.
엄밀히 말하면 농약 제로의 유기농이란 있을 수 없다. 유기농이 유기농이 아닌 세상이다. 땅은 이미 오염되었고 유기농의 정의에서 기준을 두었듯 3년 이상 농약을 쓰지 않은 농지라야 유기농업지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비료에 대해 조금 떠들어 보고 오늘 이야기를 접으려 한다. 비료를 쓰는 이유가 뭘까? 농작물이 잘 자라라고 주는 일종의 영양제인 것이다. 비료는 대부분 화학적으로 만들어진 말 그대로 화학비료다. '화학'이란 단어만 들어가도 자동반사적인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부분도 깊게 파고들면 말이 길어지니 다음 기회로 미루고 넘어가기로 하자.
식품과학기술대사전에 보면 <영양성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생명현상과 건강의 유지 및 증진에 필요한 성분의 총칭. 식품 중에 함유되어 있는 영양성분은 에너지가 되는 단백질, 지방질, 탄수화물과 그 밖의 영양생리상의 성분인 무기질과 비타민이다. 탄수화물은 수분, 단백질, 지방질 및 회분을 정량하고 그 합계를 100으로부터 빼어 산출하고 있기 때문에, “차감 탄수화물”로 불린다. 제6의 영양소라 불리는 식이섬유가 탄수화물의 구성성분으로부터 독립하여 영양성분의 한 그룹이 되었으므로 영양성분으로서의 탄수화물은 에너지가 되는 성분과 되지 않는 성분으로 구별된다. 단백질은 구성하는 아미노산에 의해서 영양가가 다르므로 영양평가를 위해 아미노산 조성을 정량하며, 지방질은 지방산의 조성과 함량을 정량하며 이들에 관해서 표준성분표가 작성되어 있다. 무기질성분은 칼슘, 인, 철,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 동, 아연, 비타민은 A(retinol과 carotene), B1, B2, C, 니아신, D 및 E(α-, β-, γ-, 및 δ -의 각 토코페롤과 E 효력) 등이 식품성분표에 수록되어 있다. → 에너지환산계수 → 탄수화물 → 식이섬유
전공자가 아닌 이상 봐도 모르겠다. 머리만 아프다.
어쨌든 좋은 건 많이 들었다고 하는 것 같다. 농산물엔 각종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들은 모두 땅에서 나온 것이다. 인구가 늘고 식생활이 개선되고 먹을거리가 풍부해진 요즘 세상에는 인류의 풍족함을 위해 농산물의 대량생산을 필요로 한다.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많은 땅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비료라는 게 없다면 땅의 에너지는 금세 소멸되고 말 것이다. 더는 설명해 무엇하랴?
세상의 모든 건 필요에 의해 개발되었고 필요하기 때문에 수요가 있는 것이다. 좋고 나쁨은 항상 양날의 칼과 같은 관계로 공생한다.
쓸 수도 없고 안 쓸 수도 없는 화학비료와 화학적 살충제 등을 두고 고찰해볼 기회가 되면 좋겠다.
어쩌다 이야기가 이리 번잡하게 변질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에 대해 할 말은 너무 많고 짧은 글로 빨리 마무리하려는 욕심 때문에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8월 경 출판될 내 소설 <로드바이크:시즌2-침묵의 봄>에서 관련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읽다 아이디어를 얻어 쓴 미스터리 소설이다. 그 안엔 화학적으로 개발되었고 지금까지 쓰고 있는 살충제 등의 병폐에 대해 깊숙이 꼬집고 있다.